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니콜라스 지음
원제가 THE DEATH OF EXPERTISE, ‘전문 지식의 죽음’이다. 책 제목으로 보아 인터넷의 확산과 정보 검색이 쉬워져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정보에 쉽게 접근하게 됨에 따라 전문 지식의 희소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레짐작을 하게 한다. 짐작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다.
웹상에서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정보가 가짜뉴스가 적지 않고, 소비자들은 확증편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게 된다는 주장이 1, 2장에 있다. 미국의 대학이 더 이상 전문가를 길러내는 기능을 잃고 상품화한 현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대학생수의 증가, 학점 부풀리기, 졸업장 따기 위한 4년 등 미국의 대학은 한국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검색에 의존한 얕은 지식과 언론과 미디어의 과잉이 빚는 문제점을 말하면서 전문가도 틀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다. 그러나 전문가의 실수, 오류가 전문가를 일반인으로 취급하게(떨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문가는 필요조건이다는 것을 전문가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과 다름을 밝히며 전문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강조한다.
‘전문가는 자신들이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일반 국민들도 ‘스스로 주인이 되려면 자신들의 나라를 운영하는 일에, 계속해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반인들은 전문가 없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으니, 적의를 내려놓고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과 전문가들도 자신들의 충고가 의심의 여지없이 옳다고 생각되더라도, 그들과 같은 것에 가치를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충고가 늘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저자 톰 니콜스는 NEVER트럼프 논객으로 정평이 난 미국 해군대학 교수다. 전문 지식의 죽어가는 까닭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 이외에도 사람들의 독선주의와 분노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서론에서 ‘확증편향’즉,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증거만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은 교육을 통해 본인이 가진 지식의 모자란 점을 극복하여, 더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우리 스스로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기꺼이 인정하고 타인들의 전문가적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발전된 사회라 할지라도 그 모든 사회의 저변에는 학식이 깊은 소수의 엘리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이 흐르고 있다’ 고도 본다. 특히 미국에 대하여 알레시스 토크빌의 말한 – 신생국인 미국의 시민들이 전문가나 전문가의 지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어떤 생각을 할 때 미국 사람들 대부분, 저마다 오로지 혼자서 이해해 보려고 얘를 쓴다.” - 표현을 일깨운다.
저자는 인터넷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로 우리가 읽고, 추론하고,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꾼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를 더 인색하고 조급하게 만들며, 누구든지 뭐라도 배울 수 있는 토론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본다. “아웃소싱한 지식을 내부의 지식으로 착각하는 것”이란 직설적으로 말하면, 마우스를 수십 차례 클릭하며 대충 훑고 지나가면서 본 것은 거의 대부분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에는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사실과 뒤섞인 상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독서로 전문가는 될 수 없다. 그러나 독서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와 강적들>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들이다.
- 가용성편향(availability) : 의도와 무관하게 주변의 영향을 받아 편향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유명인들의 얼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영향력은 확대됨. 유명인들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
-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0 Kruger Effect) : 우매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우매하지 않다고 더 강하게 확신한다는 것
- 메타인지(metacognition) : 스스로에게 뭔가 부족할 때 한 걸음 물러나서 그것을 볼 줄 아는 능력.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객관화해서 보고, 그 일을 엉터리로 하고 있음을 깨닫는 능력
- 스터전의 법칙(Sturgeon’s Law) : 공상 과학 소설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이 한 말이다. “모든 글의 90퍼센트는 쓰레기다”
-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 어떤 대상을 설명하건 언제나 가장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세 수도승의 이름에서 따옴. 더 복잡한 설명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도해야 한다는 말. 이를 ‘사고 절약의 원리’라고도 부르는데, 논리적 비약이나 불필요한 전제가 가장 적게 들어간 진술이 가장 설명력이 높다는 뜻
- 평등편향(equality bias) :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의 우열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서로에게 공정한 시간을 할애하고, 모든 의견에 평등하게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는 사실. 관계를 깨는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상대편에게 중요한 대상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경향이다.
- 확증편향(confirmation) : 사람들이 보통 자신이 믿는 것을 확인해 주는 정보만 찾고, 우리가 선호하는 설명을 강화시켜 주는 사실만 받아들이며, 이미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어긋나는 데이터를 무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
- 중국의 금언 : ‘20년의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년짜리 경험을 스무 차례 했을 뿐인 장인을 조심하라’
-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 전문가는 “자기가 다루는 주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실수들과 그 실수를 피하는 법에 관해서 웬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다.”
- 고정관념과 일반화 : 일반화란 관찰 가능한 사실들에 기초한 일종의 확률적 진술로 측정과 입증이 가능하다. 고정관념이란 어떤 사실 확인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예측이 아니라 결론이다. 그래서 이를 편견이라 한다. 고정관념은 先판단에 의존한다.
<전문가와 강적들>은 오르마에서 2017년 9월 초판을 발행한 것이다. 독자는 초판 본문 419쪽 분량을 읽은 거다. 쉽게 변역 되었지만, 내용이 산만하다는 생각이 따라다니더라. 아무튼 요즘 세상에는 너도나도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기 쉽지 않은 것이 교육계 현실이다. 교사나 학부모나......
P.S. 2017.1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