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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09. 2024

청령국지(蜻蛉國志)

이덕무 지음

2024.9.8.(일)

   부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일본 인문지리학’은 당시에 일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금이야 서민도 책은 물론 인터넷과 일본 방문이란 직간접 방법으로 일본을 이해하지만, 조선 지식인은 서적에 의존해 일본을 이해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일본 관련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청령국지』의 저본은 『청정관 전서』이며 흥미로운 곳을 뽑아 번역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덕무는 일본 의사(데라지마 료안)가 쓴 『화한삼재도회』와 조선 문인이자 이덕무의 친구인 원중거가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와 쓴 『화국지』를 토대로 신숙주의 『해동제국기』, 강항의 『간양록』, 에도 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이 쓴 『화한명수』를 참고하고 내용을 취사선택하였다. 여기에 자신의 의견인 ‘안설’을 붙이는 방식으로 『청령국지』를 지었다.      


   새로운 것은 책 제목인 청령국지다. 나라의 지형이 잠자리를 닮아 잠자리국이라 칭한다. 이는 일본인의 시각이다. 욕실 문화와 용변 본 후 반드시 손을 씻는 일상 습관을 높게 사는데 덥고 습한 기후 조건이 만든 습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선 사절에게 일본 요리는 너무 달고 싱거웠고, 일본인에게 조선 요리는 너무 짜고 매웠다.     


   원중거는 임진왜란 당시 명군이 조선을 도운 것은 조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명나라의 안전을 고해해서였다는 시각을 보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관한 인물평은 승자를 과도하게 미화한 것일지 모른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정복한 지역의 성과 재물을 수하에게 나누어 주었음을 소개한다.     


   육식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묘사가 보인다.

“집짐승(소, 말, 돼지, 양, 개, 닭)을 먹지 않으니, 풍속에서 도살을 꺼려서 개와 말이 죽으면 모두 매장하고 혹 병자를 위해 약으로 쓰려하면 소를 절벽에 세워두고 밧줄로 끌어내려 떨어뜨려 죽인 뒤 고기만 가져다 쓰고서 나머지 부분을 묻어준다. 그러므로 육축을 기르는 경우가 적다.”(p.143)     


『청령국지』를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이덕무가 이서구와 유득공에게 서문을 부탁했다는 점이다. 친구에게 서문을 부탁하는 당시 관례와 서문을 쓸 만한 능력을 지닌 친구가 주변에 있음이 부럽다. 요즘은 분야의 권위자나 교수 등 유명 인사에게 서문을 의탁한다. 두 가지 조건이 안 되는 사람에겐 더욱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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