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폴바셋 다녀올게.
토요일 아침 몸은 천근만근인데 노트북을 싸들고 폴바셋으로 나섰다. 주중에 일이 많아 분단위로 쪼개어 쓰던 스케줄을 곱씹으며 '나는 오늘 숴야해'라고 머리에서 말은 하지만 집이 너무 답답해서 숨쉬기가 불편하다. 앉아 있기 힘들고 집을 빙빙 돌다가 숨이라도 편히 쉬자 싶어 영하 4도에 집을 뛰쳐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순간 이번주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며 운세가 궁금해졌다. 지금 내 모습이 친구가 자기 남편 이상하다며 설명했던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이 들며 이달 바뀐 운이 궁금해진 거다. 그때 친구 남편분은 일명 '이동수'라고 하는 역마운이 들어왔었는데,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마구마구 돌아다니다 에너지가 1% 남았을 때 충전하러 집에 들어왔다는 친구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딱 나 같다.
음력은 양력보다 늦게 바꿔서 지금은 음력 10월 운이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10월 역마운으로 바꿨구나. 월요일부터 하루 할 일이 두배로 늘어났었는데 기가 막히게 운세대로 움직였다. 재미난 것은 내가 만든 일이 아니라 주어지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일들도 운세 냄새를 맡는 것인지 몇 년 만에 코로나 재택을 완전히 접고 회사 식당밥을 먹게 된 날이 이번 월요일이었다. 일도, 돈도 운의 냄새를 참 잘 맡는다. 한없이 작은 내가 신의 게임판 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남자 연예인의 사건을 예언했던 어떤 사람의 몇 년 전 동영상으로 최근 사주가 반짝 핫해 짐을 느꼈다. 관심 없던 지인이 어느 날 만나 사주 얘기를 하시는 것 보면. 나에게 사주 공부를 하면 허탈하지 않냐고. 이 모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느낌에 우리가 버둥거리며 살 이유가 뭐가 있겠냐는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맞다. 처음 명리 공부할 때 80살까지 내 인생을 바라보고 큰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었다. 극강 J인 내가 200살까지 인생계획을 다 짜고 난 후 다 살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알게 되었다. 사주팔자는 철저히 내게 제공되는 '환경'을 말하는 몇 천년 된 학문이라는 것을.
인생을 바다 위 쪽배로 비유하면 나는 마음에 잘 와닿는다.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쪽배가 어느 날부터 가야 할 곳과 반대되는 역풍을 강하게 맞게 된다면 선장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명리학에서는 말해준다. 지금 그 환경에서는 힘을 빼고 그 역풍에 몸을 맡기는 것이 목숨을 살리는 길이라고. 지혜를 얻은 우리는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참아내며 파도와 역풍에 몸을 맡기려 노력하게 되면 몇 년 후 내가 멀쩡히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명리에서 그 지혜를 얻으면 되는 것이고 내 인생의 흐름이 역풍인지 순풍인지 알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역풍에 손을 뒷짐 지고 몸을 맡기는 것은 쉽지 않다. 인생이 곤두박질 침으로 느끼며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이 꼬인다. 역풍에 나를 내려놓으려면 두 배, 세배의 고통과 노력이 따르고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한없이 작은 내 존재를 인정하고 인생 공부를 하는 것이다. 꼭 명리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분야건, 아이를 키우건 그 분야의 깊은 끝은 결국 지혜와 만난다고 믿는다.
이번달, 다음 달까지 난 잘 돌아다니면 될 것 같다.
그럴 운에는 그렇게 하면 된다. 집에서 애들은 누가 챙기냐는 불필요한 걱정이다. 집에 있어봤자 운에 역행하기 때문에 애들과 서로 괴롭기만 할 것이 뻔하다. 화 잔뜩 난 엄마보다 바쁜 엄마가 서로 살 길이다. 다만 이번 역마운에 남편이 꼴 보기 싫은 운이 함께 들어왔다는 것을 잘 기억하며, 남편과 덜 마주치게 잘 돌아다녀 보려 한다. 못 만났던 친구는 이때 약속 잡아 만나는 것이다. 평온한 마음을 위해 남편 카드 쓰는 것은 필수. 이렇게 운을 따르려면 비용도 노력도 많이 든다. 자, 남편 선택하세요.
우리 싸울까 카드 쓸까.
사진 : 개인소장,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