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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6. 2023

본성과 양육

한 권의 책에서 특정한 내용을 뽑아 쓴 주제 서평 06

   20세기 내내 인간의 행동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둘러싼 논쟁을 벌여왔다. 100여 년간 논쟁사를 다룬 서사시가 <본성과 양육>이다.


   본성이란 단어에 제자백가의 성선설과 성악설부터 프로이트의 욕망, 리비도를 떠올린다. 교육학을 배울 때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일을 기억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문제가 있는 학생을 대하며 가정 사정, 성격, 친구 관계 등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려 했다. 때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원인을 찾기도 했다. 교육자라면 본성을 극복하고 양육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환경의 중요성에 비중을 두고 환경을 바꿔보려 시도한다. 공산주의와 나치즘이란 독재 체제는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공산주의의 사회 개조론은 양육을, 나치즘의 생물학적 결정론은 본성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적용되었다. 본성, 양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논리와 주장을 따라가 보자.     


본성과 양육의 논쟁을 학자별, 역사 순으로 정리해 보면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양육의 중요성은 연구 결과가 쌓이며 중요성이 더해간다. 양육(환경)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고 여기는 학자들의 주장을 간략하게 풀어본다.

■ 존 로크(1632~1704)는 타고난 능력이란 없으며 인간은 경험을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타블라 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의미로 타블라는 태블릿(Tablet), 즉 판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빈 서판 같은 인간 마음에 경험을 채우는 것이다. 본성을 부정하고 양육을 옹호하는 개념이다.

■ 존 왓슨(1878~1958)은 행동주의 심리학 열었고, 훈련만으로도 성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이반 파블로프(1849~1936)는 고전적 조건형성 이론을 제시했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며 먹이 주기를 반복하니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렸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적용했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라 이 이론으로 학습 효과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 그 행동과 정서를 규정한다고 단언한다. 동양의 사고방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린 시절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 프란츠 보아스(1858~1942)는 문화가 인간을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고 본다.

■ 에밀 뒤르켐(1858~1917)은 사회적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장 피아제(1896~1980)는 아동 정신의 본질이 자기 중심성(自己中心性)에 있다고 주장하고 아동의 인지 발달 이론을 만들었다.     


   본성(유전)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고 여기는 연구와 주장도 부정할 수 없다.

■ 우생학의 뿌리가 플라톤에 있는 것인가?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뛰어난 남녀를 부부로 만들고 열등한 자들끼리의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성을 강조한 것이다.

■ 장자크 루소(1712~1778)와 임마누엘 칸트(1724~1804)도 인간은 본성을 타고난다고 본다.

■ 찰스 다윈(1809~1882)은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을 주장한다.

■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미국 심리학자로 마음도 신체기관들처럼 생물학적 적응을 통해 진화된다고 주장하며 본성 강조한다.

■ 프랜시스 골턴(1822~1911) : 다윈의 사촌으로 ‘본성과 양육’이란 용어 최초 사용하여 본성과 양육 간 논쟁 시작. 우생학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 20세기 미국에서 우생학이 인기를 얻어 사회악에 대한 특효약으로 지배 기득권층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건너가 나치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2차 대전 이후 우생학의 인기는 사라지고 1972년 미국 우생학회는 사회생물학회로 명칭 변경한다. 

■ 1958년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 )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언어능력이 있어 누구나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장을 얼마든지 말하고 이해한다고 본다. 촘스키의 주장을 ‘진화심리학자’들이 승계해 사람의 마음은 생물학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 1992년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와 인류학자 존 투비 부부에 의해 ‘진화심리학’이 독립하였다.

■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따른 논쟁

 크레이크 벤터는 유전자 수가 적어 생물학적 결정론이 옳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을 강조한다.

 스티븐 핑거(1954~ )는 인지과학, 신경학, 진화심리학의 성과에 따라 ‘빈 서판 이론’을 비판하며 본성을 강조하나 유전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매트 리들리(1958~ )는 ‘양육을 통한 본성’ 이론을 주장한다. 본성과 양육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는 양육에 의존하고 양육은 유전자에 의존한다. 유전자는 행동의 원인이자 결과다!   


   저자인 매트 리들리가 하고자 하는 말은

“유전자를 두려워하지 말라. 유전자는 신이 아니라 톱니바퀴다.”, “좋은 부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개성은 욕구 때문에 강화된 태도의 산물이다.”, “평등주의자는 본성을 강조하고, 속물은 양육을 강조한다.”, “유전자와 본능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 필연성은 더욱 작아진다.”, “사회 정책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자유 의지를 믿으니 객체가 되지 말고 주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성과 양육을 주장하는 각 개념의 진실은 서로의 오류를 입증하지 않는다. 높은 상관성이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태어나는지 만들어지는지

<본성과 양육>은 427쪽 분량으로 수많은 이론과 연구사례를 담았다. 생물학, 우생학, 화학, 사회학, 교육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학제 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 매트 리들리는 ‘양육을 통한 본성’이란 결론을 내린다.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와 부모의 책임에 달려 있다는 우리 문화의 가장 견고한 믿음에 의문을 던지는, 주디스 리치 래리스의 <양육가설>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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