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미루기로 한 결정
몇 달이나 글쓰기를 주저했다.
중간에 몇 번이나 써볼까 했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두려워졌던 것 같다.
연말까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아직 내 상태는 정리되지 않았다.
다행히 대출은 모두 갚았지만, 100세 시대라는데 아직 반백살도 한참 남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그만두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예전처럼 사람들에게 공예를 가르치며 투잡을 해볼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 작업에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불과 1년 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을 당했고,
서로에 대한 배신이 난무했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상사의 괴롭힘을 견뎌야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환율이 오르며 수출 회사로서 덕을 보게 되었고,
오더 수주는 설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회사에서 단체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12월 보너스는 지난 13년 중 가장 많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준비 기간도 필요했다.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사정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퇴사를 미루는 날짜는 +6일이 되었다.
아주 길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고민해 왔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고,
계획서도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투자도 시작했다.
너무 늙었다고 느끼면서도,
그러기엔 아직 너무 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조금씩 준비하면서,
조금씩 내 자리를 넓혀가려고 한다.
퇴사는 아직, 가슴팍 주머니에 넣어둔 채로.
굴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퇴사까지, D-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