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종이 한 장
‘척독’이란 짧은 글로 된 편지다. 엽서 글 정도로 볼 수 있다.
“낮잠을 자면 기운이 어둡고 의지가 약해집니다. 말이 많으면 원망이 생기고 비방이 일어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성품을 해치고 덕을 손상시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정신을 손상시키고 오만한 마음을 키웁니다. 모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쓴 척독의 일부분으로 <정일당 유고>에 실려 있다.
윤광연은 5남 4녀를 낳은 지 1년 안에 모두 잃는다. 가난 탓이다. 아내 강지덕의 지지와 격려, 조언에 따라 과거를 준비하다가 아내와 더불어 학문을 논하며 가난한 학자로 살아간다. 먼저 간 아내의 유고를 모아 <정일당 유고>를 짓는다.
허균이 이재영에게, 이지함이 서기에게, 신정하가 벗에게, 조희룡이 친구에게, 허균이 이정에게, 김정희가 초의에게, 박지원이 홍대용에게, 김정희가 이하응에게, 홍대용이 주문조에게, 홍대용이 손유의에게, 박지원에 유한준에게, 강지덕이 남편에게, 이덕무가 윤가기에게, 이덕무가 백동수에게, 신정하가 김제겸에게, 홍대용이 반정균에게, 박제가가 박지원에게, 박지원이 서중수에게, 이덕무가 리서구에게, 허목이 윤후에게,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척독을 담았다.
척독을 주고받은 시기가 대부분 19세기, 조선 후기다. 척독을 주고받은 사람은 중인계층 많다. 이들의 문학을 일컬어 “위항(委巷) 문학, 여항(閭巷) 문학, 중인문학, 서리(胥吏) 문학”이라 한다. 서얼이라는 출신 배경, 유배가 있는 상황, 가난에 젖어 살아야만 하는 처지 등등 속세 기준으로 안락과 거리가 먼 경험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척독을 통해 서얼일지라도 자신을 닦으려고 노력하고 우정을 나눈다. 유배를 학문적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가난을 편안으로 여기거나 잊기도 한다.
<척독>은 2015년 8월 박경남이 지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본문 162쪽 분량으로 발행했다. <책만 보는 바보>를 다시 읽은 느낌이다. 퇴근 후 처형이 다녀가고, 짬을 내 잠들기 전에 읽는다.
P.S. 2015년 11월 4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