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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r 22. 2024

놓치기 아까운 젊은 날의 책들

최보기 지음


   춘분날 소복하게 내린 눈과 진눈깨비를 탓하며 밖에 나가 만보 걷기를 쉬기로 하고 읽는다. 출판사 대표가 건네준 책 중 하나가 최보기님의 <놓치기 아까운 젊은 날의 책들>이다. 지은이와 아마도 비슷한 시기를 살아왔음이 기쁘다. 그가 읽은 많은 책 중에 64권을 택해 젊은이를 대상으로 풀어놓은 서평들이다. 쉽게 써서 읽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 읽어가며 나도 읽은 책이 몇 권일까 세어보니 19권뿐이라 사 볼 책 목록에 15권 책 제목과 지은이를 메모한다. 마음은 모두 사 읽고 싶지만 사 두고 읽지 않은 책이 수십 권이라 욕심을 달랜다.      


   머리말에서 ‘젊은날의 독서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공감하면서도 독서의 질과 양서를 살 경제능력이란 기준으로 보면 중년의 독서도 젊은날의 독서만큼 의미가 크다. 젊은 날, 사색을 탐하라. 미쳐야 미친다 도전의 특권, 젊음! 더 나은 미래 그대가 열어라. 혜성처럼 빛날 젊음을 위해. 지성의 눈으로, 야성의 힘으로.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라는 6개 장제목을 지었다. 한 가지 소주제에 따라 관련된 책 두 권부터 여섯 권까지 소개하는 방법을 쓴다. 거문도를 탈출한 그가 안병욱 교수의 <마지막 등불이 꺼지기 전에>에 대한 추억과 함께 독서 인생에 의미를 준 책들을 소개하며 맺는다.     


   슬픔도 풍요로움의 구성 요소다. 어머니 찬가를 통해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보내셨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인터넷에서 퍼온 ‘병들어 내버려진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글’은 마른 눈물샘에 습을 보내온다. 책은 완전발평품이라는 움베르토 에코의 의견을 소개하며 디지털시대에도 가치를 갖고 있기를 기대한다. 이중텐의 <이중텐, 사람을 말하다>를 정리한 글과 내 독서노트를 비교해 보니 재미있다. 특히 주역의 핵심인 변화에 대한 기술은 모든 자기 계발서의 서두로 삼을 만한 거리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의 여행>을 먼저 읽어보고 싶고, <뉴욕오감>은 절판상태라 아쉽다. <달과 6펜스>만 읽었더니 S. 폴라첵의 <빈센트 반 고흐>로 읽어야겠다. 


<연금술사>에서 전사에게 점쟁이가 해 준 말은 인생을 요약하는 글이라 다시 옮겨 본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전장에 나간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소. 지나버린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알려하는 대신 오직 현재를 아름답게 하면 그다음에 다가오는 미래도 아름답게 이어지리라는 삶의 진리, 신의 섭리에 충실하시오.”

저자의 자기 계발에 대한 생각이 옳다. 자기 계발은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의지의 문제다. 의지력보다 습관의 힘이 세다는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매화는 추운 겨울을 이기고서야 비로소 맑은 향기를 뿜는다.’ ‘질풍경초(疾風勁草), 강한 바람이 불어봐야 강한 풀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으로 멘토를 소개하는 글을 시작하며 사용한다. 자본주의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학자들의 노력도 소개한다. ‘행복한 공존을 위한 가치의 지평가와 회복’이란 메시지는 나눔과 배려로 실현해야 한다. 자유, 평등, 공부, 돈, 정보, 저항, 역사는 유대인을 유대인답게 하는 저력이라고 말한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는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저자는 ‘열 명의 군자에게 죄를 지을지언정 한 명의 소인에게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글에 주목한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소개하는 저자에게서 글쓰기로 나를 제대로 표현하려 했던 내 욕망을 발견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말을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쓴 것처럼, IT분야에서 사용하는 ‘임배디드’라는 개념은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처음 사용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었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처럼 책을 평가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곁에 있는 책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 말은 교집합이다. <좌우파사전>도 읽어 보고 싶지만, 하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잡고 날아간다를 염두에 두면 될 듯하다. 100쇄를 넘긴 소설인 당신들의 천국, 광장, 난쏘공이 더 이상 읽히지 않고 절판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텐데......     

로자의 <책을 읽을 자유>가 치우친 무게감에 기우뚱거리고, <한근태의 독서일기>는 가벼워서 흐르는 물에 떠내려간다면, <놓치기 아까운 젊은 날의 책들>은 장마철 내를 건널 때 안심하고 건너갈 수 있는 디딤돌이다. 독서가의 눈에는 그리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젊은날의 책들>은 모이북스에서 2013년 8월 초판, 2013년 12월 초판 2쇄, 본문 24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권장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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