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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김호동 지음

by 노충덕


학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사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서 시작하는 서양 고대 문명부터 세계사를 풀어간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사다. 게다가 짙게 벤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중국을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중 있게 다룰 뿐이다. 인도나 중앙아시아의 비중은 비중이랄 것도 없다. 특히 중앙아시아(오늘날 중앙아시아라는 지리적으로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벡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말한다)에 대한 언급은 스키타이 문화, 흉노의 이동로, 훈족, 타타르를 제외하면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몽골의 침입을 겪은 유럽의 황화(Yellow peril)란 것도 교과서보다 책을 읽으며 배운 것이다. 그만큼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알 수 없다. 김호동 교수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하는 중앙유라시아라는 지역을 설정한다. 서쪽으로는 흑해 북방의 초원에서 동쪽으로는 싱안링 산맥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시베리아 남부 산림지대로부터 남쪽으로는 힌두쿠시 산맥과 티베트 고원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이다. 이곳의 역사를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에 담는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의 단계에서 농경과 목축 단계로 이행하였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를 통해 목축단계의 유목민이 고대부터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를 주도하다가 텐샨산맥 주변의 준가르라는 나라를 끝으로 유목민의 시대가 끝나고 정착민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정리한 것으로 생각한다.

1장 고대 유목국가에서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스키타이와 흉노 유목국가를 건설하고 정착 농경민과 관계를 맺고, 동서 문명 교류에 역할을 하는 시대다.

2장 6세기부터 10세기까지 투르크인들이 중앙 유라시아의 패권을 장학하는 시대를 다룬다. 트란스옥시아나(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아 강으로 포위된 지역)지역이 거쳤던 역사를 배운다. 꼭 여행하고 싶다.

03 민족 이동이 빈번한 10세기부터 몽골이 흥기하고 쇠퇴하는 14세기까지를 다룬다. 거란(요), 여진(금), 몽골과 울루스(교과서에서 차카타이 한국, 오고타이 한국등 한국[칸국]으로 다룸)에 대한 기록이다.

04장은 몽골 이후의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중앙유라시아사를 다룬다. 모굴칸국과 티무르제국, 수피교단, 티베트 불교에 대해 다룬다. 모굴 칸국은 쉰 살을 넘게 살면서 처음 들어 본다.

05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는 시기로 청의 건국, 러시아와 청의 외교교섭, 티베트를 둘러싼 준가르와 청의 각축, 카자흐지역의 러시아 복속, 한인 농민의 유목지역 정착, 청 말 한인 상인들의 몽골 진출, 청의 신강 지역 지배,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점령 등을 다룬다. 중앙유라시아가 청과 러시아라는 두 제국에 의해 완전히 분할되고 역사적 독자성과 동력을 상실한다. 야쿱 벡 정권과 몽골이 유목생활을 접고 정착하게 된 과정에서 청나라 농민과 상인의 역할은 독자에게 새로운 지식이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가 주는 매력은 지도다. 김호동 교수가 그리고, 전문 일러스트가 그린 것을 감수한 115장의 지도는 한국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지형도를 기반으로 역사적 사실과 경로를 표시한 지도는 본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최고의 역할을 한다. 지리를 전공한 독자라도 저자가 그린 성의 있고 수준 높게 그린 지도가 없었다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책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역사를 옮겨본다.

기원전 5세기에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스키타이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 가장 상세한 기록을 남긴다.

‘흉노는 몽골 고원에서 유목생활과 기마전투에 의존하던 국가가 아니라 적지 않은 수의 농경민과 정주집락지를 포함하고 있었고, 문화적으로 중국과 유라시아 서부 지역과 다양한 문화적 접촉을 유지했다’

중국사에서 남북조 시대는 이민족이 중국사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한족 영역이 화이수이 이남으로 축소된 반면, 중앙유라시아 유목민들의 무대가 북중으로까지 넓어진 시대였다.

돌궐과 투르크(튀르크)는 같다. 중국 내부에 영하회족자치구는 트란스옥시아나가 고향인 소그드인(중국 역사에 胡商으로 등장하는 국제 상인)들의 후예다.

안녹산은 사마르칸트 출신이다.

‘티베트는 659년 군대를 보내 친당 토욕혼 정권과 이를 후원하던 당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소정방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부전선으로 배치된다.’ 나당연합군을 구성하여 백제를 멸망시킨다.


- 751년 탈라스 전투라면 당나라의 포로에 의해 아랍에 제지법이 전해졌다고 가르친다. 2만여 명의 중국인 포로 중 제지 기술자들이 사마르칸트 작업장에서 종이를 만들었고, 바그다드와 레반트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된다. 나아가 이 전투는 ‘장기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이슬람권의 정치˙문화적 영향력이 증대하는 분수령이다.’ 안사의 난으로 당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서방은 이슬람 세력, 동방은 티베트, 북방은 투르크 유목민들이 차지하고 각축을 벌인다.


- 아무다리야강은 사산왕조와 돌궐, 가즈나 왕조와 카라한 왕조의 경계였고, 현재도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경을 이룬다.


- ‘금나라를 건국한 아구타의 선조들에 관한 기록인 <금사>에 함보라는 사람은 ‘고려’에 살던 인물이다. 설화가 다른 문헌에도 나오기 때문에 가공의 이야기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고려’란 사실 ‘고구려’를 지칭하는 것이며, 당시 만주의 주민들 사이에는 고구려가 지닌 정치적 카리스마가 널리 인정받고 있었다 ‘고 한다.


- 금나라가 화북에 진출하면서 낙양, 장안이 아닌 북경이 중국역사에서 처음 수도가 된다.(관중에서 화북으로)


- 10세기부터 13세기까지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가즈나 왕조, 중앙아시아의 호레즘 왕조, 인도 북부에 세운 델리 술탄국은 투르크인들이 노예의 신분에서 군사적 역량을 키워 왕조다. 20세기에도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라틴아메리카의 아이티도 노에 후손들이 세운 나라다.


- 몽고제국과 동서 문화교류를 통하여 인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조선에서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도>, 마르코 폴로의 <세계의 서술 : 우리에겐 동방견문록으로 알려진), 라시드 앗 딘이 편찬한 <집사>를 통해 알 수 있다.


- 북경을 여행할 때 가보는 만리장성은 ‘사마대 장성’이다. ‘알탄 칸의 북경 공격이 있은 뒤 명조에서 엄청난 인력과 경비를 투입해서 세운 것이다. 당시 명의 몽골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장도였는지 잘 보여준다.’


- 몽골이 라마교를 믿었다고 가르치는데, ‘라마는 인도의 구루(guru)를 티베트어로 옮긴 말에 불과하며, 티베트 불교는 라마를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다.’ 티베트 불교라고 해야 한다.


- 러시아의 동진 : ‘1582년 예르막이 코사크인 800명을 데리고 우랄 산맥 부근의 시비르강을 건넘으로써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이 시작된다. 러시아는 이때부터 1649년 오호츠크 해에 도달할 때까지 동진을 계속하여 현재 러시아 영토의 4분의 3에 해당되는 1300만 평방킬로미터의 시베리아를 차지했으니, 60~70년간 매년 한반도만 한 영토를 하나씩 추가한 셈이었다.’


-최후의 유목국가 준가르는 텐샨산맥과 타림분지 주변의 동투르키스탄 지역에 있었다.


- 과거 러시아는 카자흐 지역이 러시아에 자발적으로 편입했다고 하였으나 1770년대 푸가초프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카자흐 수령들이 난에 동조한 것으로 보아 신빙성이 떨어진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대위의 딸>은 푸가초프의 난이 배경이다.


- 몽골이 유목민의 특성이 변질된 과정에는 ‘청나라가 팔기제를 시행하여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티베트 불교의 확산이 유목민의 군사력을 저하(살생 금지)하고, 한인 상인자본이 몽골 유목사회에 빈곤화를 초래’하였다고 본다.


- 신강지역을 장악한 중국 공산당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이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한인들은 대규모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공자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시행하고 있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사계절출판사에서 2016년 1월 초판을 내놓았다 독자는 2017년 3월 1판 4쇄, 본문 271쪽을 공부한 거다. 좋은 책이다.



P.S. 2017.8.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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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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