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SEX, BOMBS BURGERS
폼페이 유적에 섹스 체위 그림이 남아있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음식은 생존에 필수조건이다. 섹스, 전쟁, 음식은 인류사에서 한시도 중요하지 않았던 시기가 없다.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는 현대인의 삶을 세 가지 코드로 읽어낸 문화사다. 재미있다. 철학처럼 머리 아프게 하지 않는다. 고대 전쟁사처럼 지도를 뒤적이며 이해하여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삶에 닿아있는 기술들이 어떤 기원을 가지고 출발해 발전해왔고 현재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었는가를 풀어간다. 저자 피터 노왁이 CBS 온라인 뉴스 과학기술 전문기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책이다. 추천사(모든 것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에 따르면 책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쇠』와 같이 서로 다른 범주를 병렬식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따른다.
1장 ‘대량 소비의 무기’에서 무기로 개발한 레이더는 독일 공군이 1940년 ‘월광 소나타 작전’(영국 코번트리 폭격, 민간이 550명 사망, 4300채 가옥 파과, 공장 4분의 3이 피해) 이후 더 이상 영국 영공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영국과 미국이 함께 개발한 레이더 기술은 전쟁 후 부엌으로 들어와 전자레인지를 대중적인 부엌용품으로 만든다. 전쟁 덕분에 세상에 나온 가장 중요한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이다. 대부분의 포장재로 쓰인다.
2장 ‘화학물질로 더 맛있게 먹기’에서 2차 대전 중 미군에 공급된 스팸이 출현하기까지 나폴레옹 시절부터 통조림의 역사를 꿰어 놓는다. 냉동식품과 맥도널드에 감자튀김이 자리 잡기까지의 역사도 풀어간다. 분유, 인스턴트커피의 출현과 원자폭탄에 꼭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 235를 찾는데 쓰인 ‘질량분석기’가 전쟁이 끝나자 제약, 에너지 전자 산업 전반에 폭넓게 도입된다. 2차 대전 중 미군 식량에 비타민 강화하기 과정과 맥도널드의 발전사도 재미있다.
3장 ‘아마추어 무장시키기’에서는 2차 대전이 낳은 가장 놀라운 부산물은 현대 포르노그래피 산업이라 한다. 전쟁기간 중에 할리우드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징집되어 육군 통신대 소속으로 카메라 작동법을 가르쳤으며, 전쟁 후 카메라 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소형화되면서 자작 포르노가 파도처럼 밀려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4장 ‘전쟁 게임’은 장난감 제조업은 전쟁 후 무기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발전했고, 비디오 게임은 군대에서 활용하는 훈련 방법이자 디지털 전쟁에 까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게임과 CNN이 방영한 이라크 폭격은 관찰자 입장에서 다를 바가 없다.
5장 ‘하늘에서 내려온 음식’에서는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에 대해 2쪽에 걸쳐 이야기한다. 발효가 끝난 김치에 방사선을 쪼여 박테리아를 죽이면 냄새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데 이는 ‘우주 김치’를 만든 과정에 서 나온 거다. NASA 같은 우주 기관들이 식품회사들에 포장법, 가공법, 화학기법 등의 기술을 전수한 예를 들어준다. 또 NASA가 미국 산업계에 전한 기술은 태양열 발전, 고급 센서 시스템, 수술실에서 쓰는 모니터, 신약개발에 쓰는 생물반응장치와 항체, 그루빙 공법(도로포장 표면에 일정한 홈을 만듦), 디시 오븐, 텐더로 미터(고기가 얼마나 연한지 측정하는 장치), HACCP 위생관리제도, 미세조류(영양보충물 : 미국에서 판매하는 영아용 조제분유의 약 90%가 영양보충제를 사용), 레토르트 파우치라고 한다.
6장 ‘눈을 점령한 전자 기기’에서 ‘레나 셰블롬’이라는 스웨덴 모델이 플레이보이 모델로 시작해 JPEG, GIF, MPEG라는 압축 이미지 기술로 미스 인터넷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정작 레나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화상처리 기술 발전이 VCR, 모바일 포르노 시장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7장 ‘인터넷’에서 인터넷은 군에서 만들었으나 포르노에 안성맞춤이라는 이야기다.
8장 ‘갈등의 씨앗’은 유전자변형식품, GMO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은 거부하고 미국은 산업으로 밀어주고. 서구는 갈등하는데 한국은 무방비상태다.
9장 ‘완벽한 기능을 갖춘 로봇’에서 현재 로봇기술은 일본이 최고지만, 산업화에는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이야기와 포르노와 로봇을 결합한 이야기로 맺는다. 섹스 로봇이 시장에 나오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면 제법 잘 팔릴 거라는 저자의 의견도 보인다. 십 대들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고 있는 상황도 보여 준다.
10장 ‘사막의 실험실 작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스마트 폭탄, 지피에스, 체력강화용 백신, 번역기(미군과 구글의 입장차이)등이 요구에 의해 발명되거나 활용된 이야기다.
결론 ‘악덕이 베푸는 미덕’에서 전쟁과 섹스, 페스트 푸드 기술이 앞으로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런저런 모습으로 빚어갈 것이라고 맺는다.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은 시간 때우기용 책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갖게 하는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2012년 3월 초판을 내놨고, 독자는 2016년 1월 1판 5쇄, 본문 431쪽 분량을 읽은 거다.
P.S. 2016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