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마샬 지음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
‘지리의 포로’다. 책은 ‘지리가 어떻게 개인의 운명과 세계사,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에 답한다. 지리를 공부하는 것은 공감 감각을 갖는데 절대적이다. 지리교육을 전공한 덕에 머고 살며 국제뉴스가 쉽다. 지도첩을 보며 한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고 즐겁다. 지리를 전공한 내 삶에 만족한다.
영국 출신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Tim Marshall)이 경험을 담은 통찰력은 <지리의 힘>을 끌고 가는 힘이다.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격차 등을 살펴보는데 지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첼의 환경결정론이 준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지리는 세계를 이해하는 훌륭하고 적합한 관점이다.
중국,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미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되다.
서유럽,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다.
러시아, 가장 넓은 나라지만 지리에게 복수의 일격을 당하다.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다. 일본,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다.
라틴 아메리카, 내륙이 텅 빈, 거대한 지리의 감옥에 갇히다.
아프리카, 유럽인이 만들어 놓은 지정학의 피해자가 되다.
중동,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되다.
인도, 지리적으로 출발부터 유리했다. 파키스탄, 말썽 많은 아프간과의 국경을 물려받다.
북극,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되다.
각 주제 앞에는 깔끔한 주제도를 실어 놓았다.(지형과 국경, 행정구역, 분쟁선을 담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듣고 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낯선 사실과 주장을 정리한다.
1979년에 만든 대만관계법에 따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은 대만을 수호한다. 단, 대만이 완전독립을 선포하고 이를 중국이 전쟁 행위로 받아들일 경우엔 미국은 대만을 구하러 오지 않는다. 대만이 쉽게 완전독립을 향해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도 갈 길이 바쁘고 할 일이 많아 쉽게 대만을 무력으로 취하지 않는다. 길게 보는 거다. 중국 본토는 가까이에 있고 워싱턴은 멀리 있다는 것을 중국도 대만도 안다.
텍사스 개척당시 스페인의 영역인 멕시코 땅이었으나 1830년대에 이르러 신교도 정착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1835년 전쟁에서 신교도 정착민과 멕시코 간 싸움에서 멕시코가 우세했다. 하지만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미국의 돈과 무기, 사상을 흡수한 텍사스가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1845년 미합중국에 귀속되고 1846년부터 2년간 텍사스는 미국 편이 돼서 멕시코와 싸워 승리한다. 1869년 미국 대륙횡단 철도가 개통됐다. 1898년 미서전쟁에서 미국은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에 대한 지배권을 얻는데 괌은 중요한 전략 사산이 된다. 미국은 북아프리카 이슬람들의 싸움에 대한 개입은 지상 9천 미터 이상까지만 개입한다. 공군력은 투입하되 육해군의 투입은 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독일을 두려워하고, 독일은 프랑스를 두려워한다. 유럽 연합 설립에는 두 나라가 서로에게 싸움을 걸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폴란드에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비지(飛地)다.
그루지야(조지아), 우크라이나, 몰도바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나라지만 러시아 군대가 상주하고 있어서 한 나라라도 나토에 가입한다면 즉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러시아에게 놓을 수 없는 밧줄이다.
실재하는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과 맞닥뜨릴 때 강대국은 힘을 사용한다. 크림반도는 신이 러시아에게 준 <지리적 패>다.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겨울용 난방 연료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유럽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열거나 닫는 권한은 크렘린에 있다. 나토 창립헌장 6조- “유럽 혹은 북미의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유럽 열강들이 유럽 내의 전쟁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일본은 인도차이나 북부로 쳐들어갔다. 당시 일본은 원유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던 미국은 일본이 군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이에 대한 일본의 답변이 진주만 공습이다.
현재 일본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항공모함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사두고 타지 않으니 자전거라고 우기는 것이다.
1879년 칠레와 볼리비아가 전쟁을 치렀고 볼리비아는 해안을 잃어 내륙국가가 됐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세 번째로 천연가스가 많지만 이웃 칠레에게는 팔지 않는다. Pan American Highway는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남단까지 2만 7천 킬로미터인 국제 고속도로다. 브라질의 항만이 낙후돼, 최대항구 일곱 개의 물동량을 합쳐도 뉴올리언스에도 못 미친다. 브라질은 미국에 가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나 러시아나 중국 편도 들지 않는다. 브라질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비웃는 말 “그러한 세련됨이 그처럼 엄청난 난장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국민” (요즘 우리나라는 어떻게 보일지……. 트럼프가 클린턴 힐러리가 당선되면 한국처럼 될 거라고 비웃었다는데…….)
사헬지대에서 아랍인은 도급 형태로 노예들을 모아 소금을 옮겼다. 15~16세기 오스만 제국은 주로 수단 출신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인을 이스탄불, 카이로, 다마스쿠스 등지로 보냈다.
<지리의 힘>은 ‘사이’에서 2016년 8월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가 읽은 것은 1판 5쇄 본문 367쪽 분량이다. 나라가 혼란스럽다. 언론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카타리나 볼룸’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