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웅 지음
시골 한의사 이기웅이 환자를 치료하며 겪은 이야기와 자신의 삶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쓴 책이다. 1990년 대전에 한의원을 연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비교하여 도시에서 한의사 노릇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가 한의원을 열 때 모토가 ‘아름다운 삶에 대한 불감증 치료’다. 돈 벌겠다거나, 인술을 펼치겠다는 상투적인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모토는 유년기, 청년기를 살아온 경험치를 반영한다. 이 책을 만난 건 뜻밖이다. 제출한 서류가 적합지 않으니 보완하라는 연락을 드렸더니, 내게 서류를 반출하러 온 분이 자신이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이 쓴 책이라며 건네주고 간 거다. 마침 전날 <매국역사학>을 읽고 속 터지는 상황이라 부담 없는 걸 읽고 싶었다. 제목 <어설픔>이 가볍게 책을 읽게 한다.
프롤로그가 ‘그대가 아프기를 바랍니다’다. 한의사가 상대에게 아프길 바란다는 게 환자로 와서 돈을 쓰고 가란 뜻이 아니다. 아프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쉬게 된다는 거다. 경쟁사회 속에서 아웅다웅 살면서 찌든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기에 ‘아픔은 한 가지 수단’이란 의미다.
‘쉼’에서 ‘조금 느슨해도 살아집디다’라며 ‘완벽하게 살려하지 말고 어설프게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빠르게 가려하지 말고 천천히 가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인생후반을 생각하며 살자. 상상수행 해보자.’ 권한다.
‘여행’에서 ‘우리는 여행자입니다’라며 유년과 가정 내, 결혼 생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권한다.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여행 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인디언의 땅에서 시애틀 추장의 마지막 연설을 소개한다.
“당신들은 돈으로 하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비를, 바람을 소유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은 우리의 일부이며 대지 위에 피어나는 꽃들은 우리의 누이들, 곰과 사슴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이고 바위산 꼭대기, 널따란 들판, 그 위를 달리는 말들, 그 모두가 한 가족이라네.”
‘만남’에서 ‘온전한 존재로 만나야 합니다’라며 ‘의상을 벗고 분장을 지워라.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자기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라.’라 한다. 글쓴이는 한의사로 살며 만난 환자와 가정을 꾸리고, 방황하던 목수의 도움으로 논산시 연산면 사포리에 ‘햇님쉼터한의원’을 짓고, 지리산에 오두막을 소유하고 있다. 자신도 띨띨하고 환자에게도 띨띨하다고 말하는 좀 괴짜인 듯하지만, 내면에 깊이도 있는 한의사라 생각하며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어설픔>은 2011년 2월 초판이 나왔고, 내가 본 건 2015년 7월 초판 5쇄, 본문 250쪽에 환자가 쓴 한의사 만난 이야기를 덧붙인 거다.
P.S.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