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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장폴 뒤부아 지음

by 노충덕

누가 추천 했는지 명확한 기억은 없다. 추측은 될 뿐

2013년 첫 날 눈이 많이 내려 밖으로 나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커피를 마시며 장폴 뒤부아가 작가 자신일 수 도 있을, 오십 대의 남자가 반세기에 걸친 자신의 삶을 시시콜콜하게 적어 놓은 [프랑스적인 삶]을 읽었다.

프랑스 영화를 보면 알 듯 모를 듯. 여운을 남기는 그런, 깔끔하거나 명확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느끼는데 이 소설을 대하면서도 혹시 프랑스 영화처럼 소설이 진행된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첫 장을 넘겼다.


주인공 폴 블릭이 그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형 뱅상의 죽음에서 시작된 소설은 1960년대 이념적 혼돈의 프랑스 상황에 따라 학교에 다니고, 성적으로 성장하고 체험하고, 대학 생활이란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엉망진창인 삶을 그대로 적고 있다.

폴의 경험에서 남자들이 공통으로 갈망하는(?), 그러나 내 가족, 내연인은 순수하기를 요구하면서 자유로운 성문화를 향유하는 그런 모습에 일부분 동조하고 부러워하면서 읽어간다.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유망한 기업가의 무남독녀의 구애와 임신에 사랑에 빠지고 버티다 버티다 결혼하고 어차피 인생은 나 혼자 가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할지라도 격렬히 사랑하다가 때로는 냉랭하거나 일에 치어 무관심하게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삶도 보여준다.

좌파와 극우의 성향을 독자적으로 유지하는 가족들과의 삶 속에서 미모와 능력을 갖춘 아내와 부딪히면서 주부로서의 삶에 살아간다.

흑백사진에 가진 관심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져다준 폴 블릭의 삶이 주부에서 사진작가로 변화된 삶, 성공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폴이 치과의 간호사인 마리, 로르와 합법적이지 않은 성생활의 대가인지 알 수 없지만, 잘 나가던 사업가인 아내 안나의 불륜(사실 불륜이란 단어는 소설 어디에도 없지만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다. 영락없는 불란서 스타일이다)은 헬기 사고로 드러나고 부채를 남긴 채 죽고, 폴은 아내의 부채를 덤터기 쓴 채로 병든 어머니와 아내의 사망이후 정신병을 앓게 된 딸 마리를 간호하면서 늙어간다.

형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딸의 정신병을 온 몸으로 버텨나가는 폴의 삶을 보면서 내게도 이런 순간이 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옮긴이 함유선의 부드러운 번역, 섬세한 풀이를 통해 재미있게 읽은 [프랑스적인 삶]은 밝은 세상에서 2005년에 초판이 나왔고, 내가 읽은 것은 2012년 7월 초판 8쇄로 나온 것으로 약 400장 분량이다.

2012년에 읽은 책 중에서 표지가 가장 멋진(예쁜 디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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