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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Oct 09. 2023

지구는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터전이다

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여러 권의 책들을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dudd엮는 주제 서평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du평d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여섯 번째 (8,000자)

   

   2023년 8월 초순 36도가 넘어 사람의 체온을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는 온라인 신문기사를 볼 수 있었다. 폭염 경보에 쓰러지는 사람이 평년의 3배에 달한다는 보도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열대 과일이 재배되며,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겨울은 추위가 덜하다. 사헬 지대의 사막화 현상 확대가 아프리카의 기근을 지속하게 해 안타까움은 커진다. 화석연료를 쓰다 보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 증가가 지구의 기온을 높이고 있어 우려한다. 인간의 행위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사고에서 출발한다사고의 체계를 철학 혹은 사상이라 할 때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해답을 찾아간다. 베이컨의 철학, 일본 군국주의, 미국 제국주의, 독일의 나치즘, 종자 기업의 성장은 지구를 정복의 대상으로 본다. 이에 비해 스피노자, 레이첼 카슨,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슈마허 등의 사고체계는 지구를 공존의 터전으로 본다.     



베이컨의 <신기관>

   베이컨 이전의 영국과 유럽 지식인의 사고체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 방법과 스콜라 철학이 대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과 연역을 함께 사용해 오직 연역적인 것에서 탈피하고 관찰과 경험을 중시한다. 스콜라 철학은 크리스트교 신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이성적 사유를 통해 논증하고 이해하려 했다. 동양에서 들어온 화약과 나침반, 인쇄술이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된 베이컨은 학문이란 인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베이컨이 <신기관>에서 ' 지구는 정복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정복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베이컨의 주장은 창세기에 언급한 ’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느님이 인류가 노동으로 일용할 양식을 얻도록 허락한 것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며, 인간의 자연 지배는 ’위대한 발견’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대한 발견을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풍과 스콜라 철학을 벗어나 새로운 방법론인 귀납적 방법론으로 자연에서 진리를 구해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구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강조한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와 18세기를 거쳐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산업화를 거치며 인류는 물질적 풍요로움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나, 선물의 내용물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환경 문제가 끼어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약육강식으로 해석하여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이 지대하지만, 지구는 인류의 정복 대상이라는 베이컨의 사고가 가져온 문제는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복은 우열을 판가름하게 하고 식민지를 착취하는 강대국의 정책에 연결되었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시대의 흐름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군사력으로 지배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국제 분위기에서 한반도를 식민화했던 일본의 대외 정책, 미국이 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 히틀러가 가졌던 레벤스라움이라는 지정학적 사고는 이처럼 지구는 인류의 정복 대상이란 사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역사 속에서 사고가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미쳐 만든 결과를 복기한다.   

   

일본의 대륙 침략

   한반도를 식민화했던 일본의 대외 정책을 살펴보면, 일본이 정복전쟁을 정당화하려 대동아공영권이란 개념을 만들어 식민지의 주요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동맹국이었던 일본은 우랄산맥의 동쪽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라고 히틀러에게 요구했었다. 이처럼 기세가 등등했던 일본 정부와 군부는 1944년 후반에 이미 패전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에 근거지를 확보해 태평양에 진출하는 부동항을 노릴 것이며, 결국 미국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이런 국제 정치의 맥락에서 패전 후 운명을 “미소 간의 잠재적 대립을 이용해 소련을 개입시켜 미국의 야심을 견제”하려고 했다. 미국의 아시아 단독 지배를 반대하는 소련을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미국이 일본의 역할을 인정할 것이고, 이렇게 될 때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아시아에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소련이 동아시아에 참전한 후 최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일본에 유리하다고 보았다. 이런 상황을 유도한 일본은 사실상 소련에 한반도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미소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도록 유도했다. 

   전범국 독일이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에 의해 분할 통치한 것에 비추어 일본이 분할되어야 했음에도 한반도 분할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일본의 치밀한 전략 판단이 있었다.

   20세기 초 우리에겐 국제 정치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식견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질렀으니 이제 우리가 이겼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는 불행을 막으려면, 일본이 20세기에 누렸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제 한민족 역사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미국의 해외 확장

   미국은 19세기말부터 해외 영토를 확장하며 영국, 프랑스와 같은 제국주의의 길을 따른다.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과정에 알프레드 마한이 이바지한 바가 크다. 왕성한 독서가였던 마한은 상업적 군사적으로 해양을 지배하는 것, 즉 시파워의 우위와 제해권 장악이 국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해로는 어느 방향으로나 갈 수 있는 교역로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알프레드 마한은 미국이 해군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를 공급하고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지 없이는 해군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한의 연구와 책은 식민지 확장과 제국주의 경쟁 시대를 맞이해 미국 정계에 움트고 있던 군비 확장론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마한의 책은 일본 해군에서도 필독서였다. 1881년 미국 해군의 규모는 브라질, 페루, 이집트만도 못했다. 1907년에는 영국에 이어 2위의 해군 강국이 되었다. 파나마 운하, 하와이 합병, 괌, 필리핀에 해군기지를 건설한 것은 마한의 영향이다. 이는 대니얼 임머바르가 쓴 <미국제국의 연대기>에서 2차 대전 덕분에 2,000여 개의 기지를 확보하고 현재 800여 개 해외 기지를 확보했으니 주장이 실현된 것이다. 미국 내에서 미국을 세계 강대국으로 만든 다섯 명 중 한 명이 마한이라고 평가한다.   

   

히틀러의 제3제국

   독일의 히틀러가 추구한 제3 제국은 레벤스라움이란 개념으로 영토 확장과 주변국 정복에 나선다. 히틀러에게 개념을 주입한 것은 하우스호퍼였다. 하우스호퍼는 일본 체제 기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경험하고 독일 지정학을 확립한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언급하듯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전해져 유대인 학살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지정학과 우생학이 결합한 것이다. 하우스호퍼는 히틀러와 그의 동료들에게 레벤스라움, 하트랜드, 지정학의 개념을 가르친다. 하우스호퍼가 히틀러에게 소개한 책은 라첼의 <정치지리학>이었다. 라첼은 모든 유기체는 특정 크기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그 특정 유기체의 레벤스라움이라 불렀다. 인구증가에 따른 토지확보를 위해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주장이다. 나치 집권후 하우스호퍼와 독일지정학은 제3제국의 도구가 되었다. 독일지정학자들이 구상한 레벤스라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스텝지역을 포함한다. 하우스호퍼는 일본에게 남쪽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한다. 만주와 중국을 침략하는 것을 실수로 보았다. 일본이 중국으로 깊이 들어가면 익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지정학과 청동점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하트랜드를 지배한다.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지배한다.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과 스파이크 맨의 림랜드 이론(“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도 지구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의 연장선에 있는 지정학 이론이다. <지리의 힘>과 <지리의 힘2>도 경제 전쟁, 영유권 분쟁을 중요하게 다룬다. 역사의 변곡점으로 소개한 사례로 2차 대전 중 영국이 미국으로부터 전투용 선박을 얻는 대가로 영국의 해군기지 대다수를 미국에 넘겨 주었다. 이로써 힘의 균형추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대서양을 건넜다. 

   나아가 우주가 인류의 경쟁지가 될 텐데, 저궤도(160~2,000km)를 지배하는 자가 테라(땅, 지구)를 지배할 것이라 한다. 저궤도의 청동점은 지구와 달의 중력 효과가 서로 힘을 상쇄해서 그곳에 정박한 물체들이 연료를 쓰지 않고도 제 위치에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통신위성, 군사위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구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자연상태를 지나치게 개발한 결과가 빚은 환경 파괴의 차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 준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종자

   지구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볼모로 잡고 있다. 종자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 붐 세대를 기른 부모들은 농사를 지어 자식을 먹여 살리고 가르치며 살아온 길이 보통의 삶이었다.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쌀 개방 문제를 두고 진행되는 농민 시위를 보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차피 개방을 막을 힘이 농민이나 정부에 없다. 다른 하나는, 싼값으로 쌀을 수입해다 먹는다면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될 테니 농민에게 손해를 조금 보전해 주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면 될 것 아닌가? 두 번째 생각은 학교 교육에서 배운 비교우위의 논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이외에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식량 부족을 해소하는 대안이다’라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 유기농 식품만 판매하는 매장과 소비자를 보며 유난 떠는 것 아닌가 여겼다.

   <종자세계를 지배하다>에서 인도 면화 재배 농부들이 자살하게 된 까닭, 아르헨티나를 뒤덮은 GMO 콩밭, GMO 종자만 사야 하는 미국 농부와 유전자 수호 경찰에 당하는 미국 농부의 억울하고 저항하기 벅찬 상황을 본다. GMO와 관련하여 종자를 장악한 자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비극이다. GMO 종자만 심어야 하는 단작이 가져온 식량 위기도 예상할 수 있다. 종자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데 녹색혁명은 단작을 부른다는 맹점을 지적한다. 종의 단순화는 질병, 기후변화 등에 따라서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 세계로 GMO 재배 면적이 확산하는 점이 문제다. GMO가 ‘편리하다’, ‘제초제 사용을 줄인다’, ‘영농비용을 줄인다’, ‘안전하다’라는 광고는 진실이 아니다. 다음으로 GMO의 확인되지 않은 안전성(위험성), 스스로 죽는 터미네이터(종자 기업들이 식물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만든 종자를 한번 파종하여 생산하면, 콩, 토마토, 고추, 밀, 쌀, 옥수수 같은 식량 종자들이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는 씨앗으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한 것, 이는 농민들이 수확물을 이듬해 재파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종자와 트레이터(특정한 화학적 유도물질을 이용해서 식물의 생장을 통제하는 기술, 이 경우 몬산토, 신젠타와 같은 종자 기업이 판매하는 종자는 그 기업이 판매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만 해충이나 돌림병 등에 강한 속성을 발휘한다.)라는 감추려는 진실이 더욱 문제다. ‘종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도 지구,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관점이 만든, 눈에 덜 보이나 가장 심각하다고 여기는 문제 중 하나이다.     


   지구를 인류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 사고방식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와 대륙침략,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이어졌다. 우리의 관점에서 교활하지만, 일본의 시각에서 일본 본토 대신 한반도를 나누게 만든 정세 판단력은 우리를 더욱 맥빠지게 했고, 그 피해를 한민족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한 것이나 독일의 제3 제국이라는 깨진 신화도 지구를 정복 대상으로 보는 사고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종자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농업회사의 영업 전략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정복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나아가 우주의 청동점이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모할 것을 쉽게 예상하게 한다.


   헤겔의 변증법은 정반합의 3단계를 거쳐 전개된다. 정의 단계는 자체의 모순을 알아채지 못하는 단계이며, 반의 단계는 모순을 자각하고 모순이 밖으로 드러나는 단계다. 합의 단계는 모순이 부딪쳐 정과 반이 종합 통일된다. 정과 반이 부정되거나 함께 살아나 통일된다. 

   즉, 지구는 정복의 대상이란 사고방식에는 정복으로 얻을 이익을 상쇄하는 불이익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단계가 정의 단계다.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진전되며 환경오염이라는 불이익이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모순이 드러나는 단계인 반의 단계에서 이를 똑바로 인식할 수 있었던 이들이 있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오염 문제를 인간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만들었다. 경제학자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개발에 따른 파괴를 우려하면서 ‘적정기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슈마허의 책에서 희망과 용기를 찾고, 파괴되어 가던 라다크를 살리려는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실천 사례를 보여 준다.     


지구는 공존의 터전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전통적 인간관을 비판하며 인간의 본질은 이성이 아닌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며,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은 다른 존재와 달리 특별하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통일적 존재이며, 인간의 자유 의지는 자연이 존재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신이 인간을 위해 자연을 만든 것이라는 특권의식(목적론)이 인간중심주의를 낳음으로써 외부 세계, 특히 자연을 인간의 편리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고 본다. <에티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종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스피노자의 성찰을 담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출판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향력은 유효하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화학 약품들이 살충제로 사용되면서 해충을 죽이려던 의도와는 달리 해충의 저항력이 강해져 번성하고, 예상치 못했던 익충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되었음을 밝힌다. 살충제로 인한 지표수, 지하수, 강, 토양 등의 오염 축적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피해를 열거하며, 자연 일부로 살아가야 할 인간이 정복자로서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 부제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를 통해 지구촌은 전 세계 경제통합이란 시각에서 이익의 무한 추구를 꾀하는 정부와 산업계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글로벌 경제화는 분명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대신 공동체를 파괴하고 소비 지향적 획일성 문화로 대체함으로써 건강한 정체성의 근본을 훼손시킨다고 본다.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재난과 사회 붕괴 현상을 막으려면 하나의 모습으로 통일된 지구촌을 포기하고, 세계화 경제의 대안으로 지역 중심경제를 가슴으로 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서구의 주류 사상가들이 서구 산업화의 경험을 보편화하려는 경향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경제 개발과 자본의 힘은 전문화와 집중화, 에너지 집약적인 생활방식 쪽으로 세계를 몰고 가는데, 이제는 한쪽으로 치닫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미국 부통령에서 환경 운동가로 변신해 활약하는 앨 고어는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지구 탄생 이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구 온난화가 맞는 것인지에 학자 간 논란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인류가 체감하고 가시적으로 보이는 지구의 변화들은 지구는 인류에게 정복의 대상이란 사고를 멈추라 한다. 

     페터 볼레벤은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에서 숲은 거대한 에너지 창고이고, 숲 밖에 사는 사람들은 숲속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전제 아래 독일 산림관의 전문적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의 생활무대인 독일과 미 서부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여러 연구물을 소화하여 자연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조절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는 경제학 서적이다. 책이 출간되던 1973년의 시점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환경오염이라는 예측하지 못하던 문제가 드러났다. 자원의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경제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를 담고 있다.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경험한 선진국의 경제를 이끄는 저변에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라는 인식이 보편적임을 말한다. 지구는 개발, 개척의 대상이라는 성장지상주의, 물질주의 철학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의 자식이지 지배자가 아니다.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자연을 효용의 차원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농업(생명)에 산업(무생명체)의 원리를 적용하니 문명에 위협이 된다.      

   


   베이컨의 철학인 ‘지구는 정복 대상’은 일본의 대외정복 전쟁 정당화와 무관하지 않고, 미국의 해외 영토 확장 과정, 히틀러가 추구한 제3 제국,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 스파이크 맨의 림랜드 이론과도 연결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종자 기업의 GMO는 지구를 정복 대상으로 보는 방식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베이컨의 철학과 결이 다른 저작들이다. 정(正)과 반(反)의 단계를 거쳐 합(合)의 단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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