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by 노충덕

한 권의 책

2026. 3. 22(일)


좋은 책을 고르고 나쁜 책을 골라내는 신중함이 책을 사 읽는 사람의 가진 태도다. 2011년에 사 읽은 『한 권의 책』을 다시 읽었다. 당시 골라서 읽은 책을 헤아리고 어떻게 평하는가를 확인한다. 2011년에 출간한 책이니 이전에 출간된 책들을 다룬 서평집이기에 과거에 관한 책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골라서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자극을 준다. 서평집을 읽는 맛은 이런 거다. 『한 권의 책』은 고 최성일의 서평을 아내가 출간한 것으로 예스24에서 인문/교양 top100 4주를 기록한 책으로 30개가 넘는 회원리뷰가 달려있다.



책 제목과 달리 100개의 서평을 싣고 있는데 아내의 평가대로 ’쓰기 위한 독서‘의 결과물이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독자가 환호한 것으로 ’인간 자유의 발자취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관한 서평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 즉, 자본주의의 여러 모순을 지양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론‘을 정리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프롬을 규정한다. “사람들이 근세에 이르러 획득한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깊은 갈망이 전체주의적 운동에 호응”하며 “근대인의 이성과 사랑에 기초를 둔, 의미 있는 삶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없게 되자 지도자나 인종이나 국가에 복종함으로써 새로운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박홍규의 설명임을 재인용한다. 박홍규는 독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새로 갖게 했던 『오리엔탈리즘』을 번역한 학자라서 반갑다. 자유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면죄부를 “죄를 개인의 결정적인 악으로 여기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약점으로 생각하게 된 것을 감안”해야 할 거라고 평가한다. 나아가 “근대인은 자유라는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하여 새로운 의존과 복종을 찾느냐, 아니면 인간의 독자성과 개성에서 비롯된 적극적인 자유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느냐의 갈림길”에 세게 된다고 말한다. 도피의 메커니즘은 사디즘과 마조히즘, 권위주의, 자동순응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치즘의 심리적 기반이 가진 특성을 나열하기도 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1941년에 쓴 책이나 오늘날의 의미도 적지 않다. 고 최성일은 “보다 많은 사실을 알수록 실제의 지식에 보다 확실하게 도달한다”는 것은 슬픈 미신이란 메시지를 남긴다.

모름지기 서평을 쓴다는 것은 독서를 전제로 함이며 나름의 형식을 요구할 텐데 그 형식이란 얼마나 책을 잘 전달해 읽도록 유인할 것인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강유원의 서평양식을 배워 따르고 싶은 때가 있었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 유효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으며 100편의 서평에서 찾아낸 서평의 양식은 강유원의 『책과 세계』, 『책 읽기의 끝과 시작』에 견주어 쉽다.


『통문관과 책방비화』,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서평을 통해 ‘우리 옛 책에 필사본이 많은 까닭’,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나 근대화된 인쇄술이 침체한 원인’에 대해 견해를 엿볼 수 있다. 거듭 읽기, 진지한 책 읽기, 좁고 길게 읽기를 강조한 헤세의 생각도 알려 주며, 헤세의 독서 체험에는 성서, 우파니샤드, 불경, 길가메시 서사시, 논어 도덕경이 있으므로 동서양 고전에 가치를 부여한다.


서평집은 에세이나 소설에 견주어 잡다한 지식을 만날 수 있으며,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 깊이 있는 독서에는 박학다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확인한다. 읽은 책을 소개받을 때, 내가 생각하는 책에 관한 그것과 서평가의 평가를 비교해 보는 재미는 기본이다. 다른 책을 검색하다가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금맥을 찾은 광부의 심정과 현실적으로 연인을 두고 내려야 하는 기차 승객의 아쉬움이 겹친다. 읽고 싶은 기대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 늘어난다.


P.S. 현재도 『한 권의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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