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의 영역본, 김하경 편역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의 영역본을 김하경이 편역한 <아리비안나이트> 5권 중 1권을 읽는다. 편역자에 따르면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를 쓰고,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며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일부를 차용했단다. 20~21세기 현대문학의 성과들이 10~11세기에 형성된 아라비안나이트에 기대고 있음에서 ‘가장 낡은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라고 말한다.
영역자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언어의 귀재로 35개 언어를 바유자재로 구사했다. 믿거나 말거나)이 아랍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은 1885년 8월 15일이다. 총 5권 중 1권은 “샤리야르 왕의 슬픔으로부터 비롯한 ‘천일야화’.”로 시작한다. 운문과 산문이 섞여 있는데 시는 모두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첫 시는 <아라비안나이트>에 담은 이야기의 바탕에 있을 만하다.
여자를 믿지 마라, 결코 믿지 마라
그 마음에는 바람기가 가실 날이 없어.
기쁨도 슬픔도 전혀 아랑곳없이
여자의 밑천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
여자의 맹세는 헛되고 헛되며
끝없이 이어지는 거짓말의 향연
진실로 요셉의 본을 받아
간교한 혀의 농간을 조심할지니!
사탄에 꾀인 아담이 내쫓긴 것도
(모르셨나요?) 농간 때문이라네.
나무라지 마라, 사내들이여
화를 내자면 끝도 없으리니
그대들이 화를 낼 만큼
내 죄는 결코 무겁지 않아
비록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될지라도
무수한 지난날 숱한 여자들이 맛본
그 바람기는 가실 리 없으리니
참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세상에 다시없는 사내는
간살스런 농간에 넘어가지 않고
태산 같은 마음을 지닌 사내라네!
근심에 관해서 --------------
슬퍼하는 이에게 일러 주게나
슬픔은 언젠가는 봄눈 녹듯 하고
즐거움에도 끝이 있게 마련이듯
근심도 곧 연기처럼 사라지리니
비밀에 대하여 --------------
비밀을 굳게 지켜 절대로 혀를 놀리지 마라
한 번 새 버리면 주워 담을 순 없으리니
자기 가슴에도 담아둘 수 없는 비밀이라면
어찌 남의 가슴이 감춰주기를 바랄 것인가
[누르 알 딘 알리]가 아들에게 준 다섯 가지 교훈
이 세상엔 믿음이 없고, 환난에 도와주는 이 없다네.
세상에 공짜란 없으니, 남 기대지 말고 스스로 살아가라
핏대 세워 조비심 치지 마라. 탐나는 것 얻으려고
자비를 바라거든, 먼저 자비를 베풀어야 하느니
겸손은 보배, 무언은 평화이니 말을 삼가라
후회할 일, 말없어 한 번. 지껄여서 천 번이라
술은 악덕이라. 아예 술꾼들과 어울리지 마시게나.
술로 자기를 잃으면 멸망의 문이 기다린다네.
흥청거릴 땐 세상 사람들 모두 살갑게 굴다가도
가난해지면 친구도 친척도 떠나고 홀로 외롭다네.
사귐에 대하여 -----------
삼갈지니 남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일
한번 상처 입은 마음은 아물기 어려우니
믿음이 사라지고 사랑이 떠나 버린 마음은
깨진 유리 같아서 다시는 이를 수 없나니
<아라비안나이트>는 ‘시대의 창’에서 2006년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는 2011년 5월 초판 12쇄, 본문 352쪽 분량을 읽은 거다. 5권 중 1권째라 단정 짓기가 조심스러우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보단 몇 수 위에 있다.
P.S. 2016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