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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16. 2023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As I Lay Dying

월리엄 포크너 작품

  남자는 모두 늑대라고 한다. 늑대는 동물이다. 동물은 본능에 충실하지만, 남자는 도덕·윤리를 지켜야 하기에 본능을 억제한다. 상황을 만드는 남자는 사람에서 늑대가 될 수 있다. 아무도 볼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늑대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고교 시절 어느 선생님은 수업 중 새벽에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단언했다. (선생님은 30년 전에 돌아가셨고, 표현은 최대한 순화한다) 남자의 본능은 선사시대 이래로 존재 이유자 삶에 활력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여자는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TV에서 나이 70이 넘어 자식을 얻은 모 탤런트가 시장을 방문했을 때 주변의 아주머님들이 축하한다는 투의 인사를 건넨 상황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크게 다르지 않을까. 다만 여자들이 도덕·윤리로 강하게 통제받는 여건일 뿐.

   남자의 본능을 바탕에 깔고 전개하는 소설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월리엄 포크너가 어떻게 이야기를 버무려가는지 살펴본다.


   300쪽 분량은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는 소설이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아주 지루해서 그만두기를 반복해서 읽는다. 마치 소설에서 폭우로 장례여행이 열흘이나 걸린 것처럼…….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의 ‘’는 다섯 남매의 어머니이자 미국 남부 가난한 농촌의 농부 앤스의 아내다. 장남 캐시, 둘째 아들 주얼, 셋째 아들 , 고명딸 듀이 델, 막내아들 바더만의 어머니인 애디가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집 가까운 곳에 묻었더라면 소설이 구성되지 않는다. 애디는 수마일 떨어진 고향 제퍼슨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남편 앤스는 아내의 유언을 지키려고 자식들과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고 장지를 향해 출발하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 강물이 불어나고 다리가 무너진 상황이다. 먼 거리를 우회하거나, 여울목을 찾아 강을 건너는 긴 여정을 열흘이나 겪는다.

   열흘간의 장례를 위한 여정이 소설 대부분이다. 그러니 지루할 수밖에…….



   장남 캐시는 목수로 빗속에서 어머니의 관을 짠다. 여울목을 건너다 마차가 물에 잠기고 구사일생으로 건져졌을 때 강물 속에서 연장을 다 찾아냈는가에 집착한다. 다리가 부러진 채로 마차에 몸을 맡기고 몇 날 며칠을 다니면서도 아픔은 참을 만하다. 괜찮다는 무던함(?!)을 보인다. 둘째 아들 주얼은 말을 키우고 타기를 좋아한다. 불어난 강물 때문에 부서지고 죽은 노새를 다시 사기 위해 아버지는 주얼의 말을 팔아버린다. 이 일로 주얼은 장례 일행에서 떠나버린다. 그러나 그도 자식이기에 잃은 말보다 엄마의 장례에 동참하는 것이 마땅했기에 돌아온다. 셋째 아들 달은 장례여정에서 정신이 나가 남의 집 헛간에 불을 질러 가축이 죽고 헛간이 주저앉게 한다. 고명딸 듀이 델은 달거리가 멈추었기에 소설에서 밝히지 않는 녀석이 준 10달러로 약국을 방문해 낙태하려 한다. 약국의 일꾼은 시골 여자인 듀이 델을 유인하여 욕구를 채운다. 이런 과정을 읽는 일은 속이 터지도록 답답한 일이다.     


   소설을 끝은 놀라운 반전이 있다. 죽은 아내의 유언을 지켜 주려 힘든 여정을 이끌었던, 수없이 무능하고, 남에게 신세 지기를 그토록 싫어했던 앤스는 아내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자식들에게 새엄마를 소개한다. (이 글의 독자 중 여성들은 그러겠지, “남자는 다 똑같은 늑대야.”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은 “수컷의 향기를 잃지 말라”라고 한다.)

   헛간에 불 지른 달은 주얼이 신고하고, 듀이 델은 아이를 떼라고 받은 돈을 아버지에게 빼앗긴다. 아버지는 딸에게서 빼앗을 돈으로 의치를 해 넣고 새엄마를 데려오고……. 남자와 약국 종업원은 욕망으로 듀이 델을 착취하고, 아버지는 딸의 돈을 착취하고, 엄마의 매장이 우선이라며 캐시를 병원에 데려가야 할 기회를 착취한다. 주얼로부터는 말을 빼앗고……. 


   작품해설에는 더운 여름날 시체가 썩어 가는 냄새를 맡아가며 40마일 거리를 열흘간 마차로 가야 하는 여정을 ‘오디세이’로 평가한다. 소설을 이해하기까지 가장 독자를 혼동시키는 것은 ‘나는’, ‘내가’라고 말하는 화자가 누군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등장인물이 가족 다섯을 포함해서 열다섯(등장인물을 메모하다가 놓친 사람도 있으나 해설에 15명이라고 한다)이다. 모두가 화자인 까닭에 15개의 관점에서 그들의 독백을 들어야 하니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2017.03.04 쓴 글을 일부 보완(탤런트) 한다.


P.S.  당신이 아닌 것처럼 나도 아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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