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불화
아내와의 불화로 썼다가 ‘의’를 뺀다.
“내가 빈 상자 가져올게”
부천 처가 앞 코리아 마트에서 장모님이 드실 햇반과 반찬 몇 가지, 복숭아와 묵직한 수박을 산다.
“몇 시쯤 배달하시지요?”
“내가 들고 갈게”
“아니야. 배달하게 할 거예요.”
대꾸하지 않았다.
마트를 나서 집으로 걸어가며 아내가 나를 달랜다.
이해하라고 한다.
“여보 내 말 들어봐요.
리어카꾼이 없어진 거 알지?
우리가 들고 가면 배달하는 사람 일자리가 없어져요.
지난 주에 들고 가다가 현관에서 수박을 놓쳐 깨졌단 말이예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남자가 마트에 따라왔다가 물건을 들고 가지 않고
배달시키다니. 사내로서 쪽팔린다.
내 몸이 부실한 게 아닌데
여러 번 겪고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저 대꾸하지 않을 뿐이다.
그놈의 남자라는 자존심.
버릴 것은 결코 아니나 마트에서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내와 불화를 더 키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사진은 처가 거실에서 볼 수 있는 해밀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