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도올 김용옥 지음

by 노충덕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

2025. 4. 26.(토) 아침 6시 7분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는 여러 편의 시를 풀어 놓은 앞부분, p.138~223에 만해 연표, p.226~402에 ‘님의 침묵’ 초본을 수록하여 두었다. 도올 김용옥이 해석한 시를 읽으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의미의 누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앞선 이들이 덧칠한 언어의 질료를 긁어내고, 시의 알맹이, 정수를 찾아내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한다. 여러 참고 자료를 토대로 밝힌 만해의 시에는 ‘님’, 즉 조국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담고 있다. 만해 연표는 구체적 사료를 토대로 전고를 밝혀 저자가 희망하는바, 만해 한용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는 값진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수록된 ‘님의 침묵’ 초본 88편은 도올이 해석하지 않은 부분에 다가서라고 권한다.


책 읽기를 좋아해 메모를 쓰고, 독서 노트를 만들어 두는 독자는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2』에서 부끄러움과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내놓은 두 권 책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끄럽게 하고, 도올의 탐구와 연구 결과로 내놓은 책은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목표를 제시한다고 본다. 신변잡기류의 책을 내고 작가라고 불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반성한다.


글자를 읽었어도 이해하려면 수고를 해야 하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서 만난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문학사에서 말하는 문예창작으로서의 시詩가 아니요, 인류의 언어의 역사에 유니크하게 기록될 대승선大乘禪의 증도가證道歌의 화엄이다.”(p.19) 이 문장을 받아들이려면 대승선, 증도가, 화엄을 알아야 한다. 대승선은 ‘치열한 현실경계 속에서 닦아가는 선’이나 문장상 증도가는 검색량이 많아 변별하기 어렵다. 화엄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위 문장을 말끔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도올은 만해에게서 ‘자유’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어간다. “인류의 역사는 과정이며 노경老境이 없다. 끊임없는 청춘의 노래다. 청춘의 꿈은 항상 비극의 결실을 수확하기 마련이다. 이 우주의 모험은 꿈과 더불어 시작하지만, 항상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수확한다. 이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해는 자유라고 부른다. 이 민족에게 자유는 해방을 의미하며 일본이라는 사악한 권력의 패망을 사실로서 전제한다.” ‘복종’은 실존의 선택이다.


만해가 시 ‘첫 키쓰’에서 키쓰라는 동방인에게 낯선 몸의 터치를 불교가 말하는 “각覺”, 즉 깨달음의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다고 도올은 해석한다. 첫 키쓰가 각을 의미한다면, 그 각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은 끝없는 정情과 한恨에 시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식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나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만 쓰였다. 즉 ‘인간’은 사람 사이, 혹은 사람 사이의 세상, 그러니까 인간은 ‘man’이 아니라 ‘world’나 ‘society’를 의미하는 것임을 배운다. 『논어』나 『맹자』에도 인간 보편을 말할 때 ‘인人’이라고만 한다. ‘인’은 타인을 말하며 자기를 말할 때는 ‘기己’라고 표현한다.


『님의 침묵』에 ‘계월향을 위한 노래’라는 시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한 ‘평양의 의기 계월향’을 진주성 대첩이 관련된 ‘논개’의 비중으로 다룬다. 한국에서 계월향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갈리면서 계월향은 북한의 영웅이 되고 논개는 남한의 여걸로서 나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 풀어간다. 독서로 새로 알게 된 사실과 정황이다.


도올은 “만해는 시를 통해 역사를 말하였고, 문학을 말하였고, 철학을 말하였다. 만해는 20세기 문·사·철의 공든 탑이다.”(p.118)라고 평가한다.


길이 막혀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렇게 떨려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모아요

오시려 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P.S. 일본의 정한론에 대한 언급을 보고, 일본이 구축하고 변화하고 있는 외교 국방 정책에 대해 단견이나마 나름대로 의견을 정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KakaoTalk_20250425_17573511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리의 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