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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16. 2024

일침(一針)

정민 지음

 

수년 전에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를 읽으며 정민 교수가 낸 책이라면 다 읽어보자고 사둔 거다. 어느 워크숍에서인가 참가자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었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어 지금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고, 일침(一針)은 혼돈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방에 달아났던 마음을 돌아오게 한다는 의미로 지은 거란다. 마음을 다스리는 사자성어를 모아 ‘마음의 표정’으로, 공부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 ‘공부의 칼끝’으로, 혼탁한 세상사를 겪어가며 ‘진창의 탄식’으로, 답답한 정치와 삶을 견디라고 ‘통치의 묘방’이란 장 제목을 정한다. 각 장마다 스물네댓 개에 이르는 사자성어를 풀어 글을 지었다.  

   

밑줄 치며 마음에 담아두려 했던 문장을 옮겨 본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만남은 첫 만남이다. 매 순간은 최초의 순간이다. 우리는 경이 속에 서 있다.

심한신왕(心閒神旺) 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의 활동이 오히려 왕성해진다. 

인간은 개나 돼지가 아니니 밥 먹고 배불러 행복할 수는 없다. 인생이 푸짐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지금보다 쓸데없는 말, 한가로운 일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실용과 쓸모의 잣대만을 가지고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폐기해 왔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수는 오히려 끔찍한 재앙에 가깝다.

의리의 무거움만 알아 깊은 정을 배제하는 데서 독선이 싹튼다. 뼈대가 중요하지만, 살이 없으면 죽은 해골이다. 살을 다 발라 뼈만 남겨 놓고 이것만 중요하다고 하면 인간의 체취가 사라진다. 명분만 붙들고 사람 사이의 살가운 마음이 없어지고 보니 세상은 제 주장만 앞세우는 살벌한 싸움터로 변한다.

뛰어난 재주로 명성과 공명을 함께 누리려는 것은 뿔 달린 범과 같다. 기다리는 것은 재앙뿐이니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몸 안의 물건만 나의 소유일 뿐, 몸 밖의 것은 머리칼조차 군더더기일 뿐이다. 모든 일은 애초에 이해를 따지지 않고 바른 길을 행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 이것이 순순히 바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은 간결해도 뜻은 깊어야 한다.  보여줄 듯 감출 때 깊은 정이 드러난다.


감이후지(坎以後止) 구덩이를 만나면 넘칠 때까지 기다린다. 사람의 그릇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구덩이에 갇혀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이가 있고, 물이 웅덩이를 채워 넘칠 때까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정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라야 군자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유지하고, 문무를 겸비하며, 때의 선후를 잘 판단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를 그쳐라.

간위적막(艱危寂寞)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간위의 시련만이 아니라 적막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하고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시련의 때에 주저앉지 말고, 적막의 날들 앞에 허물어지지 말라. 이지러진 달이 보름달로 바뀌고, 눈 쌓인 가지에 새 꽃이 핀다.

놀러 나가기 쉬운 마음을 유가에서는 구방심(救放心) 공부라 한다.

문지도리는 절대 썩지 않는다. 썩지 않으려거든 흘러라. 툭 터진 생각,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은 부드럽게 낮추는 데서 나온다. 혀가 이를 이긴다.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

함구하면 세상과 끊어지고, 말이 많으면 자신을 잃고 만다.

안으로 머금어 가만히 쌓아 두라.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쳐라.      


자지자기(自止自棄)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

십년유성(十年有成) 십 년은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상동구이(尙同求異)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상황을 장악하는 힘이 중요하다.

표맥(漂麥) 떠내려간 보리(학문을 향한 갸륵한 몰두)

남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내 집을 망치고, 여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남의 집을 망친다. 그러므로 미리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죄다. 당장에 편한 대로 은애 하다가 무궁한 근심과 해악을 남긴다. (이덕무의 ‘사소절’에서)

묘계질서(妙契疾書)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말고 메모하라. 생각은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달아나기 전에 붙들어 두어야 한다. 머리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지나치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라 그래야 내 것이 된다.


성호학파의 학습법은 즉시 메모하는 질서법과 서로 절차탁마하는 이택법(토론)을 기반으로 한다. 

일자지사(一字之師) 한 글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생긴다.

다문궐의(多聞闕疑) 많이 듣되 의심 나는 것은 솎아낸다.

책임질 일을 만들지 말고 문제는 더 키워 해결하라

비방은 한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비롯된다. 

임사주상(臨事周詳) 일 처리는 언제나 꼼꼼하고 면밀하게 하라. 다급한 상황일수록 침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처음의 일 처리가 야무지지 못해 없어도 될 의혹이 생기고, 평지풍파가 일어난다.

여지가 없으면 행실이 각박하다.

거망관리(遽忘觀理) 분노를 잠깐 잊고 이치를 살펴보라.   

   


100여 개의 사자성어를 다 외울 힘과 뜻이 없으니 몇 개라도 기억하려 한다. <일침>은 김영사에서 2012년 3월에 초판을, 내 책은 그해 7월 초판 14쇄, 본문 294쪽 분량으로 나온 것이다.


P.S. 2016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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