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라는 미로, 그리고 나의 솔직한 속내

흩어지는 사이, 나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싶었다

by Grey Hoo

사람들과 웃고 떠들었지만, 내 마음은 늘 한 발짝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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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진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언제부턴가 인간관계는 퍼즐처럼 느껴졌다.

조각은 많은데, 딱 맞는 그림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특별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 내게,

속내를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내 동생과 남자친구, 딱 둘 뿐인 것 같다.


10대에는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다.

20대에는 약속과 사람들 속에 살았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관계는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좋았던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서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긴 어려워졌다.


대학 친구들도 전공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삶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겼다.


학원에서 만나면 학원 친구,

모임에서 만나면 모임 친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관계는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제자리에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발전 없이 남겨진 것 같은 당황스러움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크게 실망하지도,

깊이 기대하지도 않는 법을 배워버렸다.


굳이 맞추려 애쓰지도 않았고,

가끔은 생각했다.

"아쉬운 사람이 찾는 거겠지."


가볍지만, 나쁘지는 않은,

그런 인스턴트 같은 만남들 속에서 오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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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학창 시절에는 '인싸'였을지도 모른다.

많이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잘 나갔다고 하지만, 나는 진짜 그랬던 것 같다.


집안 형편도 좋았고,

공부도 잘했고,

노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학급 임원은 기본, 상장은 수백 개.

소풍이나 수학여행 장기자랑도 꼭 나갔는데

5학년 때는 잼의 '나는 멈추지 않는다'에 맞춰

춤을 췄고,

중학교 때는 영턱스클럽의 '정'이나 HOT의 '캔디'로 무대에 서곤 했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짧은 편지를 받아 답해주는 '상담원'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다만 어린 나에게도 그건 꽤 버거운 일이었다.


남의 아픔에 쉽게 이입하는 성격 탓에,

듣다 보면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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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괜히 깊게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거웠지만,

예전처럼 앞에 나서고 싶진 않았다.


그냥,

한 발짝 뒤에서 웃고 있는 게 더 편했다.


직장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렌지 캬라멜 '까탈레나',

EXID '위아래'를 추며 장기자랑에서 상금을 타긴 했지만,

그건 해야 해서 한 거지,

가슴 뛰는 즐거움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기도 했지만,

실은 내향적인 면이 훨씬 컸다.


겉으로는 밝고 활발했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한 발짝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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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의 일상은

어쩌면

단조로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 않고도

충분히 만족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남자친구가 가진 단단한 인맥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오빠의 지인들은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챙긴다.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또 받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해야, 누군가와 그렇게 깊은 신뢰를 쌓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게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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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을 쓰며 생각했다.

오랜 시간 곁에 남아준 사람들에겐

나도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보고 싶다고.


누군가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대신,

나도 먼저 한 걸음 내딛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이번 주주터

20대 이후 오랜 시간 미뤄온 봉사활동도

조심스럽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나가보려고 한다.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내 마음도 환기가 되길 바란다.


나는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렵고,

혼자가 더 편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내 방식대로 의미 있는 연결을 배워가려 한다.


물론,

굳이 맞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끌어안을 생각은 없다.

서로의 결이 다르다면,

조용히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냥,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조금 더 따뜻하게, 오래 걷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진짜 연결은

그렇게 조심스럽지만 꾸준히 걸어간 끝에,

문득 만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By Grey-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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