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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08. 2023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 트위터


황현산의 트위터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 읽으며 남겨둔 메모다. 어깃장과 맞장구가 함께 있다.   

['황'은 황현산의 트위터이고 '-' 글은 내 메모]   


황 : 복거일 씨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만 읽으면 편향된 지식을 얻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는데, 별걱정을 다 한다 싶다. 뭐는 안 그런가.

- 남의 말을 평할 때 정확한 말을 옮기고, 자기 생각을 쓴다. 뭐는 안 그런가는 글에서 일반화하는 법이다.     


황 : 제도를 들먹이는 건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가리기 위한 술책이다.

-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다. 인문학의 가치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기 수 있기 때문이다.     


황 : ‘W 이론(아마 이면우 교수인 듯, 나도 읽었다)’ 신바람 어쩌고 했는데 우리는 잘났다고 집단 최면을 걸러놓고는 정신줄을 놓고 일하라고 독려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흥분했다. 그 흥분한 머리에 IMF가 찬물을 끼얹었다.

- 생각 없는 주장을 비판하는 방법     


황 : 나는 가끔 박원순 시장이 대통령 하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 시장직은 전문가가 할 일이지만 대통령은 바보도 하지 않는가(박근혜)

- 자기 생각으로 평가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다.     


황 : 머리가 굳어진 순수 주의자보다 더 끔찍한 것도 드물다.

- 유연성과 순수, 근본에 대한 우려로 강도의 두 배 이상 키우는 문장     


황 : 남을 할퀴고 뒤통수치는 식으로 농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재치라고 생각하겠지만, 재치 부족이고 병이다.     


황 : 애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한 번 일어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기지 않는다. 무릎이 자주 다치긴 하지만.

- 사회의 진보를 믿는다는 희망이다. 어른에게 필요한 사고다.     


황 :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큰 미덕이다. 충고 질 하지 않고, 괜히 말했네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끈기도 필요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 경청, 언어의 품격을 생각한다.     


황 : 예술가의 직업은 창조이지만 창조를 입에 올리는 예술가는 드물다. 창조는 그것을 하고 나서만 그것이 창조인지 안다.

- 창조경제란 구호에 딱 맞는 멋진 어깃장이다.     


황 : 전공자가 번역을 더 잘할 것이라는 생각도 미신에 속한다. 전공자는 전공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해 지식과 정보는 많다. 그러나 번역도 글쓰기인데 전공자가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 국어 선생님이 지리 선생님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국어 선생님은 이걸 모르고 타 교과 선생님을 깔보더라.      


황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인간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의무를 귀족들이 폼 잡고 베풀어야 할 은혜로 생각하는 거다.

- 인간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일은 평민이나 귀족이나 다르지 않다.     


황 : 제가 상상한 작은 세계를 붙들고 그 밖의 세상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생각을 바꿀 수 없다. 

- 테러리스트나, 무슨 빠들이 그렇다. 나는 지지하지만 빠는 못 된다.      


황 : 구두가 크십니다. 불판이 뜨거우십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식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말이 어찌 되건 손님만 좋아하면, 나라가 어찌 되건 돈만 벌면, 결국 같은 생각이다.

- 고칠 방법을 찾기 어렵다.     


황 : 루소는 어느 나이나 다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 나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그러나 어느 나이에나 욕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나이에나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는 말. 늙어가며 제 나이의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를 욕하게 되는 듯도.

- 욕망의 조절이 행복과 불행의 기원이다.     


황 : 축사하는 군수가 30분을 잡아먹었다.

- 교수도 그렇더라.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거다.     


황 :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독재 권력 아래서는 선택과 결정의 고통이 면제된다. 자진해서 노예가 된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도 드물다. 

- 아이히만이 그랬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     


황 : 번역에는 외국어 독해력, 한국어 작문력, 성실성과 책임감, 주의력이 필요하다.

- 전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황 :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 어렸을 때 어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공감하지 못할 어른은 없다.      


황 : 강제 질서는 부조리와 모순의 해결이 아니라 감추기일 뿐이다.

- 그렇다.     


황 : 이 정부더러 누가 무능하다고 하는가. 담뱃세를 2000원이나 인상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게 스트레스까지 줄 줄 아는데

- 나는 유능한 정부에 순종해 아직 담배를 피운다.      


황 : 나는 「목마와 숙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 모든 독자가 책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황 : 애를 키울 때 기를 살린다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데, 정직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기는 저절로 살아난다.

- 생각이 행동을, 행동이, 습관을, 습관이 인생을, 인생이 운명을 만든다.     


황 : 종교는 근본적으로,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까지 하나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으며, 모든 인간이 그 원리를 숭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 종교뿐만 아니라 이런 사고방식이 폭력이다.      


황 : 백 년 전의 삶, 천 년 전의 삶을 우리 시대의 주관성으로 재단할 수 없다. 거꾸로 백 년 전, 천 년 전에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던 어떤 사고가 우리 시대의 삶을 가로막을 수도 없다. 

- 조선 유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재조명이 필요하고, 역사를 바라보는 눈도     


황 : 우리가 아랍 문화를 대면할 때, 우리의 시각이 알게 모르게 서구화되어 있다는 자의식이 우리를 주저하게 하고 당황하게 한다.

- 우리 지식인들이 오리엔탈리즘에 찌든 결과다.     


황 : 어느 친일파 시인도 일제가 그렇게 빨리 망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의 문제다.

- 인간의 도리는 無變 應變이 답이다.     


황 : 좌절된 에로스는 자주 파괴의 욕망이 된다.

- 약자, 루저에게도 에로스는 있다. 사회가 이를 제도로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황 : 나쁜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나쁜 일에 동원된다. 바쁜 글쟁이에게서는 우리말이 나쁜 글에 동원된다.

- 홍위병, 어용학자가 그러하다.     


황 : 알제리 독립운동에서 탄약을 나르고 진지구축을 돕던 여자들이 불편한 히잡을 벗기 시작했다. 그걸 나무라는 무슬림은 아무도 없었다. 진정한 해방 전쟁은 인간을 해방한다.

- 전방보다 후방 내무반 생황이 고되다.     


황 : 성차별이건 지역 차별이건 비열하지 않는 차별주의자는 없다.

- 비열한 자들은 대의명분을 그럴싸하게 만든다. 대의명분에 속아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황 : 학교가 모든 걸 다 가르칠 수는 없는데 모든 시간을 다 뺏는 것이 문제

- 학교를 공사 불문 교육기관으로 바꾸어야 맞다. 교육기관이 원한 것도 있지만, 부모의 요구도 있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태도가 원인이다.     


황 : 모든 지식은 그 지식이 산출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로만 알려진 지식은 발전이 멈추고 교조화되기 쉽다.

- 나는 「知思識見解」가 지적 호기심이 지혜가 되는 프로세스라고 믿는다.     


황 : 잘 쓴 글은 취향을 넘어선다.

- 그러고 싶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잘 쓴 글이 귀한 거다.     


황 : ‘풍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것도 슬픔이다.

- 성장만 추구하니 슬픔이 더욱 커질 수밖에. 이젠 성장보다 분배에 가치를.     


황 : 사랑받는 나라를 만들면 사랑할 텐데…….

- 시민 하나하나에 힘이 있는데, 정치인에게만 맡겨두고 있다.     


황 : 우리는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 습관이 된 것을 ‘전통’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 조선이 가졌던 가치 중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성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일본강점기, 분단, 전쟁, 독재 시대가 남긴 폐해는 상상할 수 있는 없는 분량이다.

- 지금 우리 살에 남아있는 문화적 전통이라고 해봐야 한국어와 음식 정도.     


황 : 글을 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은 ‘말하는 것처럼 써라’ 일 터인데, 글을 쓰는 데 가장 해로운 것도 그 말이다. 글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말을 성찰한다는 것이다.

- 글은 퇴고하지만, 말은 퇴고할 수 없다.     


황 : 노트에 적힌 문장을 보고 ‘이건 내 문장 아님, 난 이렇게 쓰지 않음’이라 말할 수 있으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 한 번 그런 경험을 했다.     


황 :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년 중에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달지 않고,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하루쯤 있어야 한다. 오늘을 그날로 정하는 것이 옳겠다.

-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황 : 늙으면 모든 것이 지워지는 법이지. 이어서 치매가 오고 저 자신이 지겨운 인간이 되게 마련이지. 좀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 나이가 들더라도 배우기를 그치지 말고 참신하게 생각하도록 노력하라.     


황 :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을 흉내 내자면, 봄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어머니 아버지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천한 자본주의 사고방식이다. 돈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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