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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나

by 노충덕

『라마야나』 소개 글, 옮긴이의 말, 저자의 말에 따르면 『라마야나』는 인도인이라면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중국의 고전은 물론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에 비해 인도의 고전을 읽을 기회가 적다. 마하트마 간디, 네루가 영국 식민지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기 위해 생을 바쳤다는 것 말고는 인도의 현대에 대하여 아는 게 없다. 겨우 살만 루시디의 『한밤의 아이들』이라는 소설과 『우파니샤드』를 읽은 것뿐이다. 보탠다고 하더라도 발리우드라 부르는 뭄바이에서 만든 영화 몇 편과 배낭여행을 떠나기 좋지만, 좋은 만큼 위험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여러 IT 기업이 본사나, 지사, 지역본부를 인도에 두고 있으며, 여러 CEO가 인도 출신이라는 것이 독자가 그릴 수 있는 mental map에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라마와 시타다. 라마는 인도의 3대 신 중 하나인 평화의 수호자 비슈누가 코살라 왕국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왕자다. 시타는 이웃 왕국의 공주 출신으로 라마의 아내다. 둘은 운명적으로 사랑하기에 이야기를 로맨스로 만든다. 운명적인 사랑에는 험난한 역경이 있다. 시타의 아름다움에 시타를 납치하는 자가 생기고, 라마는 시타를 찾아야 한다. 시타를 찾아온 라마는 시타를 시험하고, 시타는 시험을 견뎌낸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신들, 최고신 비슈누, 창조신 브라흐마. 천 개의 눈을 가진 인드라, 머리가 열 개인 마귀 대왕 라바나. 라바나의 여동생인 악귀 수르파나카, 마녀 타타카. 인간들, 현자 비스와미트라(라마를 훈육한다), 라마의 동생 락슈마나, 라마의 아버지 다사라타 왕, 라마의 계모 케이케이(두 가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한다), 라마의 이복동생 바라타, 라마의 생모이자 왕비인 카우살야, 원숭이 왕국의 왕 수그리바 등이 등장한다.


라마의 탄생과 성장에서 최고 신인 비슈누가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오는 이야기는 환웅이 내려옴과 제우스가 인간의 몸으로 변신하여 땅에 내려오는 것과 유사한 설정이다. 라마가 왕위를 계모 케이케이의 의도대로 이복동생 바라타에게 물려주는 결정에서 보모의 뜻에 거역하지 않으려는 자세와 판단은 인도인이거나 독자에게 깊이 생각하게 한다.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대심문관이 연상된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라마의 판단은 원숭이 왕 발리를 처단하고 발리의 아우 수그리바의 지원을 기대할 때도 변함없다. 라마를 돕는 자타유에게서 이카루스가 너무 높이 날아올라 전차가 녹아버린 장면을 떠올린다. 라마가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숲에서 보낸 14년의 세월은 오디세이가 사이렌의 유혹과 괴물과의 전쟁에서 이겨내고 귀항하는 설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시타의 정절을 시험하는 장면은 오디세이가 고향에 돌아와 아내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만찬에 참석한 설정을 떠오르게 한다. 라마에게 시타를 빼앗아 간 라바나와 벌이는 라마의 대결전은 헬레네를 빼앗아 간 것이 트로이 전쟁을 시작하게 하는 일리아드와 다를 바 없고.


『라마야나』 인도의 대서사시로 지어진 연대가 BC 4세기에서 BC 1,500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발미키(Valmiki)는 산스크리트어로 서사시를 지었고 인도에서는 ‘영원한 철학’ 책으로 평가된다. 독자가 읽은 『라마야나』는 11세기 캄반(kamban)이라는 시인이 타밀어로 쓴 서사시를 저본으로 삼고 있으며, 1971년 인도 마이소르에서 R.K. 나라얀이 약 300쪽 분량으로 줄인 것을 김석희 님이 옮긴 것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도에 살고 있는 오억 명(1971년 기준)이 거의 다 『라마야나』의 줄거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한다. 나이와 사고방식, 교육 정도와 생활 수준과 관계없이 이 서사시의 핵심 부분을 알고 있고, 주요 등장인물-라마와 시타-을 숭배한다고 한다. (해설에는 1988년 북인도의 환경미화원이 라마야나를 각색한 텔레비전 연속극을 연방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여 더 많은 에피소드를 넣어 연장 방영하도록 해달라고 파업했고, 반영되었다고 한다) 한편, ‘남인도의 사회운동가 E.V. 라마사미는 『라마야나』가 북위 상위 카스트의 지배 도구로 생각하고, 텔레비전 방송에서 방영되는 라마야나는 좀 더 동질적인 현대에 어울리는 범인도판 라마야나를 창조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는 등 힌두 민족주의 운동에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라마야나』는 ㈜아시아에서 2012년 10월 초판, 2017년 2월 초판 2쇄, 본문 302쪽 분량으로 내놓은 것이다. 『마하바라타』를 사 읽어야겠다.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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