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ON BULLSHIT 개소리에 대하여
2025.5.10.(토)
해리 G. 프랭크퍼트는 미국 사회에서 개소리가 만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광고와 홍보의 영역 및 정치 분야는 개소리의 사례들로 온통 가득 차 있다고 본다. 독자가 보는 한국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석열의 ‘바이든, 날리면’이 온 국민 듣기 평가를 치르게 했고, 한덕수가 김문수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정당에서 절차에 따라 뽑힌 대통령 후보를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하는 과정을 사소한 일이란다. 나는 정당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로 판단한다) 에서도 개소리를 듣는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불편할 테니 개소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살펴보자.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짜라는 데 있다.”(p.50) 국민이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화하기를 원한다는 한덕수의 말은 개소리다. 해리 G. 프랭크퍼트는 개소리가 확산하는 이유를 첫째, 공인들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 말하도록 강요하고, 이때 공인의 지식을 넘어설 때 개소리를 하게 된다. 둘째, 우리가 객관적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회의주의 탓으로 풀어간다. 회의주의는 정확성, 진정성이라는 이념을 추구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서 “오늘날 보는 것은 산업화된 개소리다.”(P.79) 2016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막말을 시시콜콜 보도한 미국 언론이 역대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고, 결국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에서 보듯 지금은 개소리가 돈이 되고 표가 된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을 둘러싸고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끌며 유튜브로 코인을 빨아들이던 이들이 내뱉은 것도 환관 조고의 ‘지록위마 指鹿爲馬’와 같이 개소리다.
거짓말과 개소리는 무엇이 다를까? 거짓말을 지어내려면 지적으로 엄밀하고 장인 정신이 필요하나 개소리는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고 약간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 거짓말은 들통나면 비난을 받지만, 개소리에 대해서는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 지나칠 뿐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거짓말보다 개소리는 강력하다. (예로 트럼프는 진리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그처럼 강력하고 효과적일 수 있었다. p.73)
개소리는 어떻게 번역하는가? 사전적으로 헛소리, 허튼소리, 엉터리, 실없는 소리, 허튼수작, 허풍, 과장, 바보 같은 소리, 터무니없는 소리, 빈말,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맥스 블랙의 <협잡의 만연> 아우구스티누스의 에세이 <거짓말>에서 개소리의 정의를 끌어내고 있다.
개소리가 확산하는 과정에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이바지한다. “디지털은 우리를 이중적으로 객관적 실재와 유리시킨다. 첫째는 그것이 현실 세계와 절반쯤 단절된 가상 세계라는 점에서, 둘째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다양한 타자들과 교류하는 대신, 점점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아는’ 고립된 섬들에 동질 집단끼리만 모이면서 타자로부터 유리된다.”라는 폐해를 낳는다.
비트겐슈타인이 <논리 철학 논고> 끝부분에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했으나 프랭크퍼트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개소리에 대하여’ 저명한 철학자가 논의를 시도한 것은 철학은 개별학문이 다룰 수 없는 보편적인 주제들이 철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철학이 다루지 못할 주제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해제에 밝혀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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