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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15. 2023

천연론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라고요?

   인문교양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일이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새로운 기회로 삼아 "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이나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글로 써야겠노라 다짐하며 퇴근한다.


   구하기 어려운(2023.11.15. 일 확인하니 알라딘에서 검색조차 안 되고 교보나 예스 24에서 구할 수 있다)  <천연론>을 사서 읽은 까닭은 <마오의 독서 생활>에서 찾았고, 이후 <제국의 폐허에서>, <독서의 힘>에서 언급하여 책의 가치를 확인하였다. 


                              천연론(天演論)

                                                                                                    2015년 7월 5일 오후 11:44


   ‘천연론’은 영국왕립해군학교에 유학을 다녀온 엄복(근대 중국의 계몽사상가, 작가, 번역가)이 1898 중국 후베이 성에서 진화론의 열렬한 추종자(다윈의 불도그이라 불린)였던 영국 사상가 토머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1895)의 ‘진화와 윤리’(Evolution and Ethics, 1894)와 ‘로마니즈 강연’(Romanese Lecture, 1893)을 중국 고문으로 번역한 책이다. 진화론을 엄복은 중국어로 ‘천연론’이라 처음 번역하였다.     

   내가 중국에서 번역되고, 다시 한글로 번역된 귀한 책을 사게 된 것은 중국을 통일한 마오가 젊은 시절 어렵게 구해 탐독했다는 글을 <마오의 독서생활>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이 마오가 엄복의 ‘천연론’을 읽게 하였고, 마오의 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를 나름대로 찾아보고 싶었다.     

   ‘천연론’은 역자서문, 해제, 오여륜(엄복의 스승) 서문, 엄복 서문, 번역 범례, 상권(도언 18), 하권(본론 17), 부록, 원문 천연론으로 구성돼 있다.

   엄복이 영국에 유학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가 다양한 학문 영역을 다루고 있고, 중국의 역사와 사상을 들어가며 번역하였기에 번역과정의 어려움이 컸으리라 상상한다. 그럼에도 엄복은 직역보다 의역이 중국인에게 헉슬리의 사상을 쉽게 전하는데 유용할 것이라 판단하였고,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겸손해한다. 의역하여 중국의 사상과 엄복의 해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헉슬리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글로 번역한 양일모, 이종민, 강주기 님의 번역이 잘된 탓도 있으리라.

   한글판 천연론은 중국에서 발간된 지 100년이 넘어 2008년에 처음 한국에서 번역된 것이다.     




   ‘천연론의 핵심은 자연도태, 생존 경쟁에 관한 것이다. 로마니즈 강연’(Romanese Lecture, 1893)을 본론으로 번역하였는데 후반부에 가면 생물학이 정치학, 사회학으로 파급되는 내용이 보인다. 특히 헉슬리는 “자연을 극복하여 사회를 통치한다.”, “진화론은 앞으로 정치가들에게 부동의 원리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였는데 불과 반세기도 되기 전에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가 진화론을 악용하여 헉슬리의 예측이 확인되었다.     

   엄복은 스펜서(생존경쟁, 자연도태, 적응: 생물학의 원리를 사회학에 적용)와 헉슬리를 비교 평가하며 일부분에서 스펜서를 높게 평가하는 등 번역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여러 곳에서 밝혀두었다.     


   엄복 서문의 첫 문장이다.

“한 나라의 언어문자를 고찰하여 그 핵심원리를 이해하려면, 여러 나라의 언어문자에 정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존 스튜어트 밀     


  끝 부분에 소개한 테니슨의 시를 옮긴다.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망망한 바다에 풍파가 인다.

깊은 바다에 침몰할 수도 있고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를 수도 있으리라.

장차 어떻게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시간이여 시간이여 나는 나의 힘을 다할 뿐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장부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로다.”     


   ‘천연론’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동서양학술명저번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12월 소명출판에서 1판 1쇄를 발행한 것이다. 본문 364쪽인데 한글로 번역된 242쪽까지만 읽을 수 있고, 나머지는 천연론 원전이라 능력이 부족하여 읽을 수 없었다.     



<마오의 독서 생활> 2015년 5월 10일 오전 12:05

   마오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자연과학 분야 책 중 첫 번째가 헉슬리의 <천연론(天演論)>이다. 자식에게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사회과학을 공부하라 강조하였고 정치는 과학을 공부한 후에 논하라 편지에 적었다. 진화론은 역사적 계급투쟁의 자연 과학적 근거로 삼은 것이다.     


<제국의 폐허에서> 2018.10.10(목)

   1895년 37세 캉유웨이와 제자인 22세 량치차오가 과거시험 보러 베이징으로 가던 기선이 동중국해에서 일본군으로부터 수색을 받는다. 이 기이한 우연으로 량치차오는 현대 중국에서 우상인 지식인으로 성장한다. 당대의 주요 관심사와 미래의 많은 관심사를 예측한 명료한 글로 마오쩌둥을 비롯한 몇 세대 중국 사상가들을 자극한다. 중국 고전에 대한 학식과 서구의 사상과 동향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다 갖추고 있었다. 량치차오는 옌푸(엄복천연론)의 번역서로 서구 철학자들을 만난다.  

   

<독서의 힘> 2018.10.14(일)

   <독서의 힘>은 무에서 유로 이어진 책의 역사를 다룬다. 고전은 모든 지식인이 반드시 읽고 연구해야 하는 문명이 영혼이자 현재 문명의 정신적 선조다. 동방견문록과 천연론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인생의 성공과 독서 간의 대체 불가능한 인과 관계도 보여 준다. 1897년 엄복은 영국 생물학자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번역해 <천연론>을 내놓았다. 사회다윈주의를 담은 천연론은 무술변법을 시작하게 하고 후스천듀슈루쉰 등을 통해 신문화 운동을 일으키게 한 촉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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