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의 이해를 위한 첫걸음
2012년 12월에 이 책을 사두고도 읽기를 미루어 둔 것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이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읽지 않고는 『변신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바 없지만, 서양 고대 서사시의 흐름을 보면서 판단한 것이 옳았다.
『변신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변신과 관련된 사물의 유래들을 이야기한 모음집이다. 『변신이야기』의 저자 오비디우스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는 물론이고 오늘날도 서양 문화와 미술, 인문학에 끊임없이 활력을 주는 작가다.
『변신이야기』는 총 15권으로 구성한 서사시 형식의 시다. 약 250편의 이야기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 영웅에 관한 이야기, 아이네아스가 트로이에서 신탁을 받아 지중해를 거쳐 로마에 도착하고, 이후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가 통치하는 시기까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권에서는 우주와 인간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 그대로의 정돈되지 않은 무더기로 생명이 없는 무게이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의 수많은 씨앗이 서로 다투며 한 곳에 쌓여있는 것을 카오스라 한다. (카오스를 지금은 바다도 대지도 만물을 덮고 있는 하늘도 생겨나기 전의 자연으로 ‘혼돈’이라고 번역한다) 세상을 다섯 지역으로 나누고 기후대를 설정하고 있다. 다른 모든 동물은 고개를 숙이고 대지를 보는데 인간만이 하늘을 보라고 명령한다.
기가스의 도전에 대한 윱피테르(제우스)의 분노가 대홍수를 불러온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르라는 신탁에 따라 돌을 집어 등 뒤로 던졌고 이로써 돌들이 남자, 여자가 되어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
거대한 퓌토(뱀)를 화살로 죽인 아폴로.
큐피도의 화살을 맞은 아폴로와 월계수가 된 다프네.
바람둥이 윱피테르가 이오의 정조를 빼앗다. 이오는 유노(윱피테르의 누이이자 아내)의 눈을 피하려 암소가 된다.
백개의 눈을 가진 아르구스.
2권
아버지(유피테르)의 아들임을 증명하겠다고 아버지의 마차를 몰다가 마차를 제어하지 못하고 떨어져 죽은 파에톤(마차가 궤도를 이탈하여 불을 낸다).
오라비 파이톤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미루나무가 된 헬리아데스들.
유피테르에게 당하고 유노의 벌을 받아 암곰이 된 칼리스토. 유피테르는 대단한 바람둥이로 유노의 질투는 언제나 따라다닌다.
인간이, 반신이, 요정이, 새가 되고, 까마귀가 되고, 말이 되고, 거짓 맹세 때문에 돌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3권
신탁에 따라 도시를 건설하는 카드무스와 뱀의 사투.
여신 다이나의 알몸을 본 대가로 다이나는 악타이온을 수사슴으로 변하게 한다. 사슴은 그가 부리던 개떼의 습격을 받아 숨이 끊어진다.
유노는 질투를 억제하지 않는다. 유피테르의 사랑을 받게 된 세멜레는 유노의 시기로 유피테르의 벼락에 맞아 죽는다. 불탄 세멜레의 몸에서 바쿠스를 꺼낸 유피테르는 넓적다리 안에 꿰매 달이 차기를 기다린다.
미래사를 알 수 있게 된 테레시아스
나르킷수스(나르시스)와 에코에 관한 이야기
4권
퓌라무스와 티스베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나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티브가 되었을 듯)
신들은 정사 장면을 훔쳐보고 부러워한다. 제비꽃으로 변신한 클뤼티에.
신과 인간과 요정이 신을 모독하여 박쥐가 된다.
시시포스(시지프스) 이야기.
자식들의 불행에 상심한 카드무스와 아내 하르모니아는 뱀이 된다. 그 뱀들은 사람을 피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하늘 전체가 수많은 별과 함께 아틀라스의 어깨 위에서 쉰다.
장차 태어날 손자에 의해 죽을 운명이라는 신탁에 놀란 아크리시우스는 외동딸 다나에에게 남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딸을 청동탑에 가두지만 다나에는 윱피테르가 변신한 황금 소나기를 맞고 임신하여 페르세우스를 낳는다.
해신의 노여움으로 사슬에 묶인 안드로메다를 구출한 페르세우스는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누구든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 이야기
5권
도마뱀이 생긴 유래, 살쾡이가 되고 남을 험담하는 피에로스의 딸들은 까치로 변한다.
6권
여신 팔라스와 베 짜기 시합을 벌인 아라크네는 훌륭한 작품을 짰으나 여신의 노여움으로 거미가 되어 지금도 베를 짜고 있다.
신보다 행복하다고 떠벌리다가 신에게 자식들을 모두 잃고 대리석이 된 니오베.
갈증을 느끼는 신에게 샘물을 허락지 않아 개구리가 된 뤼키아 농부들 이야기.
테레우스의 욕정이 처제 필로멜라를 범하고 가둔다. 필로멜라는 탈출하여 언니를 만나고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자매의 복수로 자식(이튀스)을 먹은 테레우스는 후투티가 되었다. 프로크네는 테레우스의 아내였다.
7권
메데아의 약초즙을 먹고 회춘하는 이아손. 이에나에서 역병이 창궐한다.
8권
적장 미노스를 사랑하여 조국을 배신하는 스퀼라, 그러나 미노스는 이를 거부하고 스퀼라는 새로 변한다.
다이달로스는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이어 붙여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하늘을 난다. 아버지의 충고를 잊은 이카로스는 높게 날아가다 밀랍이 녹아 날개를 잃고 바다에 추락한다. 이카로스의 시신이 묻힌 곳(섬)은 그의 이름을 따 이카로스가 된다.
페르딕스는 톱과 컴퍼스를 발명한다.
자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을 깜빡 잊은 오이네우스를 벌주려 다이나가 보낸 멧돼지가 가축과 사람을 마구 해치자 오이네우스는 멧돼지를 사냥한다.
나무 요정의 밑동을 도끼로 쳐 쓰러뜨린 에뤼식톤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느껴야만 하는 벌을 받는다.
9권
헤르쿨레스의 의붓어머니인 유노는 유피테르가 가까이하는 여신, 여인들과 그 자식까지도 미워하였고 그중에서 헤르쿨레스는 유노의 계략에 의해 12 고역을 치른다.
아켈로우스는 헤르쿨레스와의 싸움에서 졌음에도 싸웠다는 영광이 졌다는 수치보다 크고 위대한 승리자에게 졌다는 것으로 위안 삼는다.
헤르쿨레스는 아버지 유피테르에 의해 화염 속에서 필멸의 사지를 벗고 신이 되어 하늘로 올려져 별들 사이에 머문다.
헤르쿨레스가 태어날 때 그의 어머니는 이레 동안의 산고를 겪었고, 시녀 갈라티스의 지혜로 출산을 저지하는 출산의 여신을 속인다. 갈라티스는 자기에게 속은 여신을 보고 깔깔대고 웃다가 족제비로 변하는 벌을 받는다.
수련 몇 송이를 꺾고 나무가 된 드뤼오페.
신들에게도 늙어가는 고통이 있다.
오라비를 사랑하되 누이에게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사랑으로 오라비를 떠나게 하고 뒤를 쫓다 샘이 된 뷔블리스.
딸을 저주하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신탁에 따라 딸을 아들로 키웠으나 혼례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다가 다시 신에게 소녀를 소년으로 변하기를 청하고 이를 실현한 소녀 이피스.
10권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스튁스 강을 건너 저승에 머무르는 신에게 청하여 아내 에우뤼디케를 이승으로 데려갈 것을 허락받았으나,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조건을 어긴 오르페우스의 이야기.
나무들의 목록과 수사슴을 죽인 슬픔에 삼나무가 된 퀴파릿수스의 이야기
피그말리온의 기도로 사랑의 신 쿠피도는 조각인 상아 소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결혼식에 참석한다.
아버지를 사랑한 뮈르다의 광기는 그녀를 나무가 되게 한다.
발이 빨라 달리기 경주에서 매번 이기는 아탈란타와 해신의 자손인 힙포메네스가 경주에 나서고 여러 젊은이가 경주에 져서 죽어갔지만, 아탈란타는 주저주저하다가 경주에 지게 된다. 둘은 부부가 되었으나 신전에서 욕망을 채우다가 신의 노여움으로 사자가 된다.
너무나 가벼워 쉬이 떨어지는 꽃, 아네모네가 된 아도니스의 죽음
11권
죄를 지으면 신은 나무로 변하게 한다.
내 몸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게 해 달라던 미다스의 슬픔
신의 도움으로 테디스를 그물망에 넣어 변신술로도 펠레우스의 마음을 꺾지 못한 테티스는 그의 아내가 된다.
아폴로가 불쌍히 여겨 매가 되도록 허락한 다이달리온.
물총새로 변신한 케윅스와 알퀴오네 부부.
12권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 카이네이스와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스의 죽음.
13권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가 만들어준 아킬레스의 무구를 두고 벌이는 아이악스(아이아스)와 울렉세스(오디세우스)의 설전.
아이네이아스의 방랑(트로이아에서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반도로 가 로마를 건설하기까지의 고난)
14권
아이네아스는 가슴이 미어질 듯한 디도의 애원에도 운명의 힘으로 떠밀려 그녀를 남겨둔 채 함대를 이끌고 떠난다. 디도는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태우려고 쌓아 둔 장작더미에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15권
로물루스의 뒤를 이은 로마의 제2대 왕 누마
피타고라스의 철학 : 인간은 왜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들을 죽이는가? 영혼은 옮겨 다닐 뿐 불멸한다. 모든 형상은 변한다. 우주는 흙, 물, 불, 공기로 생성되었다.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생명은 소중하다.
카이사르의 신격화. 아우구스투스의 장수를 빌며…….
맺는말에서 오비디우스는 유피테르도 이 작품을 없애지 못할 것이며, 자신의 명성이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적어두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단언컨대 십 대에 내가 『변신 이야기』를 읽었더라면(그때 원전 번역은 없었다) 사범대를 가지 않고 작가가 되려 했을 것이다.
옮긴이의 해제에 기대면 오비디우스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축적한 문학적 소양은 베르길리우스, 루크레티우스로부터 배웠고,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며 전체를 하나로 묶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여인들의 목록』에서 취했고, 성격이 다른 이야기들을 한데 엮는 기법은 칼리마쿠스의 『기원 설명』에서 배운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