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대학에 다닐 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ia Marquez)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최근까지 그의 소설이나 라틴 아메리카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소설이라면 으레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어야 읽는 태가 나는데 『백 년의 고독』을 읽고 줄거리를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스페인어로 지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발음하기에 낯섦, 아르까디오와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이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 손자에까지 등장하는 순환, 형제간 여자를 공유하고 본부인과 정부가 여럿 나오고, 근친상간에다가, 사실과 환상이 결합 돼 있고, 6대 100년에 걸친 역사가 펼쳐지는 탓이다.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읽는다. 출판사에서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를 권마다 넣어 두지 않았다면 긴 시간 동안 미로를 헤맸을 게 틀림없다.
마꼰도라는 도시가 배경이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사람을 죽이고 고향을 떠나 아무도 닿지 않은 곳에 건설해 가문의 6대에 걸친 영고성쇠를 펼쳐진다. 마꼰도는 에덴과 신대륙의 메타포다. 사람을 죽인 것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사촌 우르술라와 결혼하여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부부생활을 거부하고, 이를 친구가 비웃었기 때문이다.
마꼰도는 개척 초기 10년마다 집시가 들어와 문물을 전해주는 곳이었다. 시간이 흘러 은판 사진술, 전기, 철도, 미국의 바나나 농장이 들어오면서 개척지가 번성한 도시로 성장하고 쇠락해 간다. 물질적 번영이 행복을 함께 가져오지는 않는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서른두 번이나 정부군에게 저항하는 자유파로 반란을 일으켰지만 모두 실패한다. 그럼에도 그는 영웅이었고, 열일곱 명의 다른 여자에게 열일곱 명의 아우렐리아노를 낳게 한다.
집시 멜키아데스는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책과 함께 마꼰도에 정착하고, 부엔디아 가문의 성쇠를 예언한 책을 남긴다.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이모 아마란따 우르술라와 정열적으로 사랑하지만, 예언에 따라 가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수의를 짓고 다시 풀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아마란따,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정부로 살지만 시어머니 산따 소피아 델 라 삐에닷을 죽을 때까지 부양하는 빼뜨라 꼬데스, 여왕이 될 거라고 교육받았으나 쓰러져가는 가문을 힘겹게 지켜가는 페르난다는 세군도를 꼬데스와 공유한다.
호세 아르까디오는 로마에서 신부 수업을 받았지만, 마콘도에 돌아와 욕조에서 질식사하는 운명이다. 브뤼셀에 유학하였던 아마란따 우르술라는 남편과 헤어지고 조카 아우렐리아노를 탐닉하지만, 출산의 고통 속에 먼 나라로 떠난다. 메메는 어머니의 강제 때문에 수녀원으로 가서 돌아오지 못한다.
『백 년의 고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23년 동안 준비하고 18개월 동안 집필했단다. 재미있다. 줄거리를 모두 꿸 수 없지만 재미있다. 그래서 ‘소설의 죽음에 반기를 들고 소설의 부활을 예언한 대작’이라는 평가를 하나보다. 민음사에서 라틴 아메리카 현대 소설을 전공하고 스페인어로 쓰인 원본을 <단 하나의 가감도 없이> 번역한 조구호 역자님에게 감사한다.
이미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백 년의 고독』은 민음사가 2000년 1월 1판을 내놨으나 독자가 읽은 것은 2016년 3월 1판 51쇄, 본문은 각 권 약 300쪽, 두 권, 약 600쪽으로 나누어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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