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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22. 2023

생각의 역사Ⅰ: 불에서프로이트까지

1부  루시에서 길가메시까지

내용은 호불호가 갈릴 거예요.   시를 쓰거나, 에세이를 쓰거나, 소설을 쓰시더라도, 내 취향이 아니다 싶어도, 5회 분량 읽어 두시면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A History of Thought and Invention, from Fire to Freud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누적되어 발달과 발전이 생성된다. 변화의 바탕에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인류가 지구에 터를 잡고 살아온 과정을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는 것이 역사다. 대부분 기록을 복원해서 만들어낸다. 왕조의 흥망성쇠를 다루거나 영웅의 이야기, 문화, 경제, 예술 등을 다루는 것이 보통 접하는 역사다. 번역가 남경태(박학다식한 분인데 먼 나라로 가서 아쉽다) 님이 역사학을 메타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피터 왓슨이 지은 「생각의 역사」는 이런 통념을 깨고 인간의 생각과(思考라 할 수 있다.) 발명(Invention이지만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을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한다. 독특한 관점이라 읽어가는 동안 왕이나 영웅은 미미하게 언급한다. 역사를 통섭하고 있다고 본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풀어가기에 수십 권이나 되는 역사책을 보는 듯하다. 오리엔탈리즘의 느낌이 적은 이유는 유럽 중심의 역사를 꾸미지만, 인도에 비중을 두고 아랍 세계와 중국, 우리나라 세종이 만든 한글까지 언급하기 때문이리라.       


생각의 역사 (불에서 프로이트까지)은 미주까지 1,191쪽 분량이고, 생각의 역사 (20세기 지성사)1,297쪽 분량이다. 생각의 역사 만 정리한 것이 12,000자로 양이 적지 않아 오늘부터 5회에 걸쳐 공유한다. 메모가 새롭고 기존의 지식을 확인하거나 관점을 바꾸게 하는 등 의미있는 내용 중심이라 이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나, 나는 아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책값은 각권 45,000원이다.


1-루시에서 길가메시까지 : 상상력의 진화

   생각의 역사는 지성사다. 지성은 쉽게 훼손될 수 있고 취약하다 전제한다. 변화가 일어나는 조건이다. 특히 시간이란 요소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인쇄술은 문헌을, 화약은 전쟁을, 자석은 항해술을 변화시켰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생각은 어떤 제국, 영웅도 이보다 더 크게 인간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본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변환」(지루하지만 자본주의 문제를 생각할 거리가 많다)에서 상호성, 재분배, 시장으로 경제적 시대를 삼분했고, 수렵과 채집, 농경 생산, 공업 생산으로 삼분한 학자도 있으며,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유럽이 아메리카를 먼저 발견하고 정복했는지를 세 가지 주제를 설명한다. 피터 왓슨도 이처럼 3분법의 개념을 써서 영혼, 유럽, 실험이란 세 가지 구조와 주제로 「생각의 역사」를 풀어간다.


   석기와 동물 뼈의 발견을 계기로 인간의 기원이 상상하지 못했던 만큼 과거로 소급되면서 성서에 나온 전통적 연대기를 대체하였다. 책의 첫 부분은 전통적인 수렵과 채집의 역사에 청소부 가설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초기 인류가 죽은 짐승을 먹는 것만으로도 거뜬히 살 수 있었으리란 관찰은 굳이 사냥하지 않더라도 짐승의 ‘잔해’로 먹고 살기 충분했다는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생각의 역사에서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돌연변이 유전자(얼굴, 입, 목구멍의 근육을 섬세하게 통제하는 능력을 주었다)가 언어의 토대를 이루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했으리라 본다.

   돼지는 유목 생활에 맞지 않았으므로 사육하려면 정착 생활을 해야 했다. 석기시대 농부들의 유골에서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조상들보다 더 심한 영양실조, 전염병, 치아 질환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수렵과 채집인은 하루 3~5시간만 ‘일’을 하면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다. 왜 수렵 채집 단계에서 농경 사회로 변화하게 되었는가? 과잉인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수렵과 채집이 열등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인구가 증가해 세계로 퍼질 수 있게 해준 성공적인 생활방식이었다. “다만 그 생활을 마냥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석기 시대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 가운데 세 가지 -농경, 종교, 장방형 주택- 이 생겨났다. 원형 주택이 장방형으로 진화한 것은 사육과 농경의 결과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 저장 공간이 늘어나고, 가족의 규모가 커지고, 방어의 필요성이 켜졌기 때문일 것이다. (장방형 주택을 원형 주택과 비교하는 내용은 취락지리학 영역에서도 다루지 못했다)

   인간의 진보를 위해 문자보다 중요한 발명은 없다.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의 많은 이야기가 성서의 전조가 되었듯이 함무라비 법전도 모세 율법을 예고한 것이다.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기원전 750~450)를 통해 중국, 인도, 서양에서 거의 동시에, 지역 간 교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성찰과 철학이 탄생함을 보았다. 당시의 사람들은 하늘, 주변 풍경, 조상들과 같은 ‘외부’의 많은 신을 섬기기보다 ‘내부’의 목표를 추구하는 개인으로서 신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생각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임이 명백하다.



2부 이사야에서 주희까지 : 영혼의 로맨스는 내일 퇴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할께요.


아래 꺼가 좋아요.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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