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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양록

강항 지음, 이을호 옮김

by 노충덕

간양록(看羊錄)은 본래 이름이 『건차록(巾車錄)』이다. 강항(姜沆) 선생이 붙인 것이다. ‘건차’란 죄인이 타는 수레로 나라에 죄인이나 다름없다 자처하여 책 이름을 지은 것이다. 강항이 그러했을망정 선생의 자제 문인들이 어찌 이런 책 이름으로 선생을 낮추어 부를 수 있는가 하였다. 강항이 이겨낸 역경과 절개를 미루어 간양록이라고 고쳐 선생의 절조를 표시한 것이다.(문인 파평 윤순거가 쓴 ‘간양록에 붙이는 윤순 거의 끝말’에서)


역자(이을호 님:전남대 교수로 정약용을 위시한 실학사상을 깊이 연구함) 서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영광경찰서장(일본인)이 간양록을 찾는 대로 소각하여 귀하게 남은 간양록을 번역한 거다.

‘『간양록』에 붙이는 유계의 글’은 1656년 가을에 간양록을 읽은 유계란 분이 덧붙인 글이다.


‘적국에서 임금께 올리는 글’은 선조 32년, 1599년 4월에 일본에서 포로로 있던 강항이 지어 올린 것이다. 영광 앞바다에서 순천, 안골포, 대마도를 거처 세토나이카이, 시코쿠에 끌려가기까지의 행로에 관해 설명한다. 왜국 형세와 조선의 국방 대책을 비교하여 기록한다. 왜국 8도 66주에 대해 물산, 군세, 이순신에게 패한 일본의 반응,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정, 임진왜란에 참여한 일본 장수들의 이름, 우리나라 성곽 중 담양 금성, 나주 금성에만 일본인이 감탄한다는 내용, 대마도 도주의 이중적인 태도, 세 가지 방책 중 일본인 포로를 잘 대해 주어야 한다는 건의 등을 담고 있다.


‘적국에서 보고 들은 것’에는 왜국의 관제, 왜국의 지리와 풍물, 임진 정유재란 때의 왜장들에 대하여 보고 들은 바를 소상하게 밝힌다. 당시 일본은 지역을 기내, 동해도, 동산도, 북해도, 산음도, 산양도, 남해도, 서해도 등 8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당시의 북해도는 오늘날 홋카이도가 아니다.


‘포로들에게 알리는 격문’은 일본에 포로로 있다고 하여도 힘을 모아야 함과 일본에 동화됨은 야만이 되는 일임을 경계한다.


‘승정원에 나아가 여쭌 글’은 일본에서 탈출하고 왕에게 불려 가 일본에서 겪은 이야기를 푼 것이다.


‘환란 생활의 기록’에서 일본에 포로로 있던 4년여 기간 동안 친척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일본 승려에게 시를 지어주고 용돈을 얻거나, 포로 생활의 고통과 고국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지은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어떻게 한자로 딱딱 글자 수를 맞추어 시를 짓는단 말인가. 강항을 비롯한 당시 선비들의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조선의 선비란 선비는 문학가요, 사상가요, 철학자다.


소소한 것들을 기억해 본다.

임진왜란 때의 일본 군졸의 수는 161,500명인데 이는 무장병의 숫자라 졸병들은 이 수에 들지 않는다.

대마도주의 수석 참모 겐소(승려이자 역관)는 우리나라의 글을 거의 제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둥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우리나라를 비웃고 업신여기는 자라 한다.

당시 조선의 “한 고을 백성은 절반은 순찰사에 속하고 절반은 절도사에게 속하기도 하며, 한 졸병의 몸으로 아침에는 순찰사에게 붙었다가 저녁녘에는 도원수를 따르기도 합니다.” 갈팡질팡한다는 말이다.

왜놈들끼리도 전쟁에서 군사가 줄줄이 죽어 나자빠지자 원망하는데 가토 기요마사는 조선의 병란(임진왜란)을 일으킨 자를 대마도주의 수작으로 판단하고 분통 터지는 소리를 한다.

1,000석 거리 토지로 정병 50인을 기르고, 1만 석의 토지로 정병 500명을 기를 수 있으니, 장졸의 수도 곡수를 보면 자연 짐작할 수 있다.

【소위 우두머리란 자들도 문자를 아는 놈은 한 놈도 없고, 그들이 쓰는 글이란 우리나라 이두와 비슷한 글자며, 그 글자의 뜻을 물어보면 “모르지요, 무슨 뜻인지”하고 널름 대답할 뿐입니다.】 이글로 보아 16세기말 17세기 초에 조선 사람들(글을 아는 선비로 제한)은 이두를 알거나 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포로 생활만으로도 힘겨웠을 텐데 글로 왜국의 정세를 모아 죽음을 무릅쓰고 왕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한 강항의 절개를 느낄 수 있다. 당시 조선과 일본을 비교하여 기술한 것에서 다른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눈을 뜨는 것이며, 나아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거다. 강항의 포로 생활에 견주어 어울리지 않지만, 자녀에게 여행을 떠나게 하라는 것, 우리가 여행하는 것은 휴식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간양록>은 ‘서해문집’에서 2005년 초판 1쇄를 내놓았다. 독자는 2015년 초판 4쇄 본문 235쪽을 읽고 느낀다.


네이버케스트/한국의 고전을 읽는다/간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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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케스트/SERICEO/조선미시사/일본이 두려워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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