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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un 13. 2024

우리글 바로쓰기 1

이오덕 지음

   옛날 누군가가 내게 “자네 글은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하고 평을 했다.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글 바로쓰기>는 1, 2, 3권까지 있다. 요즘 제대로 글을 써보자 공부하며 읽은 책이 <우리글 바로쓰기> 1권이다. 2003년에 사 두었네.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1989년에 초판을 펴내고 고침판이 23년 전에 나왔을 뿐 아니라 지은이의 앞 선 경험을 담은 책이라 요즘 보기 드문 글과 표현도 있다. 내가 공부한 <우리글 바로쓰기>는 2003년 한길사에서 펴낸 거라.     


   마음에 새겨 쓰지 말아야 할 표현들을 정리한다. <우리글 바로쓰기> 1권은 중국글자말에서 풀려나기,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 서양말 홍수가 터졌다. 말의 민주화, 글쓰기와 우리말 살리기로 장을 나눈다.   


   우리 글자로 썼을 때 그 뜻을 알 수 없거나 알기 힘든 말, 우리말을 파괴하는 중국글자말투를 쓰지 말아야 한다.  

[미명하에-허울 좋은 이름으로, 핑계로. 누드-맨몸. 동작-몸짓. 부진에-시원찮아. 무산-사라져, 못해. 저의-속셈. 소지-가져. 불사-사양 안 해. 모색하고-찾고. 초미의-매우 급한. 유예할 수-미뤄둘 수. 파죽의-거침없는. 시사-뜻 비춘. 사안-일, 사건내용. 의의-뜻. 다소 의아한-조금 의심스러운. 의아해했습니다-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후회하지-뉘우치지. 시도했다-꾀했다.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의견이 맞았다. 시의-때. 초로의-늙은이 축에 들기 시작한. 요는-요점은, 중요한 것은, 문제는. 야기시키기-일으키기. 차치하고-그만두고, 제쳐두고. 전락하는-굴러 떨어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데도. 견지한-끝내 이어간, 굳게 가진. 명실 공히-이름 그대로. 간과해-보아 넘겨. 주지의-다 아는. 관건이-열쇠가. 석권-휩쓸어. 예의 주시해-잘 살펴. 고양으로-드높여. 부심-애써. 존재 이유는-(……. 가) 있는 까닭은. 조황-낚이는 형편. 매사에-일마다. 수차례-몇 차례. 애로-어려움. 의해-따라. 매달-달마다.]     

   적(的), 화(化), 하(下), 재(再), 제(諸), 대(對), 성(性), 감(感), 리(裡 속, 내부, 마음 안), 미(未), 대(大), 소(小), 신(新), 고(古), 현(現), 초(超), 탈(脫)] 들을 붙여서 쓰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틀리게 쓰는 중국글자말을 제대로 쓴다.

 [계란은 달걀로. 분노한다를 성낸다로. 기도한다-빈다. 출발한다-나선다. 도착한다-다다른다. 절규한다-부르짖는다. 승리한다-이긴다. 전진한다-나아간다. 방황한다-헤맨다. 청결하다-깨끗하다. 정숙하다-조용하다. 선(량)하다-착하다. 기초해서-바탕을 두어. 기반한-기반을 둔. 근거하고-근거를 두고. 웅변한다-잘 말해 준다. 기능하고-작용하고, 활동하고, 일하고. 가열하게-힘차게. 기간 동안-동안. 사이. 인구수-사람 수. 인구. 수천여 명- 몇 천 명. 개혁시킬-뜯어고칠.]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이다. 일본글 번역 문제와 중역한 책이 우리글을 병들게 한다. 우리말의 ‘의’와 일본말 토 ‘の’가 다르고, 움직임 씨의 입음꼴을 다르게 쓰는 걸 구분하지 않고 쓰다 보니 우리글이 병들었다. 

 

   [진다. 된다. 된다. 불린다 : 만들어진-만든. 만들어지는-만든. 붙어진-붙인. 보여집니다-보입니다. 지켜져야-지켜야. 보내진-(를) 보내온. 모아지고-모이고. 주어져야-주어야. 일컬어지는-일컫는, 말하는. 시정돼야-시정해야, 바로잡아야. 거부되어지고-거부되고. 불리는-부르는, 말하는. 


   “지금 우리말에서는 다른 어떤 바깥말의 오염보다도 토시 ‘의’를 함부로 쓰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서로의-서로. 와의-와(아이들과의-아이들과). ‘-에의’도 우리말이 아니다. ‘로의’, ‘으로의’, ‘에서의’, ‘로서의’, ‘으로부터의’, ‘에 다름 아니다’, ‘의하여’를 쓰지 마라.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이럴 때 ‘보다’란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속속-잇달아. 지분-몫. 애매하다-알쏭달쏭하다. 수순-순서, 과정, 절차. 신병-몸, 사람, 신분, 인도-건넴, 건네줌. 입장-처지, 선 자리, 태도. 미소 짓다-웃는다. 납득 안 가- 곧이 안 들려. 옥내-실내, 집안. 세면-세수. 상담-상의, 의논. 수속-절차. 조퇴-먼저 나감, 일찍 가기. 조견표-얼른보기표, 취급-다루기. 수수료-수곳값. 할증금-웃돈. 할당-배정, 노느매기.     


   서양말 홍수가 졌다. 

   움직임씨(동사)에서 보조어간 ‘었(았)’을 두 번이나 겹으로 쓴 것은 우리 말 어법에 없다. 우리말이 때매김은, 이적(현재), 지난적(과적), 올적(미래)에다 나아감을 나타내는 때로서 ‘-고 있다’ ‘-고 있었다’ ‘-고 있겠다’가 있을 뿐이다.     

   

   말의 민주화, 문장이 끝이 모조리 ‘다’로 끝나는 것은 이인직에서 시작되었고, 이광수에 와서 굳어져 버렸다. 20세기 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본에 가서 배워온 것이다. 글이 말에서 떠나 있는 것이 글의 비민주성이다. ‘-진다’는 움직임을 아주 당하는 것이지만 ‘-데 되다’는 스스로 그렇게 하게 된다는 뜻이 나타난 말이다. 땅이름, 마을 이름이 너무 많이 한자나 일본말로 바뀌었다. 점차-‘차츰’ ‘차차’ ‘점점’으로 쓰자. ‘ 및’을 ‘와’와 ‘과’로 쓰자. 우리말에서 자기를 가리키는 대이름씨는 나(우리)와 저(저희)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모든 글이 입말에 가깝게 씌어져야 한다.’ 말이 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글이 말을 따라야 한다. ‘쳐다보다’와 ‘내려다보다’를 구분하자. 신경 써야-마음 써야, 애써야, 힘써야, 주의해야. 진실된-진실한. 허황된-허황한. 간식-새참.     


  알지 못하는 사이 써왔던 습관을 고쳐야 <우리글 바로쓰기>를 공부한 셈이다. 내가 공부한 <우리글 바로쓰기 1>은 2003년 한길사에서 고침판을 펴냈다. 끝 쪽이 43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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