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 2>에는 아바스 왕조 5대 칼리프 하룬 알 라쉬드(786~890) 치세에 대신 자파르와 시인 아브 노아스가 자주 등장한다. 하룬 알 라쉬드는 밤이면 민정 시찰을 자주 다닌다. 이야깃거리가 많다.
칼리프, 왕자, 공주, 대신 자파르, 노예, 상인, 도둑, 거간꾼, 보석상, 귀부인등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칼피프의 피라미드 파괴 시도와 포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바그다드, 다마스쿠스, 알렉산드리아, 카이로, 바스라, 후라산 지역이 배경이다. ‘라브라이트의 도성에 있는 탑의 비밀’ 이야기에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이 이슬람에게 정복당할 것이라는 예언이 신탁에 있다.
새 칼리프의 승인을 거부하고 칼리프를 자처한 이브라힘(칼리프 알 마문의 숙부)을 처리할 때, 대신이 충고한다. “이런 사내를 사형에 처한 임금은 이제까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용서해 주신다면, 이런 사내를 용서해 주신 임금님과 같은 분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것입니다.” 칼리프는 대신의 말에 따른다.
역사적 사실: 칼리프 하룬 알 라쉬드(재위 786~809) 치세는 압바스조 최절정기다. 압바스조 2대 칼리프인 알 만수르 치세부터 이때까지 페르시아계(이란) 세력의 도움을 받아, 페르시아계에서 와지르(재상)를 맡아 행정을 주도한다. 그러나, 하룬 알 라쉬드가 이 세력들을 척결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한다. 한편으로 압바스조의 쇠퇴가 시작됨을 알리는 거다,
-명재상 자파르와 신의를 지킨 콩장수 이야기
우정과 사랑을 읊은 시가 여러 편 이어 몇 편을 옮긴다.
세상은 넓어도 우정으로 의지할 만한 친구가 없다네. 쓰라린 속세, 파멸에 이르면 굳은 맹세도 소용없으니, 남에 기대려 말고 오직 자신을 의지하여 살아가라. 사람은 숨은 전염병, 남의 속임수를 믿지 말 것이며, 사랑한다는 말도 그저 남을 속이는 간계일 따름이고 성실이란 말도 한낱 위선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하라.
즐거이 충고를 구하여 내 지혜에 남의 지혜를 얹어 자꾸 합치면 금상첨화, 참된 길을 훤히 밝혀 주리라. 한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거울, 겨우 얼굴만 비출 뿐, 하나를 보태면 두 개의 거울, 뒷모습도 비춘다네.
힘이 있다 과시하여 남을 억눌러 학대하지 말거라. 학대하는 자는 머잖아 몇 배로 앙갚음을 당할지니, 그대 잠든 새에 잠 못 드는 이들의 저주를 받을지니, 세상의 칼날이 그대를 겨누고 신도 그대를 버릴지니.
내 사랑이 이미 품에 안았으니, 실컷 시샘들 해 보라지. 임의 입술에서 빨아 삼키는 건 더없이 달콤한 샘물. 한 몸처럼 보듬은 연인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네. 가슴과 가슴, 뜨겁게 부딪치며 열락의 날개를 달고 엉덩이에서 머리까지 하나인 듯 휘어감은 모습이여. 활활 타는 사랑의 불길에, 세상 비웃음 부질없으리. 사랑에 몸 바칠 임 있으니, 세상을 버린 들 아까우랴.
언제까지 수줍어하며 이리 멀리 하시려는 가요. 날 미워하는 이들의 마음만 위로할 뿐이라오. 나도 모르는 허물이 있다면 제발 일러주구려. 비방에 지나지 않을망정 소문에 오른 헛말을. 나 그리운 임 맞으리, 눈꺼풀이 잠을 맞듯이. 맑고 다정한 술잔, 나 그대를 위하여 마셨기에 술에 취해 미치더라도 그대 날 나무라지 마오.
여러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아라비안나이트 2>에 등장하니 발견의 기쁨이라.
칼리프 앞에선 살인자가 처형을 앞두고 3일간 처형을 유예해줄 것을 청한다. 칼리프는 청원을 받고 증인을 세우라하고, 살인자는 낯 모르는 사람에게 증인을 부탁하고 승인받는다. 유예의 날이 끝나갈 무렵까지 살인자가 돌아오지 않자 아비를 잃은 젊은이 형제는 증인에게 복수하게 해 달라 한다. 이때 살인자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칼리프가 처형될 것을 알면서 돌아온 까닭을 묻는다.
살인자: 제가 약속을 지킨 것은 ‘신의는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증인: 이 청년이 누군지도 모르나, 증인을 부탁했을 때 ‘자비는 이 세상에 서 사라졌다’는 말을 세상 사람들에게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비를 잃은 두 젊은이 : 저희 형제도 ‘인정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복수를 포기한다.
<아라비안나이트 2>는 전 5권 중 2번째로 ‘시대의 창’에서 2011년 초판 10쇄, 본문 335쪽 분량으로 내놓은 거다.
P.S. 2016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