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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by 노충덕

강의 부제: 나의 동양고전 독법


20년 간 감옥에 있었고, 20여 년을 대학에서 강의한 신영복 님이 지은 책이 ‘강의’다.

지난여름 재미있게 읽었던 중국인 이야기 1,2,3의 저자 김명호 교수와 성공회대학교라는 한 울타리에서 교수를 하신 분이다. 중국인 이야기를 통해 걸러내지 않은 중국인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강의’라는 책을 선택하면서 충분히 새로움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20년간 감옥에 있었던 저자는 이문열의 책 제목처럼 시대와의 불화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쫓아 살기에도 바쁜 내 입장과는 사뭇 다른 강의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강의’는 부제에서 밝힌 것처럼 동양고전을 읽을 때 여러 각도에서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신영복 교수는 일관된 관점을 드러낸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모든 것의 상품가치화, 노동 가치의 저평가, 제국주의의 팽창과 함께 성장한 자본주의, 자본주의가 끝은 아니다는 등의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완화시키는데 동양 고전에서 무엇을 찾을까라는 관점이며, 존재론에 치우친 서양 철학보다 동양 사상의 기초는 관계론에 있다는 것이다.


평소 책을 읽으며, 내 직업, 내 삶에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라는 시각에서 책을 대하는 나의 책 읽는 법이 한없이 부끄럽다. 사회 선생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발견한다. 게으른 탓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던 묵가 사상에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다. 한비자에 대한 이미지도 바뀌었고, 주자학이 불교의 번성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응전이었음 알게 됐다. 한나라가 관료제를 통해 중앙집권국가를 이루어 낸 것은 나라는 단명했지만 진의 군현제에서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한 권의 책을 읽고 중국 고전과 오천 년의 사상사를 내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한 일이지만......... 사상에 대한 이해보다 단편적인 것만 기억되니 안타깝다. 그래도 의미 있는 독서였다.

‘강의’의 주요 내용만이라도 요약하기에 벅차 목차만 옮겨보며 되새김한다.

1장. 서론

2장. 오래된 시(詩)와 언(言)

3장. 주역의 관계론

4장.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5장. 맹자의 의義

6장. 노자의 도와 자연

7장. 장자의 소요

8장.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9장.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10장. 법가와 천하 통일

11장. 강의를 마치며

그래도 한 문단이라도 옮겨보기로 하고, 밑줄 친 곳을 훑어보니 다 좋은 글이며 예화라서 선택하기 어렵다. 고심하여 8장에서 몇 문장을 고른다.


여러 시내가 몸을 섞어 강이 됩니다.

사회의 혼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兼愛-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복숭아를 훔치는 것보다 죄가 더 무겁다. 그래서 한 사람을 죽이면 그것을 불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크게 나라를 공격하면 그 그릇됨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칭송하면서 의로움이라고 한다. 이러고서도 의와 불의의 분별을 안다고 하 수 있겠는가? -非政-


신영복 교수의 ‘강의’는 돌베개에서 2004년 12월에 초판을 내놓았으나 내가 읽은 것은 2014년 8월에 초판 38쇄로 내놓은 것으로 본문이 꽉 찬 515쪽이다.


P.S. 2014년 12월 17일

http://www.shinyoungbok.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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