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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un 10. 2024

글쓰기 만보(漫步)

안정효 지음

2006~7년경 언젠가 나도 글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공부하던 책이다. 


   몇 년 전,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20%가량 읽다가 중단했다. 오백 쪽이 넘는 분량과 ‘차례’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 핑곗거리였다. 다시 공부하듯 읽는다. 3년이나 7년이라는 ‘내 글쓰기’ 시한을 나름대로 정했기에 쉽게 읽을 수 없다.

   안정효는 영화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원작자로 30년 넘게 소설과 산문을 쓴다. 2006년에 나온 <글쓰기 만보(漫步)>는 글을 쓰려는 작가 지망생을 ‘가르치기 위한 책으로 구조가 교본 노릇을 하도록 썼다’고 밝힌다.      

 

메모를 옮긴다.

첫째 마당, 단어에서 단락까지 

단편 소설은 원고지 60~80매가 보통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때 끝내라.” 중편은 500~800 매면 된다. 안정효가 글쓰기에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은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라. 문학에서 구상이다. 충동적 영감으로 쓴 글은 글이 아니다.      

하나, “있을 수 있는 것(‘있다’. ‘수’, ‘것’)”란 세 가지 단어를 제거하라. 단어 바꾸기가 문장을 만드는 과정으로 진화한다. 

둘, 이중부정, 피동태 문장 버리기, 소유격의 남용, 직역용법 버리기, 낱단어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라. 

셋, 어미의 중복도 피해 표현을 바꾸라. ‘같아요’는 힘이 빠지는 표현이다. 주체성과 자신감의 결핍상태다. 글은 목소리만 낮추었을 뿐, 절제된 웅변의 성격을 지닌다. 

넷, 접속사를 제거하라.     

 제목 붙이기에서 가장 흔한 형식이 ‘무엇의 무엇’이다. 상징적으로 발전시켜라. 상황을 고려하라. 명사와 동사로 엮어 서술하라. 짧은 글 작품에 긴 제목을 붙이듯 장편에서 <아리랑>, <토지>처럼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작품의 무게와 부피는 제목의 길이에 반비례한다.     


둘째 마당, 이름 짓기에서 인물 만들기까지          

글쓰기는 “말로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Don’t tell, show!)” 오감을 동원해야 한다. 대화 글은 줄거리, 갈등의 기승전결에 쓰인다. 인물 구성의 수단이다. 내면의 생각을 표현한다.     


셋째 마당, 줄거리에서 초벌 끝내기              

작품을 쓰려고 할 때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의 완성에 이르는지를 순서대로 살피는 과정에 대한 글이다. 차례로 이어지는 사건이나 소설 전개의 기능은 서술과 대화라는 두 날개로부터 추진력을 얻는다. 대화체가 쉬운 게 아니다. 말투도 고려해야 하고, 기승전결의 극적 구조를 만들기도 어렵다. 소설에서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 두는 ‘긴장감’ 장치가 필요하며, 갈등의 불확실한 전개는 가장 확실한 장치 가운데 하나다. 문장 이론가들은 “끝과 가장 가까운 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밴드오브브라더스가 그렇다)     


넷째 마당, 시작에서 퇴고까지               

글쓰기와 인생의 정답은 하나뿐이 아니다. 글쓰기에서 진부함은 중독의 한 가지 증상이다. 남의 글을 잘라내듯 자신의 글을 잘라낼 줄 아는 능력은 참된 작가가 되는 첫걸음이요 지름길이다. 헨렌 졸드가 말하길 “단편소설이란 웃음, 눈물, 낭만, 공포 가운데 단 한 가지 정서만 담아야 하며, 체호프나 모파상 조차도 감정을 모두 한 작품에 담지 못한다.” ‘초고 고쳐쓰기’는 낱단어의 적합성과 모든 문장의 논리성, 전개에서 기승전결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손질한다. ‘교정지 훑어가기’를 거치면 원고가 짧아진다. 단어 사용은 화려함이 아니라 논리성과 정확성이 기본이어야 한다.     


다섯째 마당, 글쓰기 인생의 만보                

구어체는 어미 처리가 까다롭다. 문장마다 끝막음을 다양하게 바꿔주지 않으면 무성의하고 지루한 서술체가 되어 버린다. 문체에 대하여 여러 작가를 닮으려 노력했다면서 한국 작가로는 이문구의 문체를 존중한다. 489쪽에는 미국 교수가 안내한 50개 글쓰기 원칙 중 안정효가 27개를 발췌해 두었다. 분량이 많아 옮기지 않는다. 글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자유에서 비롯한다. 무슨 일을 선택했거나 간에 그 일을 즐겨야 한다는 인식이 해답이란다. 고생을 즐기는 사람한테는 아무도 당하지 못한단다. 고통의 가치를 믿으라 한다.   

   


‘하얀 전쟁’을 봐야겠다. <글쓰기 만보>는 2006년 8월 모멘토에서 초판을 냈다. 본문 530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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