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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20. 2023

왜, 뭘 고민해요?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읽고 싶은 강상중의 책 4권 가운데 세 권째 책이 <고민하는 힘>이다. 

   망국의 역사, 가혹한 식민지 지배,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운동, 폭력과 저항, 번영과 격차, 성공과 실패 등을 거쳐 오면서 우리의 현대사는 격심한 진폭을 경험했다. 경제적 풍요와 발전을 추구하며 끝없이 앞으로 돌진했던 우리는 내적 반성의 시기를 갖지 못했다.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는 힘’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의 고민이란 ‘지금’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는 세계화 시대이고 자유가 역사상 가장 확대된 시기다. 행복지수는 따라 높아지지 못한다. 인터넷을 통한 연결은 거품처럼 가볍다. 빠른 발전과 변화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없을 정도로다. “자유와 독립과 자아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 대가로 어떤 계기에는 쓸쓸함을 맛보아야만 한다.”(이 문장에 퍽 공감한다) 카를 야스퍼스는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라고 했다. 자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란 뜻이다. 타자와 상호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자아는 존재할 수 없다.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진지하라.’라는 말은 와닿지 않는다.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돈은 갈등의 원인이자 해결책이기도 하다. 강상중은 돈 이야기를 ‘고작해야 돈, 그래도 돈’이란 소제목을 걸었다. 일본인의 의식에는 “러일전쟁 후 자칭 일등 국가가 되었다.”가 자리 잡고 있다. 자이니치(在日)로서 강상중에게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돈을 비롯한 세대 간의 의식 차를 이야기한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신자들은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올바른 규칙을 지키고 일체의 낭비도 없이 노동하는 의미조차 잊고 사회 속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노동한다. 그 결과 부를 축적해도 그것을 즐기지 않고 다시 영리에 투자해서 점점 부가 축적되어 자본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국부론> :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자유로운 경쟁이 부를 만들고 풍요로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설사 경쟁이 있더라도 사람들 속에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는 한, 이른바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서 불평등과 불균형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걸어온 길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불공정한 경쟁과 가혹한 부의 편중이 생겼다. 그리고 경제 발전이 벽에 부딪힌 나라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갔으니 이게 제국주의다. 과거의 제국주의는 현재의 월스트리트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였다는데 내 기억으로 한국은 1990년대에 그랬다. 뭐가 뭔지 모른 채 시대에 휘말리기 싫다고 구시대에 매달리는 것은 더 바보 같은 짓이다.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평이한 글이다. 다만,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지를 생각하는데 지성에 따라야 한다’에 공감한다)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종교는 제도다. 어원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믿는 것’. 종교를 믿던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수많은 질문에 대해 세계가 이미 해답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절대로 불행하지 않았을 것(동의). 근대의 시작은 신앙에 의해 감춰진 고민거리를 ‘개인’이 판단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개인에게 부담이 되었고, 마음의 의지를 위해 유사종교를 찾는다. 여기에서 종교란 ‘모두가 불안해서 의지할 수 있는 무엇인가’다. 자유로부터 도망쳐 절대적인 것에 속하고 싶어서 한다. 에리히 프롬은 1920년대 독일에서 개인 중심이 파시즘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연구해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개념으로 찾아낸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자기 존재를 확인받기 위하여 일한다(100% 공감, 노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연애는 환상의 비극이자. 사랑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타고 남은 재 속에 남아 있는 불씨, 그것도 사랑이다.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살아간다. 의미를 확신하지 못하면 사람은 절망에 빠진다. 관계를 계속해서 찾아라. 

늙어서는 최강이 돼라.

   고민한 결과로 뻔뻔해질 수 있어야 한다. 해보지 않은 것, 정반대의 것에 도전해 보겠다고 한다. 할리데이비슨을 타겠다는 강상중의 마음을 드러낸다.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베버가 그에게 끼친 영향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두 사람의 소설과 삶에서 강상중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내적 성찰의 시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개인에게나 국가에나 과거를 돌아보고 내적 성찰을 거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민하는 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만나는 여러 문제를 주제로 삼아 예리하지만 편안하게 안내한다.”라고 번역자는 말한다. 독자는 ‘예리’하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도쿄대학 정교수이자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평가는 일본에서 받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갸우뚱……. 4년 전 이맘때 읽고 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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