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2013년 12월 7일
조반니 보카치오가 짓고 박상진이 옮겨 민음사에서 2012년 12년 9월 초판으로 내놓은 본문 477쪽의 Decameron 1을 읽었다. 중학교 사회를 가르치면서 르네상스기의 이탈리아 문학작품으로 소개하고 시험에 출제했던 그 데카메론을 쉰 살이 다 돼서 읽다니...... 얼마나 허망한 가르침이었던지 부끄럽다.
현대 단편 소설 작가라면 꼭 읽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니 단편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는 영감을 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다. 나도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요즘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으로 회사를 홍보하고, 제품에 이미지를 입히고 학교에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교수-학습을 진행하려 시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단어, 개념이 당시에 없었을 뿐 보카치오가 지은 데카메론은 스토리텔링의 전형 아닌가. 보카치오는 타고난 이야기꾼, 스토리텔러다.
최근 읽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의 작가 엘리스 먼로가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평가되면서 단편 소설 작가로 이름을 드러내고 있는데 아마도 그분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성직자의 부패, 상인들의 삶, 미인을 얻기 위한 남자들의 노력?, 절세미인은 어떤 남자든지 탐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바가 없다는 확인, 고해성사를 이용하여 이익과 명예를 얻은 사례, 교묘한 방법으로 궁지에서 벗어나는 일, 재치 있는 말, 사기 행각, 강도당한 사람이 전화위복이 되는 일, 부자가 되는 이야기, 누명을 쓰고 수십 년을 살다가 명예를 회복한 일, 악마를 지옥에 몰아넣는 일 등등을 담아 두고 있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배경으로 전염병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일곱 여인과 세 남자가 하루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하고 열흘간 지어내는 이야기들이다.
그중에서 Decameron 1은 세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까지 모두 3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참 재미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그런 면이 있지만.......
반복하거니와 보카치오는 타고난 이야기꾼, 스토리텔러다.
소설가가 되려 한다거나,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12일
조반니 보카치오가 지은 데카메론을 민음사에서 3권으로 냈는데 그 두 번째 권을 읽었다. 14세기에 지어진 이야기인 데카메론이 왜 르네상스를 알리는 작품이며, 보카치오가 인문주의자인지를 확인한다.
데카메론 2권은 네 번째 날, 다섯 번째 날, 여섯 번째 날, 일곱 번째 날에 일곱 부인과 세 청년이 피렌체 근교 성에서 분수 주위에 둘러앉아 나눈 이야기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죽어서야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 현명한 아내가 남편을 조롱하는 이야기, 성직자, 수사가 색을 탐하는 이야기, 질투가 치르는 대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랑 이야기, 어떻게 하나 같이 이야기이지만 귀족 부인들은 남편(귀족, 기사, 영주, 대상인일지라도) 몰래 청년을 침실로 끌어들이는지. ㅎㅎ 대단한 재주꾼들이다.
네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에서 살레르노의 탄크레디 공은 딸의 연인을 죽이고 그 심장을 황금 잔에 담아 딸에게 보낸다. 그러자 딸은 거기에 독물을 넣어 마시고 죽음을 맞는다. 이 이야기가 셰익스피어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짓게 하는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여섯 번째 날에 나눈 이야기는 촌철살인을 주제로 위기(대부분 부인들의 외도가 들통나는)를 모면하거나, 달변으로 상황을 헤쳐 간다. 프래스코가 조카딸에게 짜증 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싫다고 불평할 거면 거울도 보지 말라고 충고하는데 의미가 있다.
일곱 번째 날의 이야기가 압권이다. 현명한 아내(바람을 피우는)가 남편을 멍청이로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쓴 까닭을 보카치오는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앞부분 생략 ‘여자는 섬세해서 자기 운명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운명에 휘둘린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사랑에 빠진 그들이 구원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백 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여자들이야 바느질을 하거나 물레를 돌리거나 실을 감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요’ 뒷부분도 생략
본문 480쪽 분량이다.
2013년 12월 15일
데카메론 Ⅲ은 작가 연보에 따르면 1349~1353년에 걸쳐 조반니 보카치오가 집필한 것이다. 단테가 神曲을 지은 것과 비견하여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人曲이라고 평가된다.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근교의 숲으로 피난 간 7명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과 3명 청년이 보름동안 함께 살면서 금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열흘간 매일 한 사람이 한 가지씩 정해진 주제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간다.
보카치오가 여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데카메론을 집필했다고 서문에 밝힌 것처럼 여성의 입장을 고려한 서술들이 많다. 종래의 관습과 법에 따르면 불가능한 평가로 사랑에 빠진 부인을 옹호하거나, 재능 있는 여성을 칭찬하는 투의 이야기가 예가 될 것이다.
이는 당시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속어였던 이탈리아어(당시 식자의 언어와 문자는 라틴어였다.)로 집필한 보카치오와 페트라르카, 단테가 그 시대를 이끌어갔던 것이다. 루쉰이 구어로 글을 써서 중국의 신문화 운동을 이끈 것처럼.
‘현실을 있는 그대로’의 정신에 충실하면서. 인간 본연의 자유로운 욕망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진면목을 유쾌하게 보여 주면서 죽음과 변화에 맞서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데카메론 Ⅲ은 여덟 번째 날 열 개의 이야기와 아홉 번째 날 열 개의 이야기, 열 번째 날의 열 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카메론이 그리스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란다.
여덟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는 남의 아내와 돈을 주고 잠자리를 함께하기로 한 굴파르도는 그 남편과 과스파루올로에게 돈을 빌린다. 그런 뒤 여자가 보는 앞에서 빌린 돈은 부인에게 돌려주었다고 과스파루올로에게 말하니, 여자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여덟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는 칼린드리노와 부루노와 부팔마코가 혈석을 찾으러 무뇨네 강으로 간다. 칼란드리노는 그 돌을 찾았다고 믿고 돌들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내가 뭐라고 하자 화가 나서 아내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는데, 실은 친구들이 그보다 더 잘 아는 얘기였다.
여덟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는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내와 관계를 갖는다. 그것을 안 다른 사람은 아내와 짜고 그 사람을 상자에 가둔 다음 그 위에서 그 사람의 아내와 관계를 갖는다.
데카메론의 공간적 배경은 이탈리아, 지중해 세계, 프랑스, 사라센, 인도, 중국까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3권 데카메론 Ⅲ은 2012년 9월 초판 1쇄가 나왔고, 내가 읽은 것은 2013년 7월 1판 2쇄로 나온 것으로 본문 455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