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조금 전 일이다.
퇴근길이었다.
지옥철.
동작역에서 환승하던 중이었다.
구석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봤다.
밥그릇 하나 앞에 두고,
고개 숙이고 계셨다.
70대는 훌쩍 넘어 보였다.
그때 나는 여동생이랑 통화 중이었다.
“여기 앞에 할아버지 한 분 계신데… 그냥 못 지나치겠다.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대로 가려다가
몇 걸음 걷고 멈췄다.
돌아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여기 계세요?”
내 말을 잘 못 들으시는 것 같았다.
잠깐 뜸을 들이시더니
뭔가를 조용히 얼버무리셨다.
‘돈이 좀…’ 그런 말이 들린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돈이 필요하신 거예요?
제가 현금은 없는데… 뭐라도 사다 드릴까요?
바로 옆에 매점 있는데, 옥수수라도 드릴까요?”
잠시 있다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저 옆에 가서 사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3,500원.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아버지, 여기는 어쩐일로 나오셨어요?"
"돈이... 좀 필요해서요."
"아.... 아쉽네.. 제가 현금이 없어서요."
"괜찮아요... 잘먹을게요."
"...네, 그럼 저 들어갈게요!!"
힘차게 돌아섰지만 울컥했다.
자꾸 그 얼굴이 떠올랐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모습,
기어들듯 말하던 목소리,
내 말의 반도 못 알아듣던 표정.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그 순간, 그냥…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분도 긴 인생 살았을 텐데,
지하철 구석에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자리에서,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어야 했을까.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 환승역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자리였는데도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분은 그냥, 없는 사람처럼 지나쳐졌다.
누구 하나 말을 걸지도, 고개를 제대로 돌리지도 않았다.
그게 제일 속상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는 게.
그냥 옥수수 하나 샀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