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워라밸 문화가 인기다.
워라밸은 일(Work)과 삶(Life) 사이의 균형(Balance)를 일컫는 말로, 일은 적당히 하면서 취미 생활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누려가며 살자는, 새롭게 떠오르는 삶의 양식이다.
워라밸은 중요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온갖 업무에 시달려가며 하루하루 근근이 이어가는 삶보다는 적당히 일하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이 좋지 않은가?
너무나 좋은 취지를 갖고 있음에도, 워라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매일 놀러 다닐 궁리만 하고 있으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것이다.
문득, 우연히 같은 자리에 있다가 듣게 된 사회인 A씨와 B씨의 대화가 떠오른다.
그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워라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젊었을 적에는 윗선에서 내려오는 지시 사항들을 그때 그때 해내지 못하면 회사가, 사회가 망하는 줄 알고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지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진급을 했고 직원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자신들과는 달랐다.
젊은 세대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두 사람은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일 욕심도 없고, 윗선에서 내려오는 지시 사항이 부당하다며 항의까지 하다니 앞으로 어쩌려고 저러나 싶었더랬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 외에는 일절 관심이 없고, 퇴근 시간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해버린다며, 과거 자신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를 생각해보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런 행동을 보면서 이래서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냐는 생각을 했으나, 두 사람은 이내 자신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예전의 자신들처럼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사항들을 어떻게든 해내려 애쓰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죽어라 일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굴러갔다.
대화를 나누던 중 A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현명한 거라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예전의 자신들처럼 무식하게 일만 할 필요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B씨는 중간자의 위치에서 죽을 맛이라고 했다.
위로부터는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일이 내려오는데, 아래에서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중간 관리자들만 죽어난다는 것이었다.
젊은 세대들은 혁신 또는 혁명과 연결되곤 한다.
기존의 체제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변화를 새로운 세대들이 불러오고, 그들이 불러오는 변화는 저물어가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살펴보면 워라밸이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사회는 한때 과로사가 사회적인 문제가 됐을 정도로 지나친 노동에 사딜린 적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난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균형은 정말 좋은 가치이지만, 워라밸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의 의미를 오해하는 사람들은, 일은 최대한 쉽고 적게 하면서 그에 걸맞지 않은 높은 수준의 삶을 바란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삶을 살고 싶다면 높은 수준의 일이 동반돼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