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외모도, 특출 난 재능도, 화려한 말발도 내겐 없다. 하지만 나에겐 내 마음을 다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가 마셔 본 커피 중에 가장 맛있었어요
덕분에 기분 좋아졌어요.
제가 잘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나는 이런 말들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마음은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계산대 앞에서, 택배를 받으며 짧은 인사를 건네는 순간에도 나는 말해 본다.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의 친절과 호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을 떠올리며, 작지만 가볍지 않은 나의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본다. 내 인사에 이어지는 "어유, 제가 더 감사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건네는 상대의 그런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말은 그렇게 오가며,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물론 좋은 마음과 의도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언니는 왜 항상 좋은 말만 해요? 믿음이 안 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말을 두고도 느끼는 방향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진심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말은 누군가에게는 나와 상대를 가르는 장벽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씨앗이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이 일기장 귀퉁이에 써주신 말은 여전히 내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니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있나 보다. 아주 잘 썼어."
그 달콤한 말이 너무 좋아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그걸 보는 재미로 나는 매일 일기를 썼고, 용기를 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고, 교내 글쓰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내성적이고, 존재감 없던 나에게 선생님은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 듯 이런저런 학급일을 맡기셨고, 남 앞에 나서는 게 죽기보다 더 싫었던 나는 내 발로 임원 선거에 나가 반장이 되었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과 믿음이 자존감이라면, 아마도 지금 내 자존감의 팔할은 그때 생겨났을 것이다.
우리는 힘든 세상 한가운데를 살고 있다. 수많은 의무와 책임, 타인의 시선과 평가 속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열심히 살면 그만큼 행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갈수록 춥고 외롭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냉소와 비난이 아니라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 주는 작지만 분명한 마음이다. 우리는 그런 사소한 말에 기대어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관심이라는 명목으로 무례한 질문을 던지거나, 솔직함을 핑계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대신 이런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힘들었겠다, 고생했다, 이만하면 충분해, 잘하고 있어.'
새살이 돗듣,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말들 말이다. 다정함과 배려가 깃든 말은 한 사람의 영혼을 일으켜 세운다. 말은 칼이 되어 사람을 향해 겨누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사람을 안아 주기도 한다. 말은 그래서 무섭다.
나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대신 '말로 때리지 말라'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올해는 새해 계획에 이걸 한 번쯤 넣어 보면 어떨까, '타인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친절해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