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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y수 Nov 15. 2023

하이힐 신은 공장사장의
어느 금요일

2028.11.10 금요일_경기도 본사 공장

아나운서 : 대표님 안녕하세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공장 중간에서 인터뷰를 하니 생생한 현장이 잘 느껴져서 좋습니다. 오늘 스타일이 너무 멋지신데요. 장소는 공장인데 스타일은 뉴요커 같습니다.  


공장사장 : (웃으며) 하이힐 신고 출근하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오늘 인터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썼습니다. 25년 전 처음 공장에 출근하며 하이힐 굽이 빠지는 고생을 한 이후로는 편한 복장이 좋습니다. 




아나운서 : 네 그렇군요. 인터뷰에 신경 써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우선 수출 300만 불 달성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수출판로를 개척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노하우가 있으시면 궁금해하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말씀해 주시죠. 


공장사장 : 우선 고객이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였어요. 고민을 해결해 내는 제품을 만들어 불편함을 없애 가는 것이 저희의 보람이고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사람 마음은 한국이던 해외던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요. 특히 제가 아줌마다 보니 남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 안전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 네. 아무래도 여성 CEO눈에는 좀 다른 것들이 보였을 것 같네요. 이런 유리한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와이프로 역할이 정말 많으셨는데 남자들의 세계 같아 보이는 철강공장을 설립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공장사장 : 말씀 듣고 보니 제가 특별한 것을 좋아했네요. 그것이 매력 있었습니다. 유리천장 가득한 이곳을 걸어가는 제 한걸음 한걸음이 누군가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면, 제 능력의 쓸모가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나운서 : 그래도 공장 설립을 결심하시기까지는 소소한 목표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장사장 : 저의 롤모델인 이은경 선생님께서 '어차피 성공할 사람이 나올 것인데,  그 성공을 내가 돕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철강은 겉으로 딱딱해 보이지만 어떤 소재보다 긴 생명력을 갖고 있고 섬세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계절 바뀐다고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기에 마치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처럼 따뜻하게 바라봐 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자라는 성별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고 이 세계에 뛰어든 여성분들의 성공을 돕고 싶습니다.


아나운서 : 듣고 보니 저도 철강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취직하기에는 이미 늦었겠죠(웃음). 그동안 만들어진 제품을 써본 적만 있지 그 생산과정을 관심 있게 본적은 지금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인터뷰를 보는 열정 있는 여성분들이 철강업계에서 기회를 많이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끝나고 직원분들과 축하파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매우 부럽습니다.


공장사장 : 제가 사업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의 성공입니다. 어디 가도 성공하실 수 있는 분들이 저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기에,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물론 성공의 기준은 각자 다릅니다. 경험을 쌓아 자기 회사를 차리고 싶은 꿈도 있고, 가정과 일이 균형된 삶이 꿈인 사람도 있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업계에서 유명인이 꿈인 분도 있습니다. 인생을 이 회사에서 쓰기로 했기에, 저는 그 시간을 가치 있게 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원 각자의 성공이 결국 제 성공이라 생각하는데요. 너무 정답지에 적힌 말 같아서 재미가 좀 없죠? (웃음) 


아나운서 : 아닙니다. 내 인생의 가치에 나 아닌 누군가가 관심 갖고 함께 애써준다는 것은, 썩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그런 마음으로 저번에 출간하신 책을 쓰셨을 것 같은데, 제 예상이 맞을까요? 


공장사장 : 네 맞습니다. 특히 책에서 장사꾼과 사업가를 구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사꾼은 내 덕에 직원들이 월급 받는 것이지만, 사업가는 다릅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인생을 걸고 일해주기에 그 순간순간이 힘들지만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업가의 자존심이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젊은 청년들을 도구로 생각하고 부려먹는 사장들은 그냥 장사꾼이라 불렀으면 합니다. 돈만 많이 벌면 되는 사람들이니까요. 진짜 나를 빛내줄 수 있는 회사 고르는 방법을 쓴 책입니다. 회사도 나를 고르지만 나도 회사를 골라야 공평하지 않습니까.


 아나운서 : 정말 와닿는 말씀입니다. 그 책을 보며 저도 회사를 잘 골랐나 생각해 봤습니다. 다행히 잘 골랐더군요. 정말입니다.(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이 사업체를 자녀분들에게 물려주실 생각이 있으실까요? 따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성 CEO의 또 다른 탄생을 꿈꿔봐도 될까요?   




공장사장 : 아니요. 아이들의 인생에 제 꿈을 겹쳐 놓는 것 만큼 위험한 짓은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과 저의 꿈은 한강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끔 한강다리를 건너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강건너에서 함께 뛰며 손 흔들어 주는, 그런 엄마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있을 수 있는 것도 남편과 아이들이 제 꿈을 응원해줬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서로를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 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대표님의 큰 사랑도 고민도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오늘 인터뷰는 저희가 오랜 시간 부탁을 드려 만들었던 시간이라 너무 짧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대표님의 소식을 언론이나 서점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분들과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저는 다음 이 시간에 시청자 분들께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도 철강회사의 grey 수 대표님이셨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장사장 : 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5년 후 제 모습을 상상하며 적은 것 입니다. 5년 후에는 사실을 바탕으로 같은 내용을 써보고 싶습니다. )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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