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푸익 지음
소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비야 데보토라는 형무소에 수감된 두 죄수의 대화다.
몰리나는 미성년자보호법위반으로 수감,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었다. 몰리나는 동성애자고 발렌틴은 사상범이다. 자본주의와 좌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두 수감자의 삶에 놓여 있다.
수감생활이 무료했던 것인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영화를 이야기로 들려주며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대부분이다. 몰리나와 발렌틴의 대화를 읽어가며, 이 문장은 몰리나가 하는 말인지 발렌틴이 하는 말인지 헛갈려 한참을 애쓰며 집중하며 읽어야 한다. 소설 중반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까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몰리나가 들려준 여러 편의 영화 줄거리를 기억하려고 영화별로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메모하다가 지친다. 소설 읽기를 마치고 작품 해설을 보니 당시 상영 되었던 영화 네 편과 몰리나가 지어낸 영화다. 영화 속에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여러 개 나온다. 영화와 현실이 뒤섞여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줄거리를 이어가기 어렵다. 소설에 장문의 각주로 동성애 이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방식도 있다.
형무소 소장으로부터 발렌틴을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몰리나는 혼돈을 느낀다. 가석방된 몰리나가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죽고.... 발렌틴도 전기 고문에 죽는다.
슬픈 영화 이야기 끝에 주고받은 말이다.
“우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돼. 좋은 일이 일어나면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인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주제로 쓴 브런치 북에서 이 문장을 삽입했었다.)
발렌틴이 동성애자 몰리나를 설득하면 나누는 대화다.
“아니야. 가장과 주부는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그건 착취야.”
“그러면 남자다운 매력이 없어지는데”
“뭐라고?”
그때, “이건 밝혀서는 안 되는 것인데, 네가 알고 싶어 하니까...... 남자다운 매력은 한 남자가 널 안을 때...... 그가 조금은 두렵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것이야”
“아니야. 그것은 잘못된 거야. 누가 네 머리에 그런 생각을 집어넣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야.”
“그래도 난 그렇게 느끼는 걸.”
소설을 60%쯤 읽었을 때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를 40% 정도 보다가 중단한다. 소설 읽기를 마치고 영화를 보려고. 영화에서 몰리나는 ‘정말 느끼한 연기’를 잘한다. 『롤리타』에 비해 거부감은 적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민음사에서 2000년 6월에 초판을 내놨고, 독자는 2016년 초판 59쇄, 본문 396쪽 분량을 읽은 것이다. 저자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로마, 뉴욕, 멕시코시티에서 생활하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착한 마누엘 푸익이다. 소설책의 뒷 표지에 이 소설이 가진 의미를 잘 정리해두고 있다.
P.S. 2017.6.10.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