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수성가 스타일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by grey수

"그 조장이 나 버리고 갔어"


남편은 요즘 러닝을 시작했다. 동네 모임에서 모여 러닝을 하는데,

원하는 속도와 거리에 따라서 조를 나눠서 뛴다.


남편은 중간 정도 속도로 달리는 조에 들어갔다.

문제는 뛰다 보니 그 조에 조장 포함 2명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다 싶어 남편은 조장에게

지금 좀 힘드니 원래 목표했던 속도보다

조금만 늦춰서 달리자고 말했다.


조장은 정한 속도가 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뛰었는데, 또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또다시 조장에게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안 되냐고 말했고,

조장은 역시나 안된다고 했다.


그러다 조장이

자기는 앞 조로 가서 뛸 테니

속도 조절해서 혼자 뛰어서 오라고 하고

앞 조로 떠나 버렸다. (남편 관점)


남편은 그때부터 혼자 남은 거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와서도 너무하다면서

어떻게 조장이 조원을 버리고 가냐고

하소연을 잔뜩 했다.

결국 자기는 혼자와의 싸움으로

목표한 거리를 채우고 왔다며

본인은 조장에게 버림받았다고 말했다.




자수성가 스타일은 금방 알 수가 있다.

아이들 중에서도, 숙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안다.

똑같이 어렵고 많은 숙제가 있어도

한 명은 그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하기 힘들어하고, 선생님께 좀 줄여주면 안 되는지 물어도 보고, 안되면 조금만 기한을 늦춰달라 말하기도 한다.


또 한 명은 그 숙제 자체가 잘 못 되었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그런 숙제를 내주면 안 되고, 숙제를 이상하게 내준 것이라 자기는 하기가 싫고 부당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어느 쪽이 자수성가 쪽이라고 구분할 수 있을까?

맞다. 후자다.

자수성가는 기준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기준을 내가 세워야 한다.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기준을 지키고자 애쓸 뿐,

기준을 바꾸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한다.


남편은 조장에게 자꾸 정했던 기준을 바꾸자고 말을 했다.

그 기준은 당연한데, 내가 지키지 못하니 나는 뒷 조로 간다던지

나는 천천히 한다던지의 선택이 아니라

그냥 기준을 바꾸자고 말한 것이다.


우리 남편?

역시나 자수성가 스타일이다.


그런데 웃긴 건,

사주를 보고 자수성가 스타일이라 하면 기분 좋아하는데

조직에 순응하기 어려워서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면

똑같은 상황인데 안 좋은 사주처럼 받아들인다.


자수성가,

혼자 힘으로 성공한다는 말은 곧

남의 도움을 받기 싫어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

그러니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했었고

그게 능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을 수 있다.


우리는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게 있다.


나 스스로의 성향을 파악해 보자.

살아온 길을 보니, 주로 조직의 기준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쪽이었다면

아무래도 나는 조직 속에서 있는 것이 남들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면 되고.

나는 주어진 숙제를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조직 속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참 기질대로 살아가고 있고

운 흐름대로 알아서 잘 걸어가고 있다.


백 프로는 없지만

나의 성향을 알면

인생 계획을 짤 때 좀 더 현실성 있게 세울 수 있게 되는

유익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타 인지는 중요하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리학,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