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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Oct 16. 2024

건전한 사회

에리히 프롬 지음



   근대 이전 인간은 제도적으로 속박 받고 지배자로부터 억압을 받고 살아왔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 등의 자유주의의 발전에 따라 제도적, 신체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육체적으로는 자유로워졌으나 심리적으로는 새로운 ‘어떤 것’에 다시 구속되었다. 그 어떤 것이란 고독, 불안, 무기력감 같은 ‘심리적 속박’이다. 자유가 가져다준 ‘심리적 속박’ 때문에 자유로부터 도피하기 시작했으며 그 방법으로 첫째, 또다시 새로운 구속을 찾는 것으로 종교의 교리에 의지하거나 파시즘과 같은 권위주의에 의지하는 방법, 둘째, 인간의 자발성과 개성을 발휘해서 주체적인 자유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를 향한 자유’라는 적극적 자유를 모색하자는 것이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말하는 바다.     


   위 첫째 방법과 관련하여 20세기 초 파시즘, 나치즘, 군국주의, 스탈린의 통치와 같은 전체주의 운동으로 전개됐었다. ‘심리적 속박’은 시험공부에 매진하던 고3 시기를 마치고 대학 신입생이 됐을 때 느낀 그것과 같은 류일 듯하다.     

‘건전한 사회’를 통해 에리히 프롬은 서구 사회의 모습이 양차 대전 경험, 풍작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경제 체제, 대중 매체의 확산, 평균 노동시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유 시간을 이용할 줄 모르는 현실, 자살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묘사하며 20세기가 비록 민주적, 평화적, 경제적인 번영을 구가함에도 인간의 깊은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근대사회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은 모든 사람을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 만큼 생산기술을 증대시키는 것, 인간과 인간이 참된 욕구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며, 현대인의 노력 목표는 건전한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되 참된 실재를 볼 수 있을 만큼 객관성 있는 이성을 갖게 되는 사회를 뜻한다. 구성원들이 선과 악의 차이를 알 때 자기 스스로가 선택하고, 의견이 아니라 확신하고, 신념을 가질 만큼 독립성을 갖게 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또 그 사회는 구성원들이 그들의 어린이들과 이웃들, 모든 사람과 자기 자신들, 모든 자연을 사랑할 능력을 계발한 사회를 의미한다. 그들은 모든 사람과 일체감을 느끼며 자기들의 개별성과 성실을 유지하며 파괴가 아니라 창조를 통해서 자연을 초월하는 것이다.’     

19세기에 서구 사회의 황홀한 외면과 물질적인 풍요 그리고 정치권력의 이면에서 진행되는 타락과 비인간화 과정을 부르크하르트, 프루동, 톨스토이, 보들레르, 크로포트킨 같은 통찰력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건전한 사회’가 초판으로 나온 1975년의 상황에서 자유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적 공산주의는 외관상 철저하게 물질주의적이었다. 그것은 사람을 중앙집권적 체제, 거대한 공장, 대중정당으로 조직하여 모든 사람은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다.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예상되는가?’라는 질문에 에리히 프롬은 ‘인간성의 탄생과 자기실현의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자 하고, 전쟁의 위험을 없애는 것과 인간주의적 공동체주의를 통해 인간이 로봇화(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한 변화는 힘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한 가지 영역에 국한된 변화는 모든 변화를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보와몽도(Boimondau) 시계 부품 제작 공장은 구성원 간 ‘토론’과 ‘자체 교육’을 통해 ‘함께 일하는 데’ 역점을 두고 산업혁명의 이점을 버리지 않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낸 사례다.     

“철학, 종교, 문학, 심리학 등에 관한 이해는 어린 나이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30, 40대가 기억력보다 이해력에 의존함으로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보다 훨씬 배우기에 적합하며 많은 경우 일반적인 관심도 격정적인 젊은 시절보다 나이가 지긋할 때 더욱 큰 것이다.”라는 문장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옮긴이가 쓴 첫 문장이 마음에 든다.     

“자유로운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안하고 사고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프롬). 안정과 확실성은 강대한 권력에 복종함으로써 결정을 내리거나 위험을 무릅쓰거나 책임을 지는 일에서 해방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때는 자유와 사고는 포기해야 한다.


‘건전한 사회’는 1975년 범우사에서 초판을 냈고, 나는 2015년 3판 1쇄 본문 375쪽 분량으로 나온 걸 읽은 것이다.     


P.S. 2015년 9월 19일 오후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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