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행운

최재석 지음

by 노충덕

역경의 행운


지난해 알라딘 책 소개를 보고, 곧 <역경의 행운>을 사보자고 결정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994년에 김성호 님의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을 읽으며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내용이라 충격받았다. 고대 한일관계 연구나 책은 재야사학자에 의해 드물게 나올 뿐이라고 알고 있다. 내 전공이 아니라서 몰랐을 수도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가 학문적 호기심에서 한일고대사에 대해 연구했으나 그 성과를 한국 사학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이고, 고려대에서 수 십 년을 연구했음에도 따돌림을 당한다. 저자가 고독한 연구를 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 사학계가 ‘한국인의 가면을 쓴 일본인’(저자의 표현이다.)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학 연구와 한일고대사 연구에 50년을 쏟았고 2016년 연세가 만으로 90살이다. 금연도 작심삼일 하기 십상인데 연구를 50년 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한다. 특별히 “퇴임 후인 1991년 9월부터 지금까지 내가 발표한 연구논문은 약 130 편이며 이 가운데 66세 때인 1992년부터 75세인 2001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평균 10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130편의 논문은 나의 총 논문수 3백수십여 편의 40%가 넘는 양이다.”(역경의 행운. p310)는 고백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나태하고 자만한가 깨우친다. 한국사학계부터 받은 따돌림에 굴하지 않고 326편의 논고를 통해 학문의 길을 걸은 최재석 고려대 명예교수의 삶을 담은 <역경의 행운>은 사서 읽어야 하는 까닭이 넘친다. 100세가 넘어도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시기를 바란다.


<역경의 행운>은 6개 장으로 나누어 저자의 연구와 삶, 한국학계에 대한 소회, 학문하는 자가 잘못하면 안 된다는 학자 비판을 담고 있다. 1장은 ‘한국사회학 연구 50년 이야기’라는 장제목을 달고 있다. ‘1955년 광복 후 최초로 현지조사로 학위논문을 쓴 이야기, 한국가족사의 획기적인 변화는 17세기에 있었다. 제주도의 사후혼, 선행연구에 관한 문헌목록 작성과 발표의 중요성, 같은 내용의 논저를 국문, 영문으로 발표한 이유’가 담겼다. 2장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 50년 이야기에서 ‘고대 한일관계사를 연구하게 된 이유, 일본 고대 사학자들의 왜곡된 역사서술, 6세기 한국(백제)은 일본(야마토 왜)을 지배했다, 일본은 8년간 당나라의 지배도 받았다, 영국서 자비로 『고대 한일관계와 일본서기』를 출판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장은 저자가 존경하는 사람들(신용하 교수, 중앙대 김영모 교수, 서울대 인류학교의 전경수 교수 - 꾸준한 연구 성과를 낸다)과 도제식 교육을 중시한 저자를 믿고 따라와 성장한 다섯 제자와의 추억을 담고 있다. 4장은 ‘역경의 행운 1’이란 장제목을 달고 ‘사대주의와 편견으로 가득한 학계의 풍토’를 비판하였고, 5장은 ‘역경의 행운 2’란 제목으로 ‘상식을 벗어난 학계의 부조리’에 대한 글이다. 4장과 5장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뜨겁다.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한 저자에게 경의를 드린다. 6장은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에서 연구자의 조건을 고양이의 생태로 설명하고, 사료 해석의 실수에 대한 반성, 19세기 한일 지도자의 리더십 비교, 우리말 애착 등을 담고 있다. 부록의 연구연보, 저서목록 등은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생이라면 도서관에 가기 전이라도 참고할 자료다.

저자가 고대 한일관계를 연구한 성과는 1. 일본 고대 사서인 『일본서기』에 의하면 적어도 6세기에 일본(야마토 왜)은 백제왕(무령황제)이 파견한 백제관리가 통치하는 백제의 식민지였다. 2. 그러나 일본 고대 사학자들 약 30명 거의 모두가 고대 한일관계사를 왜곡하고 반대로 일본이 한국을 통치하였다고 왜곡 주장하였다. 3. 1971년 공주에서 발견된 무령왕릉 ‘지석’에 의하여 일본을 통치한 무령왕은 왕이 아니라 황제였다. 4. 일본의 정창원에 소장된 약 8,000점의 문화재는 대부분 신라의 것이다. 5. 일본은 메이지 시대(1868~1911) 이전부터 한국 침략의 야망을 품고 가야를 허위의 지명인 임나라고 하였다. ‘임나’라는 지명은 어느 역사서에도 없고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허구의 지명이다. 6. 조선, 항해 수준이 극도로 낮은(『일본서기』에 이 사실이 기록되어 있음) 일본은 6세기는 백제의 직할 영토였고 백제 멸망 후 727년 이전은 신라 한 나라에 복속되었으며 727년 이후부터 10세기까지는 신라와 발해 두 나라에 복속되었다. - 개정판 머리말에서 옮김


<역경의 행운>이란 책 제목은 개인의 쓰라린 삶을 통과한 최재석 교수가 붙일 수 있는 최상의 책 제목이란 생각을 한다. 2011년에 초판이 나왔으나 절판돼 2015년 3월에 개정판 1쇄를 만권당에서 본문 34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노트를 읽은 페이스북 친구들이라면 <역경의 행운>을 사보시길 바란다. 자녀교육에, 고대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 줄 듯하다.


P.S. 2016년 2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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