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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지음

by 노충덕


앙드레 말로가 지은 [인간의 조건]은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중국을 비롯한 유라시아 여러 지역에 공산주의가 확산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코뮤니스트의 주도로 총파업이 일어나고, 군벌에 타도와 일본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한 국공합작과 분열 과정, 중국 공산당 내부의 코민테른 지도 노선과 이를 거부하는 소수파 사이의 갈등에서 러시아, 프랑스, 중국출신 혁명가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실패한 폭동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조건]에서 중국인 니힐리스트 첸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이데올로기만 믿으며 장졔스를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안고 승용차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권총으로 자살한다. 프랑스인 지조르와 일본인 여자 사이의 혼혈아였던 기요는 상하이 폭동을 주도했다가 붙잡혀 혁명가답게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하고, 러시아인 카토프는 체포된 후 다른 죄수에게 자기 몫의 청산가리를 건네주고 자신은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죽음을 선택한다. 페랄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우세한 세력에 밀착하여 자본을 축적하지만 끝은 불투명하고, 클라피크는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독일인 쾨니히는 공산주의자에게서 받았던 고문 때문에 증오에 찬 채로 국민당의 보안국장 역할을 한다.


불과 몇 일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등장인물 중심으로 풀어가는데 심리묘사, 상황묘사 등에서 1920년대 후반 상하이 조계지역의 축축하고도 눅눅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익숙지 않은 깊이에 지루하기도 하고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하기도 하지만 거사일 전부터 거사일, 거사 실패 후 체포에서 살해되는 과정까지는 전반부에 비해 훨씬 몰입이 쉽다.


프랑스 작가가 어떻게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소설을 썼을까 궁금하였으나 소설에서는 이를 알 수 없어 웹서핑을 해보니 말로가 한 때는 중국에서 살았고, 국민당의 장제스와 협력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당시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에서도 생활했다. 이러한 그의 삶의 경험이 초기 작품 세 편에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나온 게 된 것이다. 평론에 따르면 앙드레 말로는 한 인물의 가치는 사유나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행위를 통해, 특히 죽음 앞에서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에서 한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은 행위라는 결론이다.


작가 앙드레 말로는 1901년 11월에 태어나서 1976년 11월까지 문학가와 모험가로서 때로는 정치가로(혹자는 기회주의자로 평하기도 한다) 20세기의 한 시대를 살았다. “앙드레 말로의 삶은 그의 모든 소설들보다 더 소설적이다.”라고 평가된다.

다음은 그렇게 판단하는 그의 삶의 궤적이다.

1920년대는 인도차이나에서 반식민주의의 투사로 20대의 열정으로 프랑스 식민주의의 잔혹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세계주의 이념을 실천한다.

1930년대에는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1940년대에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고, 1947년 드골을 만나면서 그의 오른팔이 되고. 이후 정치가로 활동하며, 세계주의자에서 프랑스를 대변하는 민족주의자로 변신한다.

1959년 문화부를 신설하여 세계 최초로 문화부 장관이 되어, 이후 드골이 사임할 때까지 10년 동안 프랑스 문화를 이끈다. 그래서 앙드레 말로가 오늘날 프랑스를 문화대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은 1933년 출간되어 말로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앙드레 말로에 또 다른 평가는 다음과 같다.

“말로의 문화정책은 미국식의 시장체제와 소련식의 국가주의 사이의 중간노선을 추구다. 지방문화원은 독창적인 생각이었고, 그가 주도한 대규모 전시회는 전시회 문화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내가 읽은 [인간의 조건]은 존경받는 불문학자 김붕구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2012년 11월 지만지에서 초판으로 펴낸 것으로 소설은 435쪽에서 끝나고, 이후부터 533쪽까지는 김붕구 교수의 앙드레 말로 연구가 깨알 같은 크기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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