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by 노충덕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고 이 책을 사게 됐는지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처럼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뛴 적도 없다.


책의 제목이 영어판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로, 독일어판은 [폭력에 대항한 양심 또는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로, 네덜란드어판은 [화형을 얻기 위한 싸움]으로 프랑스어판은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으로 출판되었다.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독일과 프랑스에서 배운 뒤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전기 작가(소설과 희곡도 썼다지만 나에게는)로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인물들을 찾아내 그들의 생애와 행적을 추적하여 깊이 감춰진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전기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고 출판사가 소개하고 있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읽기 전에는 학교에서 사회(세계사)를 가르치며 ‘칼뱅을 예정설을 주장했고, 산업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도시 상공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으며, 스위스에서 시작된 칼뱅의 종교개혁이 프랑스에 위그노, 네덜란드에 고이센, 스코틀랜드에 장로파, 잉글랜드에 청교도라는 개신교파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고만 가르쳐왔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 일부만을 보고 가르친 것인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세르베투스와 카스텔리오를 함께 소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면 최고의 수업이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가톨릭의 부패에 맞서 스위스에서 시작된 칼뱅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칼뱅의 논리적이고도 엄격한 그리고 전제적인 교리(칼뱅의 교리는 그의 저술 <기독교강요>에서 출발한다)가 뿌리내려 제네바를 비롯한 스위스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칼뱅의 종교적, 정치적 독재에 대항하는 세르베투스라는 신학자를 화형에 처하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카스텔리오가 관용(홍세화의 소개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똘레랑스)의 이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칼뱅의 독재와 폭력에 반박하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다행히도 카스텔리오는 칼뱅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칼뱅의 수준을 뛰어넘는 따뜻함과 인간성, 양심으로, 관용을 실천한다. 그리고 육체가 쇠약해져 48살의 나이에 죽었기에 칼뱅의 살해기도를 피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친구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적들의 발톱에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안도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곳이 많아 옮겨 적기에 부담스럽지만....


머리말에서-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그림자 외에는 뒤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싸우는 예술가의 유일한 재산인 불굴의 영혼에 굽히지 않는 양심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죄 없는 미겔 세르베투스의 살해(볼테르는 최초의 종교적 살인이라고 평함)에 대한 카스텔리오의 항의를 수천 배나 더 유명한 칼라스 사건에 대한 볼테르의 항변이나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졸라의 항변과 비교하려 들지 마라. 이러한 비교는 카스텔리오가 한 행위의 도덕적 높이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하나의 교리가 국가기관과 그 억압수단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면, 그것은 무자비하게 테러를 자행한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의 명성을 거두어갔다. 오늘날에도 각 학교 교과서마다 흄과 로크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관용의 이념을 주장한 사람들이라는 잘못된 내용이 버젓이 실려 있다.(책이 출판되던 1936년의 시점에서)


우리 현실에서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단어 ‘이단’을 어떤 단어로 대체할 때,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의 상황과 유사하다. 바오출판사에서 2009년 초판이 나왔고 내가 읽은 것은 2010년 4월 초판 2쇄로 찍어낸 것으로 본문 304쪽이다.


‘맑디 맑은 정신과 양심의 자유, 관용은 인간적인 것이며, 이것은 하느님의 뜻과 배치되지 않고 공존한다는 세상에 사는 게 다행이고도 행복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눈이 수북하게 내린 2013년 12월 20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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