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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12. 2024

우리, 다시 사는 길

김재록 지음

   우리다시 사는 길(3,200)은 내용이 조금 길지만,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가운데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시대의 문제를 바로 보고 개혁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성과는 다르지만, 6두품 유학 지식인 최치원의 시무십여조 (時務十餘條), 고려 광종의 개혁, 대한제국 시기 근대화를 위한 광무개혁과 갑오개혁 등은 사회개혁안이다. 로마 시대 그라쿠스의 개혁도 역사다. 개혁과 혁신의 시도는 외부자의 시선뿐만 아니라 내부의 관점에서 가능하다. 2024년 겨울을 맞으며 야인 김재록의 『우리, 다시 사는 길』은 내부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책은 맹자의 “백성이 가장 귀하다(民爲貴)”에서 출발해 ‘민생’이란 먹고사는 일이면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라 한다. 민생을 살리고 북돋는 것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전제가 성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다시 사는 길』이 논의하는 출발점인 문제의식은 열 가지다. 각각의 문제의식은 저자의 경력과 경험, 묵상과 사색을 토대로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안하니 관련 분야의 문제의식과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실현 방안을 찾거나 세력화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 다시 사는 길』을 읽도록 하고 하되, 독자가 정리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6.10 항쟁으로 쟁취한 87년 체제의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은 수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5년 담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밝히고, 지지부진한 개헌논의를 한탄하며 개헌은 국회와 정부의 시대적 책무라고 주장한다. 헌법 개정 역사를 밝힌 글은 교양으로 읽을 만하고, 새 헌법에 미래 10년의 비전을 담자며, 6가지를 제안한다. 권력 구조 개편, 감사원의 국회 이관, 실질적 행정 수도, 국립대학의 변화 방향, 검찰 개혁 등에 관해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볼 수 있다. 책이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기존 상식과 결이 달라도 공감하는 부분을 찾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 관계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른다. 가치나 의리는 포장일뿐 국익 앞에서는 헌신짝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 개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보수 정권의 반동을 다룬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멧>에 윤 대통령을 두고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발견한 완벽한 공범”(P.63)이란 평가를 봐야 한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 변화를 여는 첫걸음으로 ‘북미 수교’를 제안하고, 유엔사 대신 평화유지군을 창설하자는 제안과 북한개발국제투자은행 설립 및 운용 방안(P.71)은 기존의 생각과 관점을 달리하는 혁신적 관점이다. 저자의 경제 활동 경험을 토대로 하기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대한 방안은 오컴의 면도날처럼 간명하다. 북한이 핵무장을 강행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첫 단추로 북미수교를 언급하나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로비와 한중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현실화되어가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미국의 실체(P.109. 미국 고위 관료를 지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깡패국가 평판을 책으로 냈다고 한다)와 개혁 개방 이후 성장 가도를 달리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최대 위기라는 딜레마는 현실을 똑바로 보자는 뜻이다. 최후의 승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평화’라며 십자군 전쟁의 영웅 살라딘도 소개한다.     


넷째, 한국 정당과 국회는 혁신해야만 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선거제도 개선, 정당 국고보조금제도를 손봐야 한다면서 지역주의 정당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지역 정당의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P.139)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정치의 민낯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민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이라 정치의 지역 고착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지 않을까 염려한다. 공기업에 관해 공영과 민영이 국민의 복리와 행복에 기준을 두고 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수긍하나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판단할 수 없고,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점이다.

언론의 혁신은 “진실만이 내가 추구하고 숭배하는 가치야”(P.153)라는 언론인 리영희 선생의 말로 기준을 제시한다.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보호받는 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실질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염려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글로벌화, 밴처․중소기업이 가야 할 길에서 대기업이 기술을 탈취하는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다섯째, 현행 선발제도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 선발 방식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교육부 폐지, 대학의 전면자율화, 대학 서열 구도의 해체안, 학문 연구와 직업 교육의 분리를 주장한다. 교육부의 폐지에 관한 논의는 교육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자 복합적인 교육제의 해결 방법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여섯째, 인구 감소 추세로 10년이 지나면 현행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비숙련 단기 복무 인력인 사병 중심에서 숙련 장기 복무 인력인 간부 중심으로 병력 구조를 전환하며, 이를 위해 징병제와 모병제의 융합을 제안한다. (P.207) 귀 기울여 듣고 연구할 사안임이 틀림없다. 사병 봉급 200만 원이라는 목표가 일으킬 문제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하되 너무 늦어선 안 될 과제다.    

  

일곱 번째, 보건, 복지, 사회 분야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P.218부터 231까지 양극화 해소가 최우선 국정과제여야 한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여덟 번째, 친일 매국노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가 한국사회의 통합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프랑스의 나치부역자 소탕(한나 아렌트의 글과 『암흑의 대륙』, 『포스트 워』에서는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청산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과 반민특위를 짓밟은 이승만 정부를 대조하며 해방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됐음을 아쉬워한다. 극우 뉴라이트, 현대판 밀정과 역사 인식의 왜곡에 대한 글은 용서와 화해보다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고 응수한다.      


아홉 번째, 영호남 지역주의는 병폐라는 문제의식에서 연원을 살피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무현의 길을 돌아본다.      


끝으로 2024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검찰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와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민생’이라는 저자의 전제를 떠올리며, 민주주의와 낙태라는 ‘가치’를 강조한 해리스를 꺾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승리 요인을 생각하니, 김재록의 통찰은 시공간이 다른 한국 사회에서 정치지도자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본다. 


강남 광고판에서 본 저자 김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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