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김태권 글그림

by 노충덕

십자군 이야기

2026. 3. 8(일)


90년대 중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한국에서 많이 팔렸고 읽혔다. 이어 21세기초 그녀의 『십자군 이야기』는 한국 유명 출판사에 의해 번역되어 출판됐다. 나는 『십자군 이야기 1』을 사 읽고 더는 사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감추려는 일본 우익의 전형적인 면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와 일본 우익, 혹은 위안부와 작가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안다.) 오에 겐자부로와는 품격이 다르다. 다음은 2014년 한국 신문과 인터넷 언론에 언급된 시오노 나나미 관련 내용이다.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 10월호 기고문을 통해 "위안부 이야기가 퍼지면 큰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그전에 급히 손을 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 <아사히신문>이 보도를 취소한 것을 "외국, 특히 미국의 분위기 흐름을 바꿀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는 국정 담당자, 언론을 비롯한 일본인 전체가 '고름을 완전히 짜낼 용기'가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아사히 신문) 관계자 전원을 국회에 불러 청문회 내용을 TV로 방영해야 한다"라고 주장)


십자군 전쟁은 짧게 봐도 200년이란 기간 동안 있었던 전쟁이고, 이후 유럽의 역사에 중세의 몰락을 촉진한 사건이라 중요하다. 현재도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종교적 대립을 십자군 전쟁으로 여기려는 시각이 있기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십자군 전쟁의 일부를 다룬다. 출판사 서평과 만화가 박재동의 추천사를 읽으며 좋은 만화책이라고 판단했다. 진중권이 추천사를 써 놓았기에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작가가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서구 측의 기록은 물론 중동과 동로마 제국의 기록도 힘닿는 데까지 구해 읽었다고 한다. 각 권마다 ‘들어가며’를 통해 ‘로마에서 십자군까지, ’이슬람 이전의 중동‘, 이슬람 세계의 탄생’, ‘구약 시대의 예루살렘’, 일신교는 편협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글과 그림의 격으로 높이고 있음에 동의한다. 각 권마다 ’작업에 도움을 받은 책‘ 목록을 실어 놓아 만화를 구상한 김태권의 노력과 연구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1권이 다루는 ’군중 십자군과 은자 피에르‘는 중등 세계사 교과서에서 비중을 두지 않는 부분이라 동로마의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는 점에 수긍한다.

다섯 권이라는 분량과 내용으로 십자군 이야기를 다룬 것은 비록 200년이란 십자군 전쟁 전 기간을 다룬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처럼 쉽게 읽을 수는 없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를 처음 읽으려는 독자라면 만화 5권이니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 다 읽지 못할 것이다. 작가가 많은 내용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의 분리를 역사적 사실보다 희화화하는 듯한 장면이 그려져(1권 P. 29)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8개 사건 일지를 텍스트로 정리(권 1 P. 127)한 것은 다른 책에서 보기 귀한 자료이다. 다만 왜 유대인을 학살하였나라는 동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제후와 기사들이 원정을 떠나면 유대인들이 고향의 경제권을 장악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다. 군중십자군과 동로마 제국 간의 긴장 관계를 텍스트(권1 P.212)로 남겨 두었다.

서구가 동양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인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서술하지 않으려는(권2. P19, P.23. P.40)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다만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와 관련한 페르시아 키루스 대제의 공헌에 대한 기술이 가볍다. 가장 아쉬운 점은 권3(P.29)에서 카르발라 전투에 대한 기술이 간략하여 수니파와 시아파가 분열한 뿌리를 알게 도와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글과 그림으로 십자군 이야기를 만나볼 기회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작가의 연구와 노력을 만화라는 방식으로 표현하 것은 텍스트로 옮기는 일보다 어려운 일일 텐데.


고 최성일 유고집 『한 권의 책』에서 찾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이 창대리라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독자는 작가가 글과 그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처음은 용의 모습을 보다가 뒤로 갈수록 뱀을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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