프롤로그

말보다 늦게 도착한 문장들

by Grey Hoo

우리는 자주 대화한다.
정치, 철학, 심리, 경제, 예술까지.
심지어 ‘소금빵은 왜 인기일까?’,
‘극락조는 왜 그렇게 혼신을 다해 구애할까?’ 같은 얘기도 한다.

별것도 아닌 말에서 시작해,
결국엔 진지한 사유로 흘러가곤 한다.


그는 말을 잘한다.

관심사는 보통 지구단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그걸 말로 옮기는 데 주저함이 없다.

언제나 진심이고, 머리는 빠르다.

가끔은 ‘저걸 꼭 지금 다 말해야 하나?’ 싶지만,

나는 한참 뒤에야 생각하게 되는 질문을,

그는 먼저 꺼내곤 한다.


지금 그는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말은 종종 나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세운다.

그의 말로부터

나는 생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구멍도 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연다고 말하지만,

논리가 앞설 때는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일지

가끔 잊는다.

어쩌면 그건,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가장 큰 맹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말보다 생각이 먼저인 쪽이다.

(이놈의 욱하는 성격.)


그는 자주 말하고,
나는 나중에 쓴다.

우리는 반박도 잘한다.
생각이 다를 땐 돌직구로 치고받지만,
그걸로 마음이 상하진 않는다.
둘 다 그런 대화에 익숙하고,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한다.

그건, 우리가 가진 제일 좋은 방식이다.
나는 듣고, 생각하고, 나중에 쓴다.


구애하는 극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