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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03. 2024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2016년 4월 27일 오전 12:07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


   마크 저크버그가 읽었다기에 나도 읽자고 두 번째로 선택한 책이다. 우선 재미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해석한 부분에서 그렇겠구나. 끄덕이기도 한다. 학창 시절 전공인 문화지리학에서 배운 칼 사우어의 이론과 다른 주장을 보면서 학문의 발전을 지켜보는 듯하다. 역사학자이면서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에 대한 소양을 바탕으로 인류의 문명을 조망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순으로 자연과학의 발달을 줄로 세운다.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최근 한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써서 고마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한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다. 한 세기 안에 파괴적인 전쟁과 식민지를 모두 겪었고,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첨단 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끼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는 자살률, 행복도 조사에서 낮은 순위로 보아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데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후기를 읽으면 <사피엔스>가 무얼 말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나 뒷날을 위해 몇 가지를 정리한다.     

  

    1부 인지혁명      ----------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 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임을 밝힌다. 인지 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을 말한다. 인지 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종의 행위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했다. 혹은 선사시대에 속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험담으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다)를 넘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허구의 등장(푸조의 신화와 같은)’에 있었을 것이다.” “네안다르탈인은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서 대규모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고칼로리 식품을 탐하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현대 발생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한 명의 남자에 의해 아기가 생기는지 많은 남자에 의해 아기가 생기는지를 판별할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 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2부 농업 혁명     ----------      “농업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완전히 독자적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에 합의하고 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 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고대 유골 조사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 새로운 농업 노동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가축화된 닭은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가금류다. 널리 퍼진 대형 포유류를 순서대로 꼽으면 사람이 첫째이고, 2,3,4위가 가축화된 소, 돼지, 양이다.” “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의 성공적인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농업혁명은 사피엔스가 자연과의 긴밀한 공생을 내던지고 탐욕과 소외를 향해 달려간 일대 전환점이었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인류가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해 냈기 때문이다.”     


   3부 인류의 통합      ----------     자유와 평등의 인지 부조화.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화폐 질서, 제국의 질서, 종교의 질서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제국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정의된다.” 제국은 인류의 다양성을 급격하게 축소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다.” 역사의 여신은 장님이다.     

   

   4부 과학혁명      ----------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과학발전의 출발이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으로 최초의 서사시라 평가)가 과학이 하는 모든 일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과학은 지난 5백 년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었을 것이다.” “과학과 제국주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 유럽 제국주의가 21세기 유럽 이후 세상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과학과 자본주의다” “유럽인의 정복과 탐험의 야망은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것이었다.” “근대 경제사를 알기 위해서 정말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성장’이란 단어다.” “산업혁명은 시간표와 조립라인을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의 틀로 변화시켰다.” “산업혁명은 가족과 공동체를 붕괴시켰다.” “현존하는 국가 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진화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속성을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카멜레온의 색을 규정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은 끊임없는 변화다.” “1945년 이후 평화를 구가하는 것은 전쟁의 대가가 극적으로 커졌고, 전쟁 비용이 치솟은 반면 그 이익이 작아졌고, 세계 정치 문화에 지각변동(평화를 사랑하는 엘리트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는 예전이라며 동화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부를 누리고 있다.”     

  

P.S.

① 인지 혁명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관점은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 1>에 서 다룬 내용과 차이가 난다. 이래서 책 읽는 일이 재미있다. 지적 호기심을 불러낸다. (참조) https://brunch.co.kr/@grhill/144

② 과학과 제국주의의 관계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과 브런치 참조

https://brunch.co.kr/@grhill/90               

③ <사피엔스>는 김영사에서 2015년 11월에 초판을 인쇄됐고, 나는 1판 29쇄, 636쪽 분량을 읽다.  2023년에 김영사에서 다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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