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집 지음
고장난 저울
<인문학은 밥이다>를 쓴 김경집님이 지난해 12월 중순 논산에서 특강을 했다. 책을 읽었기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특강에 가지 않았는데 옆자리 앉은 동료가 건네준 책이 <고장난 저울>이다. 표지 디자인이 구식이고 지질이 낮아 첫인상이 좋지 않다. 내용은 첫인상과 전혀 다르다. 공부하고 사회를 관찰한 깊이에서 길어 올려 ‘맑고 시원한 물’ 같다. 1997년 IMF 사태이후 변화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고장난 저울’로 본다. 고장난 것을 들추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한 결과를 담고 있다.
부제 ‘수평사회,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 에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수직사회이며 이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한다. <고장난 저울>은 1997년에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고 전제하며 출발한다. 저자는 첫째, 정치보다 경제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되었으니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한다. 둘째, 과거의 교육이 사회의 비대칭(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 왔으나 현재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월성교육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셋째, 386세대들이 노인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독재에 저항하고 풍요로움을 누렸고, 고등교육을 받은 세대’임으로 사고하지 않는 보수 꼰대로 머무르지 말고 공부하는 실버세대로 살아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한다.’ 고 힘준다.
프롤로그에서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알렉시스 토크빌의 말을 인용한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정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현실을 짚어보며 더 나은 미래로 명확한 의제를 제시해야하는 것도 정치이고, 그것이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치적인 언급은 자제한다.
제1장 정치보다 경제에서 유린된 민주주의에서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구글에게 놓친 사실을 수직적 문화가 갖는 극복해야할 사례로 소개한다. ‘1%의 뻔뻔함’에서 우리 사회의 1%에게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판정한다. 사회의 비대칭성을 깨기 위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개인의 자각을 주문한다. 보수가 집권하면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미국의 사례를 자세히 보여준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와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민의 행동 비교하여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알려준다. 시간주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바라보며 야근은 미덕이 아님을 강조한다.
제2장 오르지 못하는 사다리, 교육에서 ‘교육이 행복을 보장할 확률은 없다’는 전제를 증거한다. 10%만이 성공하는 교육은 미래에서 없어져야한다고 말한다. 수시입학은 소수를 위한 특례가 되어버렸다. 10대의 삶이 100세 시대의 인생을 결정할 수 없음과 고진감래라는 말이 교육에서 사라져야한다고 말한다. “교사가 다른 직업과 달라야하는 이유, 사과도 교육이다, 대학은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제3장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그들이 만들어낼 수평사회에서 청바지, 맥주, 통기타 세대를 세시봉 세대라 칭하며 이들이 새로운 노인상을 만들 의무와 능력이 있는 세대라 본다. ‘1%의 그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문제를 실버세대가 풀어야하며,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풀어야하고, ‘공부하는 실버’가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김황식 총리가 지하철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적자인데 노인의 무임승차가 문제라고 질책했다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 1%가 갖고 있는 의식에서 기대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거 4가지를 읽으며 공감할 수밖에 없다. 눈치 안보고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중년의 특권이란 주장에 공감한다.-“그런데 그것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까지 내가 겪은 고통을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혁신적 변화를 대비하지 못해 미래를 망치게 하는 것이다.”
에필로그는 ‘이 땅의 검찰들에게 당부함’이란 제목으로 정치권력에 기웃거리지 말고 자부심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고장난 저울’을 고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P.S. 2016년 1월 3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