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프랜시스 버튼의 영역
<아라비안 나이트 3>은 이스라엘, 다마스쿠스, 카이로, 모로코, 중국, 페르시아, 캐시미르 지방이 이야기 배경이다. 깊은 신앙, 정조를 지키는 여인, 미색에 정신 나간 남자들에 대하여 여러 격언들을 이야기에 섞여 소개한다. “왕의 비행은 100년 가고, 백성의 비행은 1년 간다.”, “진정 악마의 사심이라 할지라도 여자의 사심에 비하면 약하도다.”라는 알라의 말씀, “자기 행위의 결말을 생각하지 않는 자는 세상 사람을 자기편으로 삼을 수 없다.”등등
인생 전화 위복을 노래한 시가 있다.
「세상만사에는 미리 정해진 때가 있는 법이니, 고난과 번뇌에 빠졌다고 해서 불평하지 마라. 화와 복은 뒤엉켜 늘 함께 있는 것이니, 비탄에 잠길 망정 기쁨의 전율도 함께 하리라. 박복한 사람도 언젠가는 축복으로 빛나리니, 인간지사 새옹지마 일희일비 다반사라.」
이야기는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지옥과 같은 일곱 계층의 지옥을 소개한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끝없이 이어진다.
“알라흐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놋쇠의 성을 찾아가는, 사막과 해안을 따라 몇 달씩 가야 하는 힘든 여정과 곳곳의 험난함은 길가메시시를 보는 듯하다. 죽음에 대한, 그래서 헛된 욕망, 현세의 영달, 인생의 허무에 대한 경구가 여러 서판에 쓰여있다.
<아리비안나이트 3>의 압권은 578일째에서 606일째 밤에 들려준 ‘여자의 원한과 간계’다. 이야기의 전제는 왕이 총애하는 애첩이 왕자의 미색에 탐나 욕정을 풀어달라고 애걸한다. 왕자는 7일간 벙어리 노릇을 해야 성군으로 장수할 수 있다. 왕자가 왕의 애첩을 내쫓자, 후환이 두려웠던 애첩은 왕에게 왕자가 겁탈하려 했다며 죽이라고 호소한다. 왕은 왕자를 살리느냐 죽이느냐를 두고 고민한다. 왕의 애첩은 왕자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대신들은 왕자를 살려야 하는 이유를 일곱 차례에 걸쳐 호소와 변호를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연극으로 꾸미거나 찬반토론으로 수업을 하면(야한 내용이 많아 안된다.) 좋은 소재다. 참 재미있다.
<아리비안나이트 3>은 리처드 프랜시스 버튼의 영역본을 김하경이 다섯 권으로 줄여 ‘시대의 창’에서 발행하였다.
P.S. 2016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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